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세상, 공공성으로 뒤집자!”… 빈곤철폐의 날, “가난이 뿌리내린 체제를 겨눈다”

“불평등 세상, 공공성으로 뒤집자!”

‘빈곤철폐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992년 유엔(UN, United Nations)은 빈곤과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촉구하며 10월 17일을 ‘세계 빈곤 퇴치의 날’로 삼았다. 한국의 빈민·장애·노동·인권·종교·사회단체들은 지난 2005년부터 이날을 ‘빈곤철폐의 날’로 새롭게 호명하고, 빈곤 문제 해결의 대안은 일시적·시혜적 구호나 원조가 아니라 노동자와 노점상, 철거민, 홈리스, 장애인 등 빈곤과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민중의 연대라고 마음을 모아 여러 사회적 실천을 함께 펼쳐왔다.

올해에도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해 69개 단체(10월 14일 기준)들이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10월 18일 ‘빈곤철폐 퍼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

참세상은 15일, 빈곤사회연대 재임 활동가와 함께 올해 ‘빈곤철폐의 날’을 준비하고 있는 사회운동의 고민과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해 빈곤철폐의날 퍼레이드 현장. 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왼쪽). 빈곤사회연대 제공

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빈곤철폐의 날’의 의미에 대해 “우리 곁의 빈곤은 일시적이고 시혜적인 원조나 구호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불평등에 뿌리 내린 문제”라며 “(일시적·시혜적)구호나 원조 사업들은 빈곤을 유지하고 지속시킬 뿐, 빈곤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구조 자체를 겨냥하거나 타격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이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한국 사회운동의 여러 주체들이 지난 2005년부터 “빈곤한 당사자들이 빈곤화를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를 바꾸어내는 투쟁을 결의하는 날로 10월 17일을 ‘빈곤 철폐의 날’이라 명명하고 지난 20년간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은 9월 기후정의행진과 10월 첫째 주 월요일 ‘세계 주거의 날’,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을 “세상을 바꾸는 3대 행진”, “불평등을 없애는 3대 행진”으로 삼고, 빈곤과 불평등에 맞선 기후정의운동과 주거권운동, 빈곤철폐운동의 고민과 바람들을 더 너른 사회적 실천으로 잇고 확장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환기했다.

이같은 고민들은 올해 ‘빈곤철폐의 날’ 행동의 슬로건과 핵심 요구들에도 담겨 있다. 올해 행동은 “불평등 세상, 공공성으로 뒤엎자!”는 슬로건 아래, 3대 투쟁 과제로 △가난에 대한 차별과 멸시에 반대한다! 가난한 이들의 권리로 평등을 쟁취하자! △주거를 투기로 만든 체제를 반대한다! 쫓겨나지 않는 세상, 모두의 주거권 쟁취하자! △기후위기 시대, 이윤보다 생명을! 사회공공성 강화로 불평등을 끝내자! 를 제시하고 있다.

빈곤과 불평등에 맞서 분투하고 있는 현장의 구체적 요구로는 △노점단속 특별사법경찰 해체하라! 노점상 생계보호특별법 제정하라! △강제퇴거 금지하라! 선대책·후철거 순환식 개발 시행하라! △계속되는 전세사기·깡통전세! 세입자 권리 강화하라!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실현! 이제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 △쪽방지역의 공공개발 조속히 이행하라! 공공임대주택 확대하라! △홈리스를 겨냥한 차별과 배제에 반대한다! 공공장소 내 홈리스 축출 시도를 중단하라! △기초생활은 권리다!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하고 의료급여 개악 철회하라! △공공서비스 민영화 반대한다! 사회서비스·돌봄·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라!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불안정 노동 철폐하고 모든 사람의 노동권 보장하라! 가 있다.

재임 활동가는 올해 슬로건과 투쟁 과제에 대해 “가난한 이들에게 가난이 더욱 가혹한 것으로 변해가는 과정 중에는 주거와 교육, 의료, 에너지, 돌봄 등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개인의 능력으로 다투어 가져야 할 것으로 방치하는 사회적 맥락들이 작용한다”면서 “모두의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을 상품화되고, 공공성이 파괴된 이때에 우리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남는 길을 찾아가자는 제안”이자, “이윤만을 위해서 인간의 노동과 삶, 도시와 자연을 착취하고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이런 불평등한 세상을 끝내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빈곤철폐의날 퍼레이드 현장. 빈곤사회연대 제공

재임은 끝으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한국이 잘 사는 나라인 것 같은데, 왜 나는 잘 사는 것 같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 것 같다”면서 “사실 가난은 멀거나 드문 일이 아니라 가깝고 흔한 일로, 여러 수치들을 보면 빈곤율이 15%에 이르고,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에 이르는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부조리와 그에 대한 의문들, 일상의 구체적인 필요와 욕구들에 대해서는 (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잘 말해지지 않는 것 같다”, “우리의 가난한 상태, 가난한 마음들, 우리를 가난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서 함께 더 많이 말하고 사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가난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가난이 뿌리내린 이 불평등한 구조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고, 이제는 각자 도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이번 빈곤철페의 날 행동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불평등에 맞서 공공성을 강화해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열어가려는 이번 빈곤철폐의날 행동에 너른 관심과 참여를 제안했다.

2025 빈곤철폐 퍼레이드 포스터. 1017 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

1017 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는 이같은 고민과 바람을 담아 10월 18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빈곤철폐의날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퍼레이드 본대회에서는 장애인, 홈리스, 철거민, 노점상 등 도시빈민 당사자들이 불평등에 맞서 분투하는 현장의 고민들을 함께 나눈다. 이후에는 보신각을 출발해 종로2가와 을지로2가를 거쳐 다시 보신각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통해 “불평등 세상, 공공성으로 뒤집자!”는 민중의 외침이 서울 종로 일대를 수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빈곤철폐의날 퍼레이드 현장. 빈곤사회연대 제공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