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시린 겨울은 끝이 날까.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광장의 불빛들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6번 출구에서는 3일 오후 7시부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하는 '윤석열 8대0 파면 촉구 끝장대회'가 열렸다. 안국역 사거리를 지나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까지 전 차로를 가득 매운 시민들은 “주권자의 명령”이라면서 “헌법재판소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8대0 만장일치로 파면하라”고 함께 외쳤다.

정영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이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끝장대회’의 여는 발언에서 “윤석열의 파면은 마땅하다. 파면의 이유는 우리가 지난 123일간 거리에서 말해왔듯 차고 넘친다”면서 “남태령, 한강진을 거쳐 이제 안국역에서의 밤도 지나, 드디어 내일이 선고의 날”로 “반드시 파면 선고가 내려질 것이다. 그것이 정의고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라 소리 높였다.
정영이 공동의장은 “만약 천만 분의 1이라도 파면이 아닌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의 노여움은 그간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나섰던 역사처럼, 도도한 민중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오늘 광장에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결의한 것처럼, 지금껏 광장을 지켜왔던 시민들과 함께 농민들도 사생결단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내란 극우세력을 민중의 손으로 심판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파면은 새로운 사회로 가는 출발이다. 파면 이후 우리 모두가 꿈꿔왔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평화롭고 평등한 즐겁고 아름다운 민의의 광장을 열어가자”라고 말했다.
'윤석열 8대0 파면 촉구 끝장대회' 현장 사진. 참세상.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광화문 서십자각 대로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윤석열 파면 기각 시, 즉시 현장을 멈추고 거리로” 나서 전면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대의원 재적 인원 1,782명 중 1,177명이 참석해 성사되었고, 만장일치로 ‘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노총 투쟁 방침의 건”을 가결했다.
문용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윤석열이 파면되지 않고 기각된다면, 4만 3천 조합원과 함께 강력한 총파업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임봉 지부장도 “헌재가 파면을 기각한다면 민주주의 수호를 포기하고 민주주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총파업으로 항쟁하면서 돌파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안규백 한국지엠 지부장은 “총파업으로 내란 수괴 파면을 넘어 이 세상의 개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힘 주어 이야기했다.
대의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안국역으로 이동해 확대간부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저녁부터 시민들과 함께 비상행동 집회에 참여한 후 오후 9시 30분부터 노동자・시민 한마당을 열고 선고일인 4일까지 철야 노숙 농성을 이어간다.
헌재 인근 안국역 사거리 일대에 모인 노동자·시민들은 4일 헌재의 파면 선고로 “윤석열은 끝장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이라며 “파면 선고까지 남은 시간, 함께 광장을 지키겠다”고 마음을 모으고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안국역 일대에서 철야 농성 후 다음날 오전 헌재의 선고를 함께 거리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촛불행동은 3일 밤부터 4일 오전까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철야 집회를 이어간다.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현장 사진. 민주노총 제공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진영도 세를 모으고 있다. 전광훈 목사를 주축으로 한 자유통일당 등 탄핵 반대 진영은 2일 밤부터 안국역 5번 출구 인근 천도교 수운회관 앞에서 탄핵 반대 철야 농성을 벌였다. 3일 오후 같은 자리에서 열린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000여명이 참여했다.
전남에서 자영업을 하는 20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년은 “내일 결론은 여러 정황상 기각일 것”이라며, “기각 이후에는 딱 두 가지, 간첩법 개정과 민주당 해산만 외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을 비롯한 반국가 세력들을, 싹다 해산시키고 감옥에 처 넣어야”한다며, “제2의 건국을 대통령님과 함께 이뤄내자”고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기탄핵 원천 무효, 당연 기각” 피켓을 들고 충정가를 부르며 “죽을 각오 되어 있냐?”는 사회자의 외침에 “죽을 각오 되어 있다”고 답하면서 내일 파면 결정시 강력한 투쟁을 다짐하기도 했다.
집회 현장 한 켠에는 국민의힘 시위 천막도 자리하고 있었다.
극우 진영 탄핵 반대 집회 현장 사진. 참세상
자유통일당 등은 이날 밤 10시까지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간 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으로 자리를 옮겨 '밤샘 철야 집회'를 진행하고 4일 오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또 다른 극우 단체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은 4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으로 집결한다고 알렸다.
헌재 앞 경찰 차벽. 참세상
한편 경찰은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반경 150m를 ‘진공 상태 구역’으로 관리하고 3일 오전 9시, 서울에 비상근무 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을호비상’을 발령했다. 헌재 선고 당일인 4일에는 모든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는 비상근무 최상위 단계인 ‘갑호비상’을 전국에 발령할 계획이다. 경찰은 한남동 일대에도 기동대를 대거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에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를 탈취하려는 등 물리적 충돌을 벌여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밤은 깊어 가고 결정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4일 오전 11시, 헌재의 주문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