지독하게도 비 오던 여름 구팔 년

저공비행하던 헬기가 오후 내

색소를 흩뿌리며 총 공세를 퍼붓던 날.

관악산 언저리 노천극장

노란 단무지 색 물든 대오 속에서

흰 돌 하나 밤새 빛나고

작은 교회당

범민련 전북지부 결성식에서

흰 두루마기 입고 눈 지그시 감은 채로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조롱하더니

두려워말고 각 지부를 결성하라던

하얀 돌

북에 조문 간다. 길 비켜라

종이 한 장에다 붓글씨로 써서

택시를 잡아타고 홀로

판문점을 넘어 조문 길 나서던

비록 철책을 넘을 수 없는

불능범 흰 돌

어디에서나

한 밤중이 거나 새벽이거나

적들이 대공세를 시작했거나

원칙을 타협하라면 무덤으로 가고

그렇지 않아 자주 창살 안으로

선비처럼 하얗게 살아가던

여러 말을 정복하고

팔순 나이에 우리 상고사를 쓰고

둘째 넷째 수요일마다 용산에서 미 대사관까지

적들을 정복하러 나서는 길

연방제 씨앗 소중하게 뿌리면서

깊은 산 계곡에나 흐르는 물가에나

간간히 볼 수 있는 하얀 돌

뜨거운 태양, 폭풍우 속에서도

세월이 가고 강철은 산화철이 되고도

언제나 변함없는 하얀 돌

깎이면 깎일수록 더욱 빛나는 흰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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