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론 자유의 종말, 지미 라이 유죄 판결

이번 주, 156일에 걸친 재판 끝에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지미 라이(Jimmy Lai)가 선동 혐의와 외국 또는 외부 세력과의 공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라이는 현재 종신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2020년에 도입된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유죄가 인정되었다.

의류기업인 지오다노를 창업했고, 빈과일보의 발행사인 넥스트디지털을 창업한 지미 라이. 출처: 현지 방송 화면 갈무리

2019년 홍콩 시위 당시라이와 그가 소유했던 언론사 애플 데일리’(Apple Daily, 빈과일보(蘋果日報)) 는 민주화 활동가들의 관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이 매체는 홍콩 정부와 베이징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독자들에게 민주화 집회와 시위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애플 데일리와 지미 라이는 검열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로운 언론이라는 민주적 이상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의 유죄 판결은 이러한 이상에 가해진 중대한 타격을 의미한다.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는 끝났는가?

홍콩 국가보안법이 도입된 이후 수년 동안 언론의 자유는 점진적으로 제한되어 왔다지미 라이의 유죄 판결은 이제 그 자유가 사실상 완전히 종식되었음을 상징한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홍콩은 2002년 세계 18위를 기록했다이후 2005년에는 39위로 떨어졌고, 2019년에는 73위까지 하락했다.

2020년 국가보안법이 도입된 뒤곧바로 위축 효과가 나타났다많은 친민주 성향 언론과 비정부기구들이 빠르게 해산했다.

여기에는 애플 데일리와 홍콩의 마지막 야당 정당이었던 민주당도 포함되었다.

현재 홍콩은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서 140위까지 추락했다국경없는기자회는 홍콩의 언론자유 상황을 나쁨” 혹은 매우 심각함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라이의 재판은 단순한 자기검열의 단계에서특정 언론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공식적 입장으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이는 정부가 반대 의견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읽힌다.

홍콩의 언론은 이제 대안적 견해나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제시하는 통로로서의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법치에서 법에 의한 지배로

영미법 전통에서는 입법에 어느 정도의 모호성이 포함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이는 법원이 각기 다른 사건의 맥락에 따라 법의 정신이나 목적을 해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허용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2020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에서는 무엇이 국가안보 위반에 해당하는지 전혀 정의되어 있지 않다이로 인해 사실상 거의 모든 행위가 국가안보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2022년 7유엔 인권위원회는 이 법과 국가안보’ 개념의 불명확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러한 모호성은 홍콩 시민들은 어떤 행동이 베이징의 정치적 권위를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될지 알 수 없게 만든다.

라이의 유죄 판결(그리고 47명의 친민주 인사들에 대한 유죄 판결), ‘국가안보의 한 가지 가능한 정의가 베이징의 정치적 의제에 반하는 모든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법 신뢰에 대한 타격

라이의 유죄 판결은 홍콩 사법 제도에 대한 공적 신뢰에도 중대한 타격을 입혔다.

홍콩에서는 사법 독립이 이른바 기본법(Basic Law)에 헌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이 법의 여러 조항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법원은 독립적이며 외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사법부 구성원은 직무 수행과 관련해 법적 책임으로부터 면책된다△판사는 홍콩 행정장관이 임명하되지역 판사와 법조인그리고 각계의 저명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위원회의 추천을 따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곧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잉글랜드·웨일스 변호사회 산하의 독립 국제 인권기구인 바 인권위원회(international human rights arm of the bar)는 홍콩 사법부 내에서 사건이 어떻게 배당되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국가안보 사건은 별도의 재판 절차를 따르며특정 판사단이 이를 담당한다이 판사들은 정치적으로 임명된 국가안보위원회와 협의해 행정장관이 지정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국가보안법 도입 이후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 사법 제도의 공정성법원의 중립성법치에 대한 인식이 크게 하락했다.

라이의 재판은 홍콩 법원에 대한 공적 신뢰와 확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상징한다실제로 소셜미디어에서 라이를 지지하는 주요 구호 가운데 하나는 법치는 죽었다이다.

일국양제의 종말인가

라이의 유죄 판결은 중국의 정치 체제를 도전하려 했던 시도가 실패로 끝났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한다고 인식될 수 있는 모든 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되고, ‘국가안보’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Hong Kong pro-democracy publisher convicted of sedition, in major blow to press freedom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야오타이 리(Yao-Tai Li)는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시드니(UNSW Sydney) 사회학·사회정책 선임강사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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