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을 기다렸다. 더는 미룰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공·민간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의 차별 철폐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선다.
"공공운수노조 비정규직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 현장. 공공운수노조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주한 불평등한 노동 현실에 대한 정부의 대책 수립과 이행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새 정부 100일은 내란의 겨울을 투쟁으로 이겨낸 노동자와 시민들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짚고는,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노동 현장에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는 “정부가 최근 산재 분야 등에서 일부 진전된 입장”을 내고 있으나, “안전운임제 후퇴, 공무직위원회법 제정에 미온적인 태도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우려가 크다”면서 “더 이상 ‘다음’으로 미뤄질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오는 9일과 10일, 각각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과 공무직 노동자 100명의 행진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100일, 비정규직 노동자들 위해 무엇을 했나”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100일 동안 노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간절한 요구를 갖고 수 차례 집회와 기자회견, 면담, 간담회 등을 진행해왔다”고 환기하면서, 그러나 “새 정부 정책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내용은 선언적 의미로 몇 줄 들어간 것이 다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어렵게 노조법 2·3조가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질적인 적용방안은 여전히 미지수”라고도 짚었다.
김 부위원장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에는 “시민들을 위한 공공부문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중앙·지방·교육기관의 공무직 노동자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자회사 용역·하청의 간접고용 노동자들, 화물·라이더·방과 후 강사 등 특고·플랫폼 노동자들까지”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는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서 우리 모두의 삶을 바꾸는, 차별을 없애는 투쟁을 하겠다”면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불평등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를 위한 우선 과제로 “공공부문 공무직·무기계약직·자회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해소”를 위해 정부와 직접 교섭 창구를 제도화하기 위한 공무직위원회법 제정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공공과 민간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할” 제도적 토대로, 중간착취 금지와 포괄 고용승계법, 고용정보 공시 책임 제도화를 내용으로 하는 간접고용노동자 보호 3법 제·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덧붙여 “위험한 일터에서, 불안정한 수입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목소리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노조법에서도 빠진 노동기본권, 안전하게 일할 권리, 적정임금, 공정거래법 개정, 그리고 사회안전망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 것을 우리는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이 땅 모든 일하는 사람들 위한 약속 되어야”
변종배 화물연대본부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는 매년 동료를 잃고 있다”면서 “경쟁적으로 더 빠른 배달을 독려하며, 사고의 위험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행태와, 이를 방기하는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산재 없는 나라’는 도로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에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 땅의 모든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라이더 사망사고의 슬픈 역사를 끝낼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화물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여 쟁취한 ‘안전운임제’는 사고를 줄이고 노동자의 생계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제도임이 증명”되었음에도, “3년 일몰제라는 족쇄에 또 묶이고 말았다”면서 “안전운임제의 상시화와 적용확대를 위한 정부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적용도 받지 못하고, 기업의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에 속수무책”인 배달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임금 구조를 환기하면서,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리한 경쟁을 막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특고·플랫폼 부분에 ‘안전운임제’와 같은 적정임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수석부위원장은 이와 함께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을 “노동조합을 ‘사업자단체’로 간주하고,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부당한 담합으로 규제하려는 시도”라 규정하고 “정부는 노동자를 사업자로 둔갑시키는 꼼수를 멈추고, 노동조합 활동의 정당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사회보험에 가입하고, 실업, 질병, 재해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포괄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그는 끝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는 일부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구호가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약속이 되어야 한다”면서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은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힘 주어 말했다.
"100일을 기다렸다.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 수립하라!". 공공운수노조 제공
“정부가 모범사용자로 거듭나야, 한국사회 전체 노동자 권익 강화될 것”
이홍준 민주우체국본부 우편공무직지부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여러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우리 노동현장에는 근본적 변화가 오지 않았다”면서 “특히, 정부가 사용자인 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데에는 아직도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차별 사례로 명절상여금 문제를 짚고는, 이를 비롯해 공무직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여러 노동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이고 체계적인 노정협의체”로서 공무직위원회의 제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덧붙여 “이재명 정부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민주노총은 비판만 하느냐고 하시는 분도 있으리라 본다”면서, “그러나 노동정책은 일하는 모든 사람의 생존과 행복이 걸린 문제”로 “정부가 모범사용자로 거듭나 공무직 노동자가 일할 맛 나는 일터로 발전해야, 한국사회 전체의 노동자의 권익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투쟁의 사회적 의미를 환기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
이동열 한국가스공사 S&P지부 대외협력부장은 지난 2017년 당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이후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자회사 전환에 이르렀던 경험을 환기하면서, “어렵게 이루어진 자회사 전환은 이름 뿐”이었고, 정부와 사측이 약속한 “정규직화는 껍데기에 불과해 여전히 저임금과 차별, 불안정 노동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공공기관 자회사는 수익사업을 하지 않고, 예산을 원청인 모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함에도 “우리의 교섭 상대는 권한이 없는 자회사”라며, “모회사가 예산과 인력, 경영을 통제하면서도 교섭에는 책임지지 않는 이 모순적인 구조는 자회사 노동자의 권리를 철저히 무력화시키고 저임금과 차별의 악순환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가스공사뿐만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한전kps 비정규직, 도서발전 노동자 등 여러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에 대한 합의를 얻고도, 여전히 민간 용역 상태로 방치돼” 있고, “전환 대상조차 되지 못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도 짚었다.
이 대외협력부장은 덧붙여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는 왜곡된 기준으로 이같은 현장의 모순을 심화시켜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 개선을 억제하고 차별과 착취 구조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면서 “평가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예산을 잘 썼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동열 부장은 그러면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 강조하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규직 전환 합의 후 미전환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즉시 이행 △전환 대상도 못 된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 △현재의 용역형 자회사가 아닌 정규직 전환 취지에 맞는 새로운 정책 설정과 가이드라인 전면 재정비를 촉구했다.
이재명 정부 100일, 비정규직 대책 수립 요구 노동자 행진 웹포스터. 공공운수노조 제공
공공운수노조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같은 고민과 바람을 너르게 알리기 위해, 오는 9일과 10일 서울 도심 행진을 진행한다. 9일에는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이 오후 2시 용산역 건너편 잔디 광장에서 약식집회를 갖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한다. 10일에는 공무직 노동자 100명이 오후 2시 같은 경로로 행진에 나서 힘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