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의 또 다른 문제, 원청의 괴롭힘

직장 갑질에서 원청의 지위

직장갑질119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이들의 사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원청이 단순히 우월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원청은 사업의 귀속 주체로서 사업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고 직·간접적으로 하청노동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다형식적으로는 하청업체가 하청노동자의 사용자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업무 내용·범위와 임금 등 계약 조건을 결정한다. 하청노동자의 근무지가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인 경우에는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출퇴근 시간휴게시간휴일 등도 결정한다또한 원하청 직원이 같이 근무하는 경우 원청 직원은 자연스럽게 직접 하청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게 된다같이 근무하지 않는 경우에도 원청은 하청업체와 일을 조율하는 대신 직접 하청노동자와 소통하면서 간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평가한다원청의 평가와 결정은 하청노동자의 인사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사례들이 자주 등장한다.

위와 같은 행태는 간접고용의 형식을 불문하고 발생한다간접고용은 크게 도급/하청용역위탁파견 등의 원하청 계약에 근거해 발생한다이 중 파견은 파견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사용사업주(원청)에 의한 지휘감독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파견 외 간접고용은 법리상 원청에 의한 지휘감독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실제로는 이들 간접고용에서도 파견과 다를 바 없이 원청이 하청노동자를 부린다그렇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는 자기의 고용형태가 정확히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원청이 사실상 결정하는 노동조건 하에서원청의 지시에 따라 일하게 된다이러한 사실은 직장갑질119 직장인 인식조사(직장인 인식조사직장갑질119, 2023년 6)에서도 알 수 있다.

인식조사에 따르면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인사에 개입하거나 하청노동자의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비율이 각각 1/4에 이른다특히 파견용역/사내하청 노동자의 57.1%가 원청이 직접 하청노동자의 업무를 지휘감독한다고 답했다한편 원청 직원과 하청 직원 간 차별 비율은 1/3에 이르는데 원청은 자기가 고용한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임금복리후생에 있어 원청 노동자와 하청노동자를 차별한다그런데 달리 대우하는 것 모두가 차별은 아니다달리 대우함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없을 때 차별로 본다직장인들의 상당수가 원청의 다른 대우를 차별갑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원청 노동자와 하청노동자 간 다른 대우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원청회사 갑질 경험/목격 있다(%)경험하거나 목격한 적 있는 원청회사의 갑질(%)

참고로 위 인식조사에서 직장인의 76%는 위와 같은 원청의 갑질이 심각하다고약 85.4%는 한국사회에서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정당하지 않다고 각 답변했다또한 하청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결정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직장인의 42.6%는 원청이 단독으로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원청과 하청 모두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42%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원청이 단독으로든하청과 공동으로든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한다는 비율은 84.6%에 이른다간접고용 노동자의 계약 주체인 하청회사가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한다고 답한 비율은 15.4%에 지나지 않는다

원청회사의 갑질 심각성(%)원청회사의 갑질 심각성(%)
하청노동자 처우 정당성(%)하청노동자 처우 정당성(%)
노동조건 결정권자(%)노동조건 결정권자(%)

위 결과들을 보면 결국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 혹은 사용자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리고 이러한 지위에서 각종 괴롭힘갑질이 발생하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원청은 사업의 귀속 주체로서 전체 사업을 이끌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청노동자를 부릴 수 있다사용자로서 이렇다 할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청노동자의 권리는 고려하지 않는다반면 하청노동자는 원청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혹은 원청의 눈 밖에 나면 그 길로 해고를 당하기 때문에 원청의 요구·결정과 갑질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참고로 현실은 하청업체가 노동자를 고용해서 책임지는 것과 거리가 멀다보통은 원하청 간 계약이 종료해지되면 하청노동자의 근로계약도 이에 연동되어 자동 종료되는 것이 현실이다여기에서 더 나아가 하청업체는 계속 바뀌어도 하청노동자는 같은 원청 하에서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다하청노동자에게 하청업체보다 원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그렇기 때문에 하청노동자가 하청업체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다투거나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제도는 이들 원청의 갑질에 이렇다 할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원청 갑질·괴롭힘의 해결 방향 – 원청의 책임 확인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못되고 이상한 사람이 직장 내 괴롭힘을 벌이는 것이라고그렇기 때문에 못되고 이상한 사람을 징계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그러한 이상한 사람이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는 것도 결국 그가 막강한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고, 이를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경우에 따라서는 괴롭힘을 야기하는 근무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과로장시간 노동높은 노동강도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도 늘어난다이러한 문제적인 근무환경 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위계·서열이 강할수록 직장 내 괴롭힘이 늘어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동시에 직장 내 괴롭힘은 전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조장하며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그렇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은 산업안전·보건의 문제다.

이러한 사실은 근로기준법 규정에서도 알 수 있다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의 해결 주체를 사용자로 정하고 있다괴롭힘 신고에 대해 사용자가 조사하고가해자를 징계하고피해자를 보호 조치해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5(사업주 등의 의무)가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 의무를 부과한 것도 같은 취지다열악한 근무환경 및 괴롭힘을 야기하고동시에 이를 해결할 수 권한을 가진 자가 책임을 지고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면에서 원청의 갑질·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원청의 갑질·괴롭힘은 원청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원하청 관계에 기인한 구조적·조직직 문제다하청노동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고가해자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업무 내용·범위노동조건근무환경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원청은 잘못을 야기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해결할 힘과 권력도 가지고 있다원청에 책임을 묻지 않으면 갑질·괴롭힘은 해결 불가능하다갑질·괴롭힘을 야기하는 환경에 대해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파견(위장도급 포함)의 경우 원청이 사용자라는 점에 다툼이 없다법에서는 사용사업주로 표현하지만 사용사업주 역시 사용자다원청은 하청노동자를 직접 지휘·감독하고 일을 시킨 주체로서 관련한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물론 파견업체도 파견사업주로서 원청과 공동의 책임을 부담한다다만 현실에서 파견업체는 오로지 인력 중개·알선의 역할만 담당한다현실에서는 파견업체가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사용사업주에게 파견하는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사용사업주가 선택한 노동자를 파견업체가 근로계약만 대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렇기 때문에 파견업체의 최우선의 역할은 파견노동자의 보호가 아니라 사용사업주의 면책이다.

용역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용역업체가 사용자다그러나 실질은 원청이 사용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청노동자는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공간에서원청이 세세하게 정하는 업무 내용에 따라 일을 한다용역업체는 관리소장을 두어 하청노동자를 통솔하지만 관리소장의 실질은 원청의 지시를 하달하는 중간관리자다최근에는 관리소장조차 용역업체 소속이 아니라 원청이 별도로 뽑는 경우도 많다예컨대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을 별도로 뽑고용역은 용역업체에 맡기는 방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원청의 지배 공간에서 업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청이 직접 지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한편 용역업체의 가장 큰 역할은 원청이 책정하는 임금을 하청노동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용역업체의 역할이나 존재감이 미미하다 보니 용역업체는 변경되어도 변경된 용역업체가 하청노동자를 고용 승계하는 방식으로하청노동자는 계속해서 원청에서 일을 한다.

도급/위탁/분사(자회사)는 위장도급이 아닌 이상 원청이 하청노동자를 직접 지시감독하지 않는다도급은 일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계약이고위탁은 수탁자의 권한과 책임 하에 일을 처리하는 계약이기 때문이다분사(자회사역시 자회사가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한다그러나 이 경우에도 원청은 기본적으로 하청업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그리하여 도급/위탁/분사에서도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업무와 근무조건에 간접적으로 개입하는데 그 이유는 도급/위탁의 경우 원청이 별도의 지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업무의 처리 방식·내용·절차하청노동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계약으로 정하고 평가하기 때문이다분사(자회사)의 경우에도 원청 직원이 자회사의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 때문이다일에 필요한 장소·수단도 원청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물론 원청이 순수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결과물만 받거나 자회사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러한 공동 사용자 책임을 논하기 어렵다그러나 최소한 원청의 사업으로서 원청이 총괄하며 결정에 개입하는 경우에는 하청노동자는 원청의 통제를 벗어나기 어렵다이때에는 원청과 하청이 동시에 권한을 행사하는 공동 사용자의 성격이 짙다.

이처럼 형태를 불문하고 간접고용의 경우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업무노동조건 등에 지배력영향력을 행사한다원청이 사업의 주체로서 노무를 제공받으면서도 인건비를 절감하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간접고용을 활용하기 때문이다간접고용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우회로다따라서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실질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원청 갑질·괴롭힘의 해결 방향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확인하는 것원청이 마음대로 간접고용을 활용하는 구조를 깨뜨리는 것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윤지영은 변호사이며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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