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를 위해, 숭고한 정신으로 산화한 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근로 3권 보장하라!”의 피 맺힌 구호를 외치며 이 땅의 노동의 새벽을 밝힌 불꽃이 피어 오른 날. 이제 어디에서도 어김없이 그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 ‘노동자 대회’에서 부조리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투쟁을 외치는 제2의, 제3의전태일 열사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평범하지만 투쟁하는 위대한 노동자의모습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3일 밤, 중앙대학교 해방광장은 민중이라는 한 가지 모습만으로, 투쟁이라는 한 가지 소리만으로 메워지고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합동문예단’의 <세상을 바꾸자>로 시작된 전야제는 “이제 다시 투쟁할 준비가 됐습니까”라는 사회자의 우렁찬 함성으로 다시 한번 동료라는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병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이 자리가 노동자와 민중의 힘의 획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연설은 벌써 12돌을 맞는 ’99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의멈출 수 없는 생명력을 말하고 있었다. 중앙 무대의 오색 조명은 스탠드에 정렬한깃발들을 하나로 모으고있었다. 이미 노동자의 거친 함성은 억압의 공기로 가득한공장을 벗어나 뜨거운 무대의 안개와 함께 하늘을 치솟고 있었다.

이어 “24년간을 기다려 탄생한 노조”라고 자신의 감격을 드러내는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의 수석부위원장 정동준씨는 또 다른 해방 일꾼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24년이나 감내하며 꿋꿋이 버텨냈던 반 노동자 민중적인 노동 정책에 대한 성토와 고발의 장이었다. 그리고 1천 1백 17명의 노동자의 희망이 모인 당당한 합법적 노조를 떳떳이 선언하는 자리였다. 이미 하늘과 땅을 잇는 민중의 노도와 같은 의지는 모두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 갈채로도 부족한 승리에 대한 확신이었다.

또한 이처럼 노조들의 강고한 정치 발언 뒤에는 지금까지 권력에 의해 자행된 억압을 한꺼번에 씻어 버리는 ‘씻김굿’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소리’, ‘불꽃’을 비롯한지역 노동자 협회 산하의 문예단들은 노래와 율동으로 자본과 권력에 의해 소외되었던 민중의 고통을 웃음과 울음으로 다시 표현하고 있었다. 특히, 이상관 열사를 기려 산재 노동자 문제를 풍자하고 기업에 봉사하는 근로복지공단을 신랄히 비판한 퍼포먼스는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편 올해 전야제에 참가한 30여명의 외국노동자들 중 “우리는 민노총과 함께 전태일 정신을 이어받아 함께 투쟁하겠다”라며 말을 맺은 일본J.R청년회 부위원장을 맡고있는 세끼노씨는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노동운동의 연대와 협력을 말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뜻이 봇물처럼 모여들어 거대한 물결을 이룰 것이다. 고통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강력한 서로에 대한 이해의 도구가 될 수 있으므로.

1만여 명의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룬 그곳에는 노동자, 농민, 학생, 빈민 모두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란히 걸어가는 촛불과 횃불 행렬 속에서 오직 한 마디 말뿐이었고, 오색의 빛이 수 없는 깃발을 비출 때도 오직 한마디였다. “노동악법,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 우리들의 간절한 마음은 그 하나로 이어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뢰와 믿음이라는 자신감으로 서로를 똘똘 뭉쳐 주고 있었다. ‘생존권 사수·경제주권 수호’, ‘국가보안법 철폐’, ‘노동시간 단축·농가부채해결’의 전야제의 4가지기치는 어느 때보다 더 우리의 곁에 있었던 것이다.

전대기련 서부지부 공동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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