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지난해 통신업체들이 경찰과 검찰,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화내용이나 통화상대 인적사항 등 통화정보 제공 인원이 80만명이 넘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또 실제 감청당한 사람의 수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접수 건수로 국회에 보고된 감청건수는 지난해 6,638건, 올 상반기 2,103건인데 비해 실제 감청당한 사람은 지난해 8,763명, 올 상반기 2,902명으로 분서건수보다 30% 이상이 많았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우려를 표하며 반발하고 있으며, 야당도 자신의 이해가 걸린 긴급감청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은 이러한 수사상의 관행을 강력히 비난하며 도감청이 통신상의 통제를 둘러싼 법과 제도의 문제임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래에 그 전문을 싣는다.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성명서>

최근 김대중 정부는 전국민을 손쉽게 통제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통합하고 군사독재의 잔재인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통신공간을 통해서 직접 전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 왔음이 국회자료를 통해드러났다.

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4대 PC통신 감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06건의 개인정보를 제공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562건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가운데 이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그대로 넘겨지는 아이디 감청도 올 상반기중에 86건으로 지난 해의 67건보다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명백히 개인 프라이버시의 영역인 전자우편 역시단순히 수사상의 목적을 이유로 정부기관에 의해 열람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더욱 국민을 분노케 하는 것은 국회에서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긴급감청만을 문제삼아 아웅다웅하는 정치쇼를 벌리고 있다는 사실과, 이것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 양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입수된 자료(98 사이버 권리백서)에 의하면 아이디와 개인정보 유출은 전기통신사업법 54조와 형사소송법 199조에 의해 이루어져 왔으며심지어 법률 조항을 밝히지 않고 유출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미 통신공간은 현재 전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국가보안법>과 <전기통신사업법 53조>는 물론이고 <전기통신사업법 54조>에 의해, 혹은 국가기관의 탈법적 행위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공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경향이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할수록 권력기관의 감시·감청도 늘어만 갈 것이다. 따라서 유일한 해결책은 국민의 프라이버시권을 보호하기 위한 총체적인 제도 마련이다. 정보통신기술의 이런 용도가 밝혀짐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프라이버시 관련 법안을 여러가지 형태로 마련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수사기관의 요구에 의해 사법적인 판단 없이 임의적으로 개인 정보를 넘겨주도록 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54조나, 기본권보다는 모호한 ‘공공의 안녕질서와 미풍양속을 해한다’는 이유를 앞세운 전기통신사업법 53조와 같이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체의 법과 제도를 문제시해야 할 것이며, 여기서 더 나아가 포괄적인 “프라이버시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통신사업자들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수사상의 요구라 할 지라도 전기통신사업법 54조는 분명히 ‘…수사상 필요에 의하여관계기관으로부터 전기통신업무에 관한 서류의 열람이나 제출을 서면으로요구받은 때에는 이에 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거부할 수 있음에도 그들은 기관의 불법적 행동을 눈감아 주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통신 이용자들을 속였다.

통신공간에서 이미 만연한 감청, 그리고 개인 정보 유출은 중대한 사생활침해일 뿐 아니라 정보사회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일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김대중 정부에 다음과 같이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 수사기관은 불법적인 아이디 감청과 개인정보 유출을 중단하라.

하나.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 54조>를 즉각 폐지하라.

하나. 국민의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성의 있게 <통신비밀 보호법>을 개정하라.

하나. 국민의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포괄적인 프라이버시 법안을 제정하라.

1999년 9월 17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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