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잡기, 뒤처지기: 불평등한 발전과 자본주의

unequal development and capitalism 출처: Routledge

브라질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아달미르 안토니오 마르케티(Adalmir Antonio Marquetti), 알레산드로 미에바흐(Alessandro Miebach), 헨리크 모론(Henrique Morrone)은, 세계 자본주의 발전에 관한 중요하고 통찰력 있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소위 남반구에 속한 대다수 인류가 '북반구'의 생활 수준을 '따라잡는' 과정을 측정하는 혁신적인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마르케티 등은 불평등한 발전이 자본주의의 결정적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역사를 통틀어 국가와 지역은 빈곤 감소와 발전의 핵심 결정 요인인 노동 생산성 증가에서 차이를 보여 왔으며, 일부 국가는 때때로 선진국의 생산성 수준이나 복지를 따라잡기도 하지만, 다른 국가는 뒤처진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기술 변화, 이윤율, 자본 축적,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적 변화에 기반한 경제 발전 모델을 제안한다. 따라잡거나 뒤처지는 역학을 설명하려면, 이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해야 한다. 

이들은 던컨 폴리(Duncan Foley)가 '마르크스 편향'이라고 부른 것과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자본 편향'이라고 부른 것에 기반하여 발전 모델을 세웠다. 즉 자본주의 축적 과정에서 자본의 유기적 구성(노동 투입 대비 기계화 증가)이 상승하여 노동 생산성이 증가하지만, 축적된 자본의 수익성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저자들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세계적 발전을 분석하기 위해 마르크스의 특정 범주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노동 생산성(노동자 1인당 생산량으로 정의)과 자본 생산성(자본 또는 고정자산 단위당 생산량으로 정의) 하락이라는 두 가지 변수로 구성된 '고전적 마르크스 전통'(따라서 실제로 마르크스주의는 아니다)의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 모델의 문제점은 마르크스주의의 잉여가치(s/v)와 자본의 유기적 구성(C/v) 범주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대신 노동 생산성(v+s)/v)과 '자본 생산성'(v+s/C))이 사용된다. v+s를 상쇄하면 C/v, 즉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나온다.

마르크스의 발전 이론에서 핵심 변수는 이윤율이다. 가장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신기술의 노동력 절감 특성으로 인해 총자산이 증가하면, 고용은 총자산의 증가율보다 적게 증가하거나 심지어 감소한다(C/v 상승). 노동만이 가치와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총 투자 대비 잉여가치(S/V)가 적게 생성된다. 이윤율은 떨어지고 더 적은 자본이 투자된다. 따라서 GDP의 변화율은 하락한다. 

나에게는, 저자들이 사용하는 특정 측정을 마르크스의 범주 대신 사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마르크스의 범주가 이 '고전적 마르크스 전통' 모델보다 자본주의 발전에 대한 더 명확한 그림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저자들은 "후발국에서 자본 생산성이 감소하면 이윤율과 자본 축적이 감소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범주를 사용하면 반대로, 이윤율 하락이 자본 축적을 감소시키고 '자본 생산성'을 낮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 아달미르 마르케티가 펜 월드 테이블(Penn World Tables, 국가 간 및 시간 경과에 따른 실질 GDP 등을 측정하는 데이터 세트)로부터, 수년에 걸쳐 완성한 환상적인 익스텐디드 월드 펜 테이블(Extended World Penn Tables)을 사용하여 이 두 가지 척도를 측정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 세트는 익스텐디드 월드 펜 테이블의 버전 7.0인 EPWT 7.0이다. 이는 펜 월드 테이블 버전 10.0(Feenstra, Inklaar 및 Timmer, 2015)의 확장판으로, 데이터 세트의 변수를 성장-분포 일정과 연결한다. EPWT 7.0을 사용하면 경제 성장, 자본 축적, 소득 분배, 추격과 뒤처짐의 과정에서 기술 변화 사이의 관계를 조사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척도를 사용하여 저자들은 80개국에서 자본 사용과 노동 절약의 '마르크스 편향적' 기술 변화 패턴이 발생했음을 확인한다. 그런 다음 저자들은 '생산성'에 대한 두 가지 척도를 비교하여, "추종국의 축적률이 높아지면 노동 및 자본 생산성, 자본-노동 비율, 평균 실질 임금, 이윤율, 자본 축적, 국가 간 사회적 소비의 격차가 감소하여, 경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선도 경제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의 모델에 따르면 모든 국가에서 노동 생산성이 증가하면, 자본 생산성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며, 노동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자본 생산성이 높은 반면, 노동 생산성이 높은 국가는 자본 생산성이 낮은 경향이 있다.

출처: Michael Roberts blog

'추종자' 국가(남반구)는 자본-노동 비율(마르크스주의 용어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낮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선도자' 국가(제국주의 북반구)보다 더 높은 이윤율을 갖는다. 마르크스도 저개발국은 선진국보다 '노동 생산성'이 낮고 '자본 생산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식민지에 투자된 자본의 수익성은 ... 일반적으로 개발 수준이 낮기 때문에 식민지에서 더 높다." 

놀랍지 않게도 저자들은 자본-노동 비율과 노동 생산성이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본-노동 비율이 낮은 국가의 경우, 이 변수들 사이에 오목한 관계가 존재한다. 또한 1970년과 2019년 사이에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추세선은, 국가들이 경제 성장 경로를 따라 자본-노동 비율과 노동 생산성을 높여왔음을 나타낸다."

이들 국가가 산업화를 시도함에 따라 자본-노동 비율은 상승하고 노동 생산성도 증가할 것이며, 노동 생산성이 선두 국가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따라잡기'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자본 생산성(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본 축적의 수익성)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결국 노동 생산성의 증가를 둔화시킬 것이다. 굴리엘모 카르케디(Guglielmo Carchedi)와 나의 공동 연구에서도, 마르크스주의적 범주를 사용하여, 종속국의 수익성은 제국주의 국가보다 낮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으로 더 높게 시작하고,  "제국주의 국가보다 지속적으로 높지만, 제국주의 블록보다 더 많이 하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저자들은 발전 과정에서 선도국과 추종국 사이 자본의 상대적 수익성 궤적과 이것이 '따라잡기'에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한다. "추종국에서 낮은 기계화의 이점, 즉 낮은 노동 생산성과 높은 자본 생산성으로 인해 더 높은 이윤율이 점차 자본 생산성이 노동 생산성 증가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면서 약화되기 시작한다. 이는 추종국이 선도국에 비해 이윤율과 자본 축적 유인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후진성 우위를 점차 상실해 따라잡기 과정이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많은 남반구 국가들이 노동 생산성과 생활 수준에서 '격차 해소'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남반구 자본의 수익성이 북반구에 비해 빠르게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연구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1974년 이후 제국주의(G7) 블록의 이윤율은 20% 하락한 반면, 종속 블록의 이윤율은 32% 하락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블록의 이윤율이 수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저자들은 모델을 통해 '따라잡기' 과정의 역학을 분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따라잡기의 일관된 패턴은 없으며, 표본의 절반 정도가 더 뒤처지는 것"을 발견했다. "노동 생산성 격차와 선도국과의 거리가 확대됨에 따라 데이터의 분포가 증가하는 것은, 일부 국가는 후진성을 통해 이익을 얻는 반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국가는 그 이점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시아는 따라잡기에 성공한 국가가 가장 많은 대륙이었으며, 이에 비해 라틴아메리카는 대체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동유럽 경제도 '뒤처지기'를 경험했으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여전히 탈식민지화의 결과(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전의 오랜 악랄한 식민지배의 결과)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발전 과정에서 제도적 요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저자들은 이를 정확하게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제도적 조직과,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 변화와 소득 분배가 이윤율에 미치는 영향 간의 상호작용은 자본 축적과 성장의 핵심 결정 요인이며, 개발도상국이 시간이 지나면서 빠른 노동 생산성 성장을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21세기 제국주의 이론과 관련하여 중요한 결론에 도달한다. 마르크스는 "산업적으로 더 발전한 국가는 덜 발전한 국가에게 자신의 미래상을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경제 모델은 저개발국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가 설정한 기술 변화의 길을 따라야 한다는 마르크스의 견해와 일치한다. 하지만 저자들도 인식하고 있듯이 "이 궤적은 종종 이윤율 하락으로 이어져 투자와 자본 축적에 대한 인센티브가 감소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국가 발전 계획이 직면해야 하는 핵심 과제 중 하나이다."

강력한 국가 개입 없이는 이윤율 하락과 노동 생산성 증가 사이의 모순을 극복할 수 없다. 저자들의 말처럼 "이 문제는 많은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 국가에서 관찰된다. 이러한 경우, 국가 개입이 필수적이며, 이는 중국에서와 같이 이윤율이 하락하더라도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다. 현재 미국 제국주의를 두렵게 하는 중국의 따라잡기 성공은 국가 주도의 투자가, 수익성 하락이 자본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극복한 덕분이다.

이를 인식하면서도 저자들은 이상하게도 "신자유주의 시기에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국가와 공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킨 정책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케인시언의 '투자의 사회화' 명제를 언급한다. 저자들은 라틴아메리카 정부가 케인스주의 정책을 채택했다면 이른바 '중간소득 함정'에 갇히지 않고 중국처럼 따라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은 케인시언의 '사회화된 투자'의 모델이 아니다(참고로 케인스는 자신의 경제 정책 처방에서 이를 결코 주창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은 금융과 전략 부문의 지배적 공공 소유와, 투자 및 성장을 위한 국가 계획(케인스가 격렬하게 반대했던 것)에 기반한 발전 모델로, 이는 자본주의 세력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추종하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과 함께 이루어졌다. 

실제로 저자들이 말한 것처럼: "위에서 논의한 측면은 산업화를 위한 전략과 조건이 구상되고 실행되는 주요 장소로서 국가 역량의 근본적인 관련성을 지적한다. 자원을 주로 이윤 극대화를 위해 배분하면서 국가 발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시장과 달리, 국가는 21세기에도 의도적으로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주체로 남아 있다." 또한 저자들은 "중국은 수익성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투자율을 증가시켰다. 중국은 발전 과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중국과 미국 간의 노동 생산성 격차가 비록 그 속도는 느리더라도 계속 줄어들 것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현실은 21세기에 거의 모든 '남반구' 국가와 인구에서 따라잡기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BRICS를 예로 들어보면, 중국만이 제국주의 블록과의 1인당 GDP 격차를 좁히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더욱 뒤처졌으며, 브라질과 인도는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출처: Michael Roberts blog

저자들은 놀라운 통계를 제시한다. 2019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평균 노동자는 2017년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하루 6.8달러를 생산했다. 인도에서는 평균 노동자가 하루 50.4달러를, 미국에서는 평균 노동자가 355.9달러를 생산한다. "노동 생산성의 급속한 확대는 빈곤을 줄이고 빈곤층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단계다. 그러나 후진국이 노동 생산성에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출처] Catching up and falling behind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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