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과 사용자 측 간의 연금 개혁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노동총동맹(CGT)과 노동자의힘(FO)은 더 이상 여기에 참여하지 않으며, 자유직종 및 장인 직군 사용자 단체 또한 마찬가지다. 프랑수아 바이루(François Bayrou) 총리가 정년을 다시 62세로 낮추는 방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프랑스민주노동조합연맹(CFDT)은 여전히 64세 정년을 되돌리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그 전망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협상을 넘어서, 개혁을 이끈다고 여겨지는 이른바 ‘사회적 민주주의‘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025년 1월 14일 국정 연설에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2023년에 충분히 마무리되지 않은 연금 개혁이라는 고통스러운 쟁점을 다시 열었다. ‘고통스러운’ 이유는 이 개혁이 모든 프랑스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회에서 연금은 ‘두 번째 삶’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러한 인식은 이념적 환멸, 정치권이 오랜 시간 선전해 온 비현실적인 ‘또 다른 세계’에 대한 회의, 그리고 노동 현장에서의 체험이 점점 더 고통스럽고 열악하게 느껴진 데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연금은 더 이상 사회생활로부터의 은퇴, 나아가 ‘사회적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새벽, 새로운 세계에 대한 약속으로 기다려지는 것이 되었다. 이 시점을 늦추는 것, 즉 정년을 뒤로 미루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삶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심각한 불의로 여겨진다.
2023년 개혁 당시 실시된 여러 조사는 이러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2019년의 실패로 끝난 ‘포인트제 연금’ 개혁보다도 반대 여론은 더 강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3분의 2 이상(심지어는 전체 노동인구의 4분의 3까지)이 반대 입장을 보였고, 60% 이상은 강력한 사회운동이 정년 연장을 저지할 것이라고 믿거나 기대하고 있다.
이 개혁은 그 ‘불공정성’ 때문에 거부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당성 없음’ 때문에도 거부되었다. 개혁은 의회의 표결을 거치지 않고, ‘합리화된 의회주의(parlementarisme rationalisé)’ 메커니즘 중 하나인 헌법 제49조 3항을 통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정부가 불신임안을 피하는 한,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한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Ifop)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78%가 이를 ‘강행 통과’이며 ‘집단적으로 정당성을 상실한 행위’로 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초대 총리 엘리자베트 보른은 이 개혁의 목적에는 동의했지만, 추진 방식에서는 의견이 갈렸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민주주의를 외면했다. 이것이 개혁의 정당성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그토록 많은 분열과 갈등은 2025년 새 총리에게 기회가 되었다. 연금 개혁이 채택되고 시행된 지 거의 2년 만에, 그는 이를 극적으로 다시 의제로 올린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파트너들’-즉 노동조합을 지칭한다-과의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하며, 그 이유는 “보다 공정한 개혁을 위한 진전의 여지가 있다”고 노동조합이 밝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략적 재개를 시도한 바이루
왜 이런 반전이 일어난 것일까? 그것도 집권층에게 있어 처음도 아닌데 말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2006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의회를 통과했던 ‘최초고용계약(CPE)’이 강력한 사회운동 이후 빠르게 새로운 법안으로 대체된 바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 개혁 철회를 공식화하며 이를 ‘건설적인 사회적 대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대화는 실질적으로 형식적인 것이었지만, 결국 개혁은 철회되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민주기독교 운동 출신인 프랑수아 바이루가 제안한 ‘콘클라베(conclave)’는 무엇보다 전략적인 목적이 뚜렷했다. 그것은 마크롱 2기 정권의 상징적 사회 이슈였던 연금 개혁을 다시 열어, 보다 공정한 해결을 모색하는 척함으로써 국회 내 좌파 일부의 ‘선의의 기권’을 얻어내려는 시도였다.
처음부터 노동자의힘(FO)은 여기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이 참여를 거부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상징적으로 ‘콘클라베’라는 종교적 어휘 자체가 FO에게는 이질적이었다. FO는 스스로를 정치적·종교적으로 독립된 조직이라 규정해왔기 때문이다.
둘째, 사용자 단체인 프랑스기업운동(Medef)은 2023년에 정해진 퇴직 연령 64세를 철회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즉시 밝혔다. 이는 연금 제도 재정의 ‘회복 기반’으로 본 것이다. Medef의 대표 파트리크 마르탱은 물론, FO의 사무총장 프레데릭 수아요 역시 이른바 ‘콘클라베’가 비공개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정부가 사회적 파트너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우선, 사회 재정 적자에 대한 과장된 발언들, 그리고 2월 26일 총리가 보낸 매우 협소한 ‘가이드라인 서한’을 통해 드러났다.
이러한 조건은 Medef의 강경함을 부추겼고, FO는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결국 ‘콘클라베’는 애초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는 결국 3월 16일 <프랑스 앵테르>(France Inter)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루 총리가 “62세 혹은 63세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공식화되었다. 이에 따라 CGT는 2023년 개혁 ‘폐기’가 포기되었다며 즉각적으로 협상장을 떠났다. 자유직종·장인 조직 사용자 단체(U2P) 역시 반대되는 이유에서 얼마 전 협상을 떠났다. 이들은 “사회보장제도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민주주의의 도구화
이 개혁의 본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사회적 민주주의의 도구화, 그리고 그 한계에 있다. 이 민주주의는 엘리자베트 보른과 프랑수아 바이루 두 사람에 의해 번갈아가며 동원되었다. 보른 총리는, 아마도 당시 예상되던 사회운동을 지연시키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마크롱이 원했던 속전속결 방식의 개혁에 반대했다. 그는 사용자와 노동조합을 상대로 일련의 매우 제한된 협의를 진행했다. 이 협의는 모든 조직이 참여한 ‘다자 회의’로 시작해, 각 조직과 개별적으로 진행된 ‘양자 회의’로 이어졌지만, 결국 정부의 방침을 바꾸지 못했고 노동조합들을 설득하지도 못했다. 당시 CFDT 협상 대표였던 이반 리코르도(Yvan Ricordeau)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방향을 바꿀 여지는 전혀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들은 2023년 1월부터 본격적인 ‘개혁 철회’ 동원에 나서게 되었다.
프랑수아 바이루 역시 다시 사회적 민주주의를 들고 나왔다. 이는 앞서 말했듯 전술적 목적도 있었지만, 감사원 및 다른 통계를 인용해 사회보장 재정의 불균형 문제를 여론에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민주주의는 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결과에 대한 의무도 없고, 실질적인 수단도 없다. 정부는 이를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용하고, 사회적 파트너들 역시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활성화하려 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이용한다. 2023년처럼 전면적인 반대 전선을 형성할 때는 연대하지만, 실제로 공통된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다. 그러나 과거에는 달랐다. 오래전 그들은 퇴직 연금 보완제도와 실업보험을 공동으로 설계한 바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사회적 파트너들
실제로 사회적 파트너들은 대표성 확보와 그에 따른 자원 배분을 두고 서로 경쟁한다.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는 프랑스식 중앙집권적 정치문화에 익숙해져 있으며, 수평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기보다는 정부와 직접 협상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2000년대 이후, 노동법 제L1조는 고용관계 또는 직업훈련과 관련된 모든 개혁 이전에 사회적 파트너와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보장제도-즉 연금-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이 반복되는 혼란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연금 문제에 관해서는 전국적 대표성을 가진 8개 파트너 단체 중 5곳이 여전히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민간 부문 연금제도의 강화를 위한 논의를 원하고 있다. 이 제도는 여전히 취약하고 불평등한 요소를 많이 안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Négociations sur les retraites : démocratie sociale ou mascarade politique ?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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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안돌파토(Dominique Andolfatto)는 부르고뉴 유럽 대학교(Université Bourgogne Europe) 정치학 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