렙톤 시대(Epoch of the Leptons)는 빅뱅 후 9초 동안 존재했다. 출처: Big Bang by Shutterstock
고대 그리스인들이 처음으로 크기가 없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 주변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존재를 인식했다고 흔히 이야기된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강력한 현미경을 통해 세상을 더 작은 단위로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기본 입자들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자연스럽게 궁금해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기본 입자들, 즉 아원자 입자(subatomic particles) 또는 기본 입자(fundamental particles)를 일부 발견했다고 믿고 있다. 이 입자들은 크기가 없기 때문에 내부 구조도 가질 수 없다. 이제 과학자들은 이 입자들의 성질을 설명하고, 그것이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기본 입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물질 입자(matter particles)로, 일부는 결합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성한다. 다른 하나는 힘 입자(force particles)로, 이 중 하나인 광자(photon)는 전자기 복사를 담당한다. 이러한 입자들은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따라 분류되며, 이는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들이 근본적인 힘에 의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물질 입자는 페르미온(fermions)으로, 힘 입자는 보존(bosons)으로 분류된다.
물질 입자: 쿼크와 렙톤
물질 입자는 크게 쿼크(quarks)와 렙톤(leptons) 두 그룹으로 나눈다. 각각 6개의 입자가 있으며, 이들은 서로 짝을 이루고 있다.
렙톤은 세 쌍으로 나뉜다. 각 쌍에는 전하를 띠는 입자와 전하가 없는 입자가 포함된다. 전하가 없는 입자는 매우 가벼우며 탐지하기도 어렵다. 가장 가벼운 렙톤 쌍이 바로 전자와 전자 중성미자다.
전하는 띠는 전자는 전류의 흐름을 담당하는 입자다. 반면, 전하가 없는 전자 중성미자는 태양에서 엄청난 양이 생성되며, 주변 환경과 극도로 약하게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지구를 거의 방해받지 않고 그대로 통과한다. 사실, 매초 약 100만 개의 전자 중성미자가 여러분 몸의 1cm² 면적을 그대로 통과하고 있다.
초신성 폭발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성미자가 방출되며, 이들은 핵융합 과정에서 생성된 원소들을 우주로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이루어진 탄소,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 그리고 지구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바로 이 과정에서 생성했다. 따라서 중성미자가 다른 기본 입자들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존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다른 두 쌍의 중성미자는 각각 뮤온(muon)과 뮤온 중성미자(muon-neutrino), 타우(tau)와 타우 중성미자(tau-neutrino)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전자의 무거운 버전처럼 보인다.
일반적인 물질에는 뮤온이나 타우 같은 입자들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들이 필요 없는 복잡한 요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빅뱅 직후 1~10초 사이의 우주에서 이 입자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시기는 렙톤 시대(Lepton Epoch)로 불리며, 이 시기에 우주의 구조가 형성되었다.
6개의 쿼크(quarks)도 세 쌍으로 나뉘며, 다소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위(up) – 아래(down)
▶ 맵시(charm) – 기묘(strange)
▶ 꼭대기(top) – 바닥(bottom) (과거에는 진리(truth)와 미(beauty)라고 불렸으나, 아쉽게도 이름이 바뀌었다)
위 쿼크와 아래 쿼크는 결합하여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를 형성하며, 이는 모든 원자의 중심에 존재한다.
일반적인 물질에서는 가장 가벼운 쿼크 쌍(위/아래)만이 존재하며, 나머지 네 개의 쿼크(맵시, 기묘, 꼭대기, 바닥)는 현재 우주에서는 역할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무거운 쿼크들은 초기 우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결국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현재의 우주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힘 입자
표준 모형에는 6개의 힘 입자가 있으며, 이는 물질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네 가지 기본 힘으로 나뉜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이다.
광자(photon)는 빛을 이루는 입자로, 전하를 띤 물체 간에 교환되면서 전기장과 자기장을 형성한다.
글루온(gluon)은 쿼크를 결합하여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하게 하며, 나아가 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결합해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드는 힘을 담당한다.
"W 플러스(W⁺)", "W 마이너스(W⁻)", "Z 제로(Z⁰)"라는 세 개의 입자는 중간 벡터 보존이라고 불리며, 방사성 붕괴 과정과 태양이 빛을 내는 핵반응 과정에 관여한다.
여섯 번째 힘 입자인 그래비톤(graviton)은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로 추정되지만, 아직 실험적으로 관측된 적은 없다.
NASA | 태양의 5년 타임랩스
반물질: 과학 소설 속 현실
우리는 반물질(anti-matter)의 존재도 알고 있다. 반물질은 공상과학 작가들이 특히 선호하는 개념이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반물질 입자들은 자주 관측되었으며, 예를 들어 양전자(positron, 전자의 반입자)는 의료 분야에서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을 이용해 우리 몸의 내부 장기를 영상화하는 데 사용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입자와 그 반입자가 만나면 서로 소멸하며 에너지를 방출한다. PET 스캐너는 바로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감지하는 장치다.
위에서 설명한 물질 입자들은 각각 대응하는 반물질 입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 반입자는 질량은 같지만 전하가 반대다. 따라서 물질 입자의 수를 2배로 늘리면(6개의 쿼크와 6개의 렙톤을 포함하여) 총 24개의 기본 입자가 된다.
물질 쿼크에는 +1 값을, 반물질 쿼크에는 -1 값을 부여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순수한 쿼크의 개수는 물질 쿼크와 반물질 쿼크의 합으로 결정되며, 이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충분한 에너지가 있다면, 물질 쿼크를 생성할 수 있지만, 이때 반드시 동시에 반물질 쿼크도 함께 생성되어야 한다. 초기 우주에서는 이러한 입자 생성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주로 우주선(cosmic rays)이 행성이나 항성의 대기와 충돌할 때만 이러한 입자들이 생성된다.
유명한 힉스 보손
표준 모형에서 설명하는 입자 목록을 완성하는 마지막 입자가 있다. 바로 힉스 보손(Higgs boson)이다. 힉스 보손은 50년 전 피터 힉스(Peter Higgs)에 의해 예측되었으며, 2012년 CERN(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에서 발견되었다. 이 발견으로 힉스와 프랑수아 엥글레르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힉스 보손은 특이한 입자로, 표준 모형 내에서 두 번째로 무겁고, 단순한 설명이 어려운 성질을 가진다. 흔히 힉스 보손이 "질량의 기원"이라고 불리지만, 이는 정확하면서도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힉스 보손은 쿼크에 질량을 부여하며, 쿼크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한다. 하지만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 중 단 2%만이 쿼크의 질량에서 비롯되며, 나머지 98%는 글루온(gluon)의 에너지에서 나온다.
이제까지 표준 모형에서 요구하는 모든 입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개의 힘 입자(force particles)
▶24개의 물질 입자(matter particles)
▶1개의 힉스 보손(Higgs boson)
총 31개의 기본 입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입자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으로 우주를 완벽히 설명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욱이, 이 입자들의 성질이 아직 충분히 정밀하게 측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들이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라고 확신할 수 없다.
앞으로 진행될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의 차기 실험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입자들의 특성을 더욱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남아 있다.
거대한 충돌기(The Great Collider). 출처: Image Editor, CC BY
하지만 이론은 여전히 틀렸다
표준 모형은 아름다운 이론이며, 지난 20년 넘게 수많은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검증되었다. 지금까지 표준 모형의 예측과 모순되는 측정값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이론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두 개의 기본 입자를 충돌시키면 여러 가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표준 모형은 이러한 결과가 발생할 확률을 계산하는데, 현재까지 실험한 에너지 범위에서는 정확한 예측을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에서는, 표준 모형이 몇몇 결과가 발생할 확률을 100% 이상으로 예측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명백히 말이 되지 않는 계산이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에서 논리적인 답을 제공하면서도 기존 표준 모형과 일치하는 예측을 유지하는 새로운 이론을 구축하려고 노력해 왔다.
가장 일반적인 수정 이론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매우 무거운 입자들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 입자들이 매우 무겁기 때문에 생성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추가 입자들의 성질을 적절히 설정하면, 모든 에너지 범위에서 타당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입자들은 표준 모형이 정확히 예측하는 기존 실험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러한 입자들의 수는 어떤 이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널리 연구된 이론 중 하나는 초대칭 이론(supersymmetry)으로, 현재까지 관측된 모든 입자에 대응하는 훨씬 더 무거운 짝 입자가 존재한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이 입자들이 너무 무겁다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 범위에서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의 차기 실험에서는 매우 높은 에너지를 다룰 예정이며, 만약 이 에너지에서도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모든 초대칭 이론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출처] Explainer: what are fundamental particles?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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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카이버드(Paul Kyberd)는 브루넬 대학교 런던 입자물리학 정보학 부교수다. 입자물리학자로서 CERN에서 CMS(Compact Muon Solenoid) 실험에 참여하고 있으며, 러더퍼드 애플턴 연구소(Rutherford Appleton Laboratory)에서 MICE(Muon Ionising Cooling Experiment)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