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등록금 수천만원을 받는 강부자 학교로 만들 것인가.

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이 “내년부터 자율형 사립고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발언이 지난 달 26일 열린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정기총회에서 처음 나온 점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자율형사립고 추진의 밀실 심의를 규탄하는 전교조 서울지부 및 교육시민 단체 소속 회원 5명이 지난 2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삭발하고 있다. 유영민 minfoto@paran.com

이에 대해 자사고 주무 부서를 총괄하는 성삼제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 과장은 지난 달 30일 전화통화에서 “학교장의 질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못 바꾼다고 할 수 없으니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라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자사고에서부터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빼 든 카드라는 분석이다.

자사고를 최초로 입안한 이주호 차관은 지난 2004년 연 자율형 학교 도입을 위한 공청회 때부터 “자사고의 재정여건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동시에 납입금 상한선도 없애자”고 말해 왔다.

사실상 사학재단들의 요구를 들어 준 셈이다. 자사고 신청을 철회한 7곳(서울 5곳, 대구 2곳)은 재단이 부담하는 비용이 많은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현재 법정전입금을 ‘수업료 및 입학금 총액’에서 특별시와 광역시의 경우 5%이상, 광역도와 특별자치도는 3% 이상을 내야 한다. 그런데 1일 현재까지 신청한 39곳 가운데서도 80%가량이 이 기준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사)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지난 5월 교과부에 보낸 자사고 관련 의견서에서 “법인전입금은 별도의 의무부담 없이 법인의 자율에 맡겨라”라고 밝힌 바 있다. 학생납입금과 관련해서도 “책정 자율화”를 요구했다.

교과부는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달 말 자사고 지정·운영 심의하는 하는 과정에서도 지정 요건을 낮춰서 심의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명기 서울시교육위원회에 따르면 교과부 핵심 관계자가 교육청 담당 부서에 “생각보다 (자사고 전환 희망 학교)신청이 많지 않아 곤욕스럽다”며 “제시된 것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천천히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연락을 한 것이다. 박 서울교육위원은 “교육청의 책임 있는 사람에게 들은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정 자율형사립고대응공동행동 활동가는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양극화 확대에 핵심 원인이 될 자사고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외면하고 철저하게 사학재단 목소리만 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자사고 지정 요건을 풀어주면서 물밑에서는 사립학교법 재개악이나 폐지와 연결시켜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현재도 교육 관련 사안이 많지만 또 하나의 폭탄은 사립학교법인데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하기 위해 규제를 모두 풀어주면 사학법에 대한 폐지 요구로 모아질 것”이라고 점쳤다. 전체 사학의 규제를 풀어 등록금 부담을 전체 학부모에게 떠넘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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