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SPC 계열사에서는 최근 5년간 997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고,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반복되는 사고의 배경에는 야간노동과 인력부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공항도 예외가 아닙니다.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인천국제공항은 국내 최대 공항이자 ‘세계 1등 공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연속된 야간노동과 과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천공항공사는 지금의 공항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일해 온 노동자의 건강 문제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끔찍한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3월 15일, 야간근무 중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19일과 20일에는 야간근무 중이던 두 명의 노동자가 연달아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8월 26일에는 또 다른 노동자가 야간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두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지난 8월 12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열린 전국공항노동자연대 투쟁선포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안전한 일터와 안전한 공항을 만들자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제공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자회사 ‘운영서비스’에서는 작년 한 해에만 23건의 산재가 발생했습니다. 회사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치(8건)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인천공항공사 및 자회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의 95%가 보안, 시설관리, 운영서비스 등 자회사 직군에 집중돼 있습니다. 인천공항공사 본사 노동자는 교대제 개편으로 연속야간근무가 폐지됐지만, 자회사 노동자들은 여전히 연속야간근무를 강요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속야간노동은 단순히 “힘들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면장애, 심혈관 질환, 뇌졸중, 우울증 등 수많은 연구에서 그 위험성이 입증된 야간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물질입니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야간작업은 주간작업보다 사고 발생 위험이 30% 더 크며,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연속야간작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자회사 노동자들은 수십 년째 연속야간노동을 강제하는 3조2교대 근무형태에 묶여 있습니다. 모회사는 연속야간근무를 없앴지만, 자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022년 파업투쟁을 통해 4조2교대 전환에 합의했음에도 모회사의 반대로 지금까지 이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올해만 2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쓰러졌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자회사 노동자들이 연속야간노동에 시달리다 죽어가는 현실을 외면한 채, 모회사의 수익만을 앞세우는 야만적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노동자가 병들고 쓰러지는 현실은 결코 정상일 수 없습니다. 공항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입니다. 보안 노동자가 졸음과 피로에 시달리고, 시설관리 노동자가 과로 속에서 설비를 다룬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연속야간노동의 폐지와 4조2교대 전환을 위해 10월 1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공항노동자의 건강은 더 안전한 공항,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24시간 불빛을 지켜온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생명과 공항의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지난 6월 17일 오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열린 연속야간노동 폐지 촉구 기자회견.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연속야간근무를 강제하는 3조2교대를 폐지하고, 노사 합의에 따른 4조2교대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제공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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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훈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안전보건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