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이 신선한 식품을 망쳐놓았다

미국 식탁에 오르는 거의 모든 음식은 가공되고냉장 보관된 채 운반되고저장되며판매된다니콜라 트윌리(Nicola Twilley)는 자신의 신간에서 인공적인 냉각 시스템에 완전히 의존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찰한다.

오렌지 주스를 사기 전에그 주스는 265,000갤런의 끈적한 갈색 슬러시가 들어 있는 2층 높이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최대 2년 동안 보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그것은 오렌지 주스이지만수분과 휘발성 풍미 성분이 모두 제거된 상태다그 결과일반 주스보다 여섯 배 더 달지만오렌지 특유의 과일 향과 꽃 향은 사라진 단순한 시럽이 된다.

바나나는식료품점에서는 냉장 보관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사실 궁극적인 냉장 과일이다니콜라 트윌리가 말하듯, "빈틈없는 온도 제어 네트워크덕분에 바나나는 사치품이 아닌 글로벌 상품이 될 수 있었다저녁 식사로 사 온 샐러드 한 봉지도 단순한 비닐봉지가 아니다트윌리는 신간 ⟪프로스트바이트냉장이 우리의 음식지구그리고 우리 자신을 어떻게 바꿨는가⟫(Frostbite: How Refrigeration Changed Our Food, Our Planet, and Ourselves)에서 이를 설명하며그것이 "시금치루콜라치커리의 신진대사를 늦추고 저장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여러 층의 반투과성 필름으로 설계된 고도로 정밀한 호흡 조절 장치"라고 말한다.

미국인의 평균적인 식단에서 전체 식품의 4분의 3은 냉장 유통망을 거친다고 니콜라 트윌리는 설명한다이 냉장 유통망이란 창고선적 컨테이너트럭진열대가정용 냉장고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로고기우유그 외 다양한 식품을 농장에서 식탁까지 차갑게 유지하는 시스템이다소비자로서 우리는 "신선함"이나 "자연산같은 표현을 신뢰하지만트윌리는 인공 냉장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우리는 음식을 보존(및 저장)하는 기술에는 매우 능숙해졌지만그의 표현을 빌리면 "사과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엄청난 과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먹는 것그것의 맛재배된 장소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건강과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모든 것은 우리의 일상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인류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인공 냉장 기술에 의해 완전히 변화했다.”라고 트윌리는 말한다.

뉴요커에 자주 기고하고음식과 과학·역사를 연결하는 팟캐스트 <가스트로포드>(Gastropod)의 공동 진행자이기도 한 트윌리는신간에서 냉장 유통망의 이면을 파헤친다그는 "우리의 식품 시스템은 동상(frostbite)에 걸렸다냉장에 과도하게 노출된 탓에 손상을 입었다."고 결론짓는다그리고 우리가 얻은 편리함은 "다양성과 맛의 희생위에서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트윌리는 냉장이 현재 식품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부추기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대규모 농업과 단일경작의 확산과일·채소의 영양가 하락그리고 기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모두 냉장 기술과 연결된다고 본다특히 냉장은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기후 솔루션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드로우다운’(Project Drawdown)에서는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가장 중요한 조치로 냉매 관리를 꼽는다고 설명한다.

트윌리는 우리가 냉장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환경적영양적심지어 사회문화적 비용까지도 제대로 평가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그는 "내 책의 목표는 단순하다. '우리는 더 나은 방식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윌리는 과거에도 밀폐된 공간 연구에 여러 해를 투자했다전작인 ⟪증명될 때까지 안전하지 않다검역의 역사와 미래⟫(Until Proven Safe: The History and Future of Quarantine)는 그녀의 오랜 협력자이자 배우인 제프 마너프(Geoff Manaugh)와 공동 저술한 책이다그리고 흥미롭게도트윌리는 냉장 보관된 식품 또한 일종의 '검역상태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폴 로젠블랫(Paul Rosenblatt)은 사진 속에서 에틸렌 발생기(ethylene generator)와 함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은퇴하기 전까지 뉴욕 브롱크스에 있는 바나나 유통업체(Banana Distributors of New York) 시설에서 매년 100만 상자의 바나나를 출하했다. 니콜라 트윌리는 바나나를 "궁극적인 냉장 과일"이라고 표현한다.

그래검역과 냉장은 모두 공간과 시간을 활용하는 독특한 방식이다냉장을 통해 사람들은 음식을 위한 특정한 공간을 만들고그것을 일종의 타임머신처럼 작동하게 하여 유통기한을 연장하고 전 세계로 이동시킨다사람들은 지리를 조작하고 있다검역에서는 사람들이 공간과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이 질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는다결국둘 다 자연을 통제하는 문제다.

나는 냉장이 공간의 문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그것이 의미가 있다.

나는 우리가 음식이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든 거대한 인공 겨울대부분 보이지 않는 인공 극지 환경에 흥미를 느꼈다.

이 주제에 처음 흥미를 가진 것이 약 15년 전이었다그때는 모두가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마이클 폴란에릭 슐로서앨리스 워터스가 있었다새롭게 유행하는 모든 레스토랑이 팜 투 테이블이었다하지만 모든 초점이 농장에 맞춰져 있었고나는 그 과정의 ‘to ’ 부분즉 음식이 농장에서 식탁까지 어떻게 이동하는지 궁금했다폴란은 사람들이 사료공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도록 했고나는 사람들이 수확 이후 음식을 보관하는 공간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농장과 식탁 사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구조물을 구축했다모든 음식 애호가들이 농장을 방문할지라도그 중간 공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래서 그것은 공간적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냉장 기술에 필요한 모든 기계적화학적 조작은 당시 팜 투 테이블 운동이 주장했던 것과 정반대 방향이었다.

완전히 그렇다나는 그것이 대다수 사람들에게 거대한 사각지대라고 생각한다하지만 기자이자 작가로서사각지대야말로 항상 흥미로운 곳이다사각지대에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있다나는 사람들이 현대의 식품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냉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정작 이 주제를 깊이 다룬 적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신선함이 하나의 신념 체계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신선함을 인식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그리고 그것은 의도적으로 설계된 결과다기업들은 우유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다만 버리기 적합한 날짜와 판매 기한을 표시할 뿐이다. 1970년대에 널리 퍼진 이러한 날짜 표시는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지만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만약 사람들이 7월에 미국산 사과를 사면그 사과는 거의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있다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불편해한다그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른다.

1880년대사람들이 처음으로 냉장 보관된 식품을 접했을 때그들은 그것을 부도덕하고 위험한 것으로 여겼다그것은 마치 좀비 음식 같았다이전까지 사람들은 무엇이 신선한 음식인지 알고 있었지만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음식이 등장했다사람들은 속임수에 당하고 있다고 느꼈다그들은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느꼈다그들은 독살당하고 있다고 느꼈다실제로도 당시 창고 관리자들은 안전한 보관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에일부 음식은 정말로 유독할 수 있었다그런데 20세기와 21세기의 관점에서 보면사람들은 냉장되지 않으면 신선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사고방식이 바뀌었다.

나는 책에서 역사가 윌리엄 크로넌(William Cronon)을 인용한다그는 사람들이 냉장이 가져온 가장 큰 영향이 망각이라고 말했다냉장은 사람들이 음식의 원산지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했다이제 신선함은 확실한 근거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단순한 믿음 체계가 되어버렸다나는 책에서 차가움이란 열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나는 냉기란 실재하는 힘이 아니며독립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물리적 성질도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꽤 늦은 시점에서야 차가움이 실제로 무엇인지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나는 이렇게 생각했다기다려 봐나는 차가움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그리고 나는 곧 깨달았다사람들은 차가움을 만들지 않는다냉각은 단순히 열이 이동하면서 사라지는 느낌일 뿐이다그것은 정말 시적이다차가움은 부재다.

나는 연구의 하나로 냉장고를 만들어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했다그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열역학적 장치였다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인간이 존재한 이래로사람들은 차가움이 보존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인류는 대부분의 역사 동안 그것을 통제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갈릴레오프랜시스 베이컨레오나르도 다빈치로버트 보일 같은 사람들 모두가 차가움에 대해 고민했다차가움은 도대체 무엇인가그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최초로, 인위적으로 차가움을 만들어낸 사람은 18세기 후반 스코틀랜드의 의사 윌리엄 컬런이었다그러나 그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조차 알지 못했다그것은 거의 하나의 마술과 같은 것이었다사람들은 첫 번째로 불을 피운 인간이 무엇인가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그러나 최초로, 인공적으로 얼음을 만든 인간은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그것은 여전히 나를 놀라게 한다.

나는 과거의 사진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보고그것을 운반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1806년 프레데릭 튜더가 얼음을 운송하여 부자가 되려고 했다는 시도를 읽으면당시 모든 사람이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다그것이 나쁜 아이디어인 이유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그것은 무겁고미끄럽고차갑다그리고 그것을 선적할 수 있게 되는 순간그것은 녹는다모든 면에서 그것은 터무니없는 프로젝트였다그리고 당시에도 사람들은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그러나 만약 그가 없었다면사람들은 결코 대규모 냉장이 단순히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식품 유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냉장 기술을 발전시킬수록 우리는 결국 우리의 세계를 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부패와의 전쟁이었다냉장고는 부패를 멈추지 않는다그것은 단지 부패를 늦출 뿐이다우리가 부패를 극복했다고 믿는 감각은 엄청난 식량 낭비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냉장고를 금고처럼 취급한다무언가를 냉장고에 넣으면 그것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가정용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에는 쉽게 상하는 음식을 지금처럼 대량으로 비축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고결과적으로 소비자 수준에서 훨씬 더 많은 음식을 낭비하게 되었다우리는 슈퍼마켓의 끝없는 풍요로움에 속고 있다냉장고는 점점 커졌고많은 가정에서는 이제 냉장고를 두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사람들은 차를 몰고 마트에 가서 냉장고와 냉동고를 가득 채울 만큼 음식을 사들이지만결국 너무 가득 차서 안에 뭐가 있는지도 찾지 못하게 된다이러한 행동은 도시의 형태를 바꾼다집이 커지고도로가 확장되며매장은 더 넓은 주차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이 모든 것이 환경에 정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식품 보존이 반드시 냉장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내게 흥미로운 부분은 냉장 유통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면 그것을 다시 설계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우리는 더 맛있고더 건강하며환경에 더 이로운 식품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식품 보존에는 냉장 외에도 다양한 대안이 있다그중 하나가 ‘Apeel 코팅이다이것은 냉장처럼 호흡 속도를 늦추지만온도를 조절하는 대신 대기 환경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과일과 채소에 이 나노 코팅을 사용하면 냉장고에서 보관하는 것과 동일한 저장 수명을 얻을 수 있다냉장은 지난 100년 동안 해결책이었지만반드시 미래의 유일한 답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출처How Refrigeration Ruined Fresh Food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앨리슨 아리에프(Allison Arieff)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의 인쇄판 편집 디렉터다. 이전에는 도시 계획 및 정책 싱크탱크 SPUR의 편집 디렉터를 맡았으며,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오피니언 섹션의 정기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Dwell 매거진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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