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은 늘 성소수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고용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으며 쿠팡과 같은 플랫폼 노동은 생계를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 저는 오늘, 파업에 나선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이 바로 우리의 투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성소수자 노동자 A씨
"쿠팡에서 투쟁하여 노동조건을 바꾸고, 성소수자에게, 이주민에게, 장애인에게, 성노동여성에 게 쏟아지는 '네가 설 곳은 여기 뿐이야' 라는 혐오의 한 고리를 끊어내고 싶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폭력 아래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꾸만 분노가 위가 아닌 아래로 흐르는 이 사회에서, 혐오에 맞서고, 자본과 맞서고, 자본과 결탁한 극우정치에 맞서고 싶습니다." - 최효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불안정노동의 권리는 곧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리”이고 “쿠팡 노동자의 파업은 쿠팡에서 일하는 성소수자 노동자의 투쟁”이라며 14일 쿠팡 불매 운동과 15일 쿠팡 노동자 2차 파업에 연대한다고 밝혔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쿠팡 등 플랫폼 노동 경험이 있는 성소수자 당사자 노동자들이 여럿 함께했다.
쿠팡노동자 파업 지지 성소수자 노동자 기자회견 현장.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제공
“소수자 일자리의 최저선으로 여겨지는 쿠팡”…”존엄과 인권 박탈해”
성소수자 노동자 A씨는 “언제든 고용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는” 성소수자 노동자들에게 “쿠팡과 같은 플랫폼 노동은 생계를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파업에 나선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이 바로 우리(성소수자 노동자)의 투쟁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A씨는 “(노동조합)과는 대화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쿠팡과, 폭염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며 “14일 로켓 배송 하루 불매에 함께하며 15일 쿠팡 노동자의 파업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조민 씨는 “쿠팡은 노동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지 않고, 단지 이 노동자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인지, 올릴 사람인지만을 궁금해한다”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지는게 죽기보다 싫어, 일터를 구하기 어려운 삶”이 존재해, “찜통 물류센터가 어떤 사람에겐 최선의 선택”이 되고, “쿠팡 물류센터에는 실제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 다수가 일하고 있다”는 현실을 짚었다.
조민 씨는 또한 “때론 사람들이 쿠팡 물류센터를 일자리의 최저선으로 상정하고, 소수자에게 ‘사지 멀쩡하면 쿠팡 가라’는 말을 한다”고 소개하며 “그런데 쿠팡 물류센터는 강도 높은 노동을 장시간 해야 해서 철저한 익명성이 보장될 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권은 철저히 박탈당하는 공간”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수자가 갈 수 있는 일자리의 최저선으로 여겨지는 쿠팡을 바꿔야 한다는”, “소수자 시민에게 왜 쿠팡에 가지 않느냐고 묻는 대신 쿠팡 자본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이야기했다.
“모두의 존엄 위해 쿠팡을 멈추자”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성소수자들과 연대자들이 21세기 자본주의의 심장부, 존엄성 상실의 가장 극악한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쿠팡’ 앞에 서, 함께 쿠팡 불매를 외치고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외치고 있다”면서 “이 만남은 너무나 소중한 발자취로 기억될 것”이라 이날 기자회견의 의미를 환기했다.
이 대표는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배제 당하는 쿠팡의 노동자들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사회적으로 배제당해온 성소수자들이 함께 이중적 배제의 현실을 극복하자고 목소리 높인다”면서 “배제와 배제가 겹치는 가장 극악한 삶의 여건에 놓여져 있는 이 현실 앞에서 쿠팡의 노동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한편 소수자들의 삶의 권리가 보장되는 길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밝히고, “배제당한 자들이 모여 누구도 배제당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연대한다”, “모두의 존엄을 위해 쿠팡을 멈춰 세우자”고 힘 주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의 케이 비상대책위원회장은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자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면서 “동료시민들이 일하다가 더위에 쓰러져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자”고 호소했다.
쿠팡노동자 파업 지지 성소수자 노동자 기자회견 현장.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제공
“혐오에 맞서, 자본에 맞서”
연대 발언에 이어, 최효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이 쿠팡 당사자 노동자로서 고민과 바람을 나누었다.
최효 지회장은 “이 투쟁이 쿠팡물류센터라는 한 사업장의 벽을 넘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느새 ‘사지 멀쩡하고 돈 없으면 쿠팡 가라’라는 말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라며 “쿠팡물류센터의 노동 조건을 개선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노동의 전체 기준을 올려서, 이 분열의 말, 혐오의 말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최 지회장은 “쿠팡에서 투쟁하여 노동조건을 바꾸고, 성소수자에게, 이주민에게, 장애인에게, 성노동여성에게 쏟아지는 ‘네가 설 곳은 여기 뿐이야’라는 혐오의 한 고리를 끊어내고 싶다”면서 “자꾸만 분노가 위가 아닌 아래로 흐를 이 사회에서, 혐오에 맞서고, 자본과 맞서고, 자본과 결탁한 극우정치에 맞서고 싶다”고 밝혔다.
“비정규불안정노동의 권리는 곧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리”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이날 회견문에서 “누구나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쿠팡지회의 투쟁이 우리 모두의 싸움인 이유”라며 “그중에서도 성소수자 노동자, 특히 트랜스젠더 노동자에게 이 주장의 무게는 배가 된다.”고 짚었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이 차별 받는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지속적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까닭”으로 “그렇기에 성소수자 노동자는 자연스럽게 비정규불안정노동의 자리로 내몰리고, 쿠팡의 일용직과 계약직 노동은 그 대표적인 예시”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비정규불안정노동의 권리는 곧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리”이고 “나아가 쿠팡 노동자의 파업은 쿠팡에서 일하는 성소수자 노동자의 투쟁”이라며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은 이달 1일, 1차 하루 파업을 진행하고 쿠팡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4일에는 ‘택배없는 날’에 불참하는 쿠팡을 규탄하며 하루 불매 캠페인으로 “로켓배송 없는 날”을 만들고, 다음달인 15일에는 2차 하루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는 △2시간 이내 20분 휴게시간 보장 △현장 에어컨 및 휴게공간 확충 △국회청문회 약속 이행 △임단협 체결,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