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미국이 친환경 기술 산업에서 철수하고 동맹국들에도 같은 길을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의 녹색 전환을 이끌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넷 제로 산업 정책 연구소(Net Zero Industrial Policy Lab)’에서 발표한 새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중국의 해외 청정기술 제조 투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보고서는 NZIPL 펠로우 샤오캉(해롤드) 쉬에(Xiaokang [Harold] Xue)와 런던정경대(LSE) 기후변화 및 환경 그랜섬 연구소의 선임 정책 펠로우 마티아스 라르센(Mathias Larsen)이 공동 집필했다.
투자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2011년 이후 중국 기업들은 54개국에서 461개의 녹색 제조 프로젝트에 걸쳐 2,2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중 88%가 2022년 이후에 집중되었으며, 물가 상승을 반영해 조정하면 이 금액은 2,000억 달러 규모였던 ‘마셜 플랜’을 능가한다.
지금은 기후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청정에너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원이 되고 있는 시기다. 그러나 미국은 이 전환을 주도하거나 참여하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발을 빼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국 내에 대규모 녹색 투자를 단행하고,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풍력 터빈, 그린 수소에 이르는 녹색 공급망 전반에 걸쳐 통제력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제 그 역량을 개발도상국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전체 프로젝트 중 75% 이상이 글로벌 사우스의 산업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다.
<블룸버그>의 데이비드 피클링(David Fickling)은 쉬에와 라르센의 연구를 토대로 한 보도에서 이러한 흐름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지금 베이징은 값싸고 깨끗한 전력, 일자리, 무역, 번영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워싱턴이 내놓는 것은 관세, 정책 혼란, 백인 민족주의 밈,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급습 후 수갑 찬 한국 노동자들뿐이다. 이것으로는 21세기의 전략적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NZIPL 공동 디렉터이자 뉴스레터 <폴리크라이시스>(Polycrisis) 공동 저자인 팀 사하이(Tim Sahay)가 마티아스 라르센(Mathias Larsen)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연구가 보여주는 새로운 글로벌 녹색 전환의 양상과, 오늘날 세계 경제사에서 이 순간이 지니는 중대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COBCO, 모로코 조르프 라스파르(Jorf Lasfar)에 위치한 중국-모로코 합작 리튬이온 배터리 부품 제조사
팀 사하이: 중국의 녹색 기술 분야 지배력은 지금 세계 각국의 정책 결정자, 분석가, 산업계 인사들 사이에 큰 불안을 낳고 있다. 최근 화두는 과잉 생산과 덤핑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중국이 자국에서 생산한 녹색 제품을 수출하는 대신 해외에 현지 공장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졌다. 지금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건가?
마티아스 라르센: 우리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요약하면, 중국의 청정기술 제조업 해외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흐름은 투자 대상국의 발전을 지원할 뿐 아니라, 글로벌 녹색 전환에도 기여하고 있다.
핵심적인 시사점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로 투자 규모다. 총액은 2,000억 달러를 넘어 2,500억 달러에 근접하고 있고, 2022년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 연간 거의 1,000억 달러에 도달했는데, 이건 2018년에 일대일로(BRI) 인프라 대출이 정점이었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유럽에 제공한 마셜 플랜 전체 규모가 약 2,000억 달러였다. 마셜 플랜은 유럽을 미국의 기술과 표준에 종속시켰기 때문에, 지금 이 투자 규모를 보면 앞으로 비슷한 구조가 재현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2024년에 중국의 국내 녹색 제조 투자 규모는 3,400억 달러였고, 해외 녹색 해외직접투자는 700억 달러 정도였다. 대략 5분의 1 수준이었다. 자산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중국 국내 녹색 제조 자산은 약 1조 달러인데, 해외는 2,000억 달러를 넘기면서 비율이 똑같이 5분의 1로 수렴하고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점은, 이 투자의 증가 속도다. 일대일로 초기에는 대부분 인프라 대출이었고, 2018년에 연간 1,000억 달러 규모로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그 이후 곤두박질쳤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사실상 중국의 해외 투자나 대출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2022년부터 우리가 추적하는 해외직접투자 흐름이 다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5년 수치는 다소 정체될 수도 있지만, 연간 1,000억 달러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현상을 ‘일대일로 2.0(BRI 2.0)’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포인트는 프로젝트들의 진행 상태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식별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아직 실제 가동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즉, 생산 능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까지는 1~2년 정도가 더 걸릴 거라는 뜻이다. 바로 그 시점이 되면, 해당 프로젝트들이 투자 대상국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 기술들이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확산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네 번째는 기술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이 투자들은 대부분의 녹색 기술을 포괄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즉, 우리가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중국의 녹색 기술 지배력이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풍력 투자는 다소 적긴 하지만, 여전히 일부는 포함되어 있다.)
다섯 번째는 바로 그 세계화의 폭에 대한 이야기다. 이 투자들은 모든 대륙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데이터베이스의 범위에 대해 간단히 덧붙이자면, 이는 해외에 투자한 중국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다른 나라 기업이나 중국 내 국내 투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이 데이터는 투자만을 집계하며, 기존의 일대일로(BRI)에서 주요했던 ‘대출’은 포함하지 않는다. 우리는 제조업에 초점을 맞췄고, 그중에서도 특히 청정기술 제조업에 집중했다. 이전에도 이런 해외 투자 흐름을 추적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그 범위가 제한적이었고, 그저 ‘중국이 뭔가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만 줄 뿐, 행동의 규모나 그 파급력에 대해서는 명확한 그림을 제공하지 못했다.
팀 사하이: 중국 민간 기업들이 이렇게 해외로 나가면서 공급망을 국제화하는 동기는 뭐라고 봐야 할까? 이건 중국의 민간 자본주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전략일까, 아니면 수용국이 자국 개발 전략 차원에서 유치하고 있는 걸까?
마티아스 라르센: 몇몇 국가는 이런 투자를 통해 분명히 많은 이익을 얻고 있고, 이건 명백히 그 나라의 자체 개발 전략의 일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데이터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는 건, 중국 기업들이 움직이는 데는 세 가지 주요 동기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수용국 시장 접근이다. 많은 국가들이 녹색 기술이 자국 경제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완제품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가면, 자국의 산업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생긴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관세나 현지 부품 조달 요건 같은 정책을 도입해서 가치사슬 일부라도 자국에 머무르게 하려 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이 그렇다.
두 번째는 제3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다. 미국이나 EU처럼 큰 시장들이 중국산 직접 수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청정기술 기업들은 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국가에 제조시설을 세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모로코가 대표적인 예다. 이 나라는 미국,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어서, 그 경로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원자재 확보다. 제조 규모가 커질수록, 니켈, 코발트, 리튬 같은 핵심 광물 자원의 수요도 같이 커진다. 물론 채굴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광물 가공도 투자 대상국 안에서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인 사례디. 이 나라는 중국과 협상을 통해 자국 내에서 공급망의 더 큰 가치 비중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팀 사하이: 그렇다면 이렇게 중국이 해외 청정기술 제조에 투자하는 흐름은, 글로벌 녹색 전환에서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마티아스 라르센: 중국의 이러한 해외 투자는 기후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이다. 이 투자들은 청정기술의 전 세계적 확산을 가속화하고, 가격을 낮추며, 기술의 실제 배치를 빠르게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투자가 공급과잉을 초래할 수 있느냐는, 결국 수익성이 있는 투자냐 아니냐의 문제다, 그 기술이 필요한가 아닌가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기술들의 배치 속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끌어올릴 필요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수용국의 발전과 탈탄소화에 미치는 영향은 그 국가의 국내 정치경제 구조와 정책 수립 여지에 크게 달려 있다. 이러한 투자는 수용국이 자국의 개발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산업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제공한다. 어떤 국가는 이 기회를 잘 활용했고, 어떤 국가는 덜 잘 활용했다.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역학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중국의 금융 역할이 이 현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이다. 앞서 언급했듯, 일대일로(BRI) 대출은 급격히 감소했고, 그 자리를 “작고 아름다운(Small and Beautiful)” 전략이 대신하게 되었다. 이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에서 벗어나, 더 소규모이고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 및 산업 부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작다”에는 충실했지만, “아름답다”는 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이 규모는 의미 있으며, 개발 속도와 녹색 전환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채무 불이행 직전 상태에 놓여 있거나, 그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도한 부채 문제는 해외직접투자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관련된 대출은 수용국이 아니라 중국 기업의 재무제표에 기재되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무역의 측면도 있다. 현재 중국은 1조 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된다면, 이는 일정 부분 이 흑자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청정기술은 중국 수출의 단 5%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해외 진출” 흐름은 중국의 직접 수출을 제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중국 경제 내 일부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팀 사하이: 민간 부문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2.0(BRI 2.0)에 대해, 중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계획 수립, 자금 조달, 조정, 실행에서 정부의 개입은 활발한가?
마티아스 라르센: 일대일로 1.0은 완전히 국가 주도형이었다.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와 해당 수용국 정부가 공동으로 조직했다. 그 후 중국의 정책금융기관, 국유 상업은행, 시노슈어(Sinosure) 같은 국유 보험사가 자금을 조달했고, 건설은 대부분 중국 국유 건설회사가 수행했다. 즉, 양측 모두에서 국가가 전면에 나선 구조였다. 대출은 국가 보증 형태이거나, 자원 판매 수익 등 수익원에 연계된 방식이었다.
이에 반해, 지금의 일대일로 2.0은 전적으로 민간 부문 주도형이다.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자본을 조달해 투자를 진행한다. 물론 수용국은 이러한 유형의 해외직접투자를 원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적극 장려한다. 하지만 대체로 수용국이나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존 일대일로에 대한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연구들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밝혀진 바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꽤 놀라운 일이다. 나는 중국 은행들과 이런 유형의 대출이나 주요 자금 조달과 관련해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그들이 중국 민간 기업의 이러한 해외 청정 제조업 투자를 위해 실질적인 규모의 대출을 제공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BYD(비야디, Build Your Dreams)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해외 투자를 위해 홍콩에 부분 상장을 했다. 중국국가개발은행(CDB)에서 자금을 받은 것이 아니다. 이는 1세대 일대일로와 2세대에서 국가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외부 관찰자들에게 가장 놀라운 사실은, 내가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중국 정부 관료들조차도 이런 민간 부문 해외 청정 제조 투자 전체 규모와 범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무부와 같은 개별 부처는 물론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해 프로젝트 단위로 승인을 내린다. 하지만 이러한 승인들은 어디까지나 개별 프로젝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만약 중국 정부 자체가 이러한 대규모 해외 청정 제조 투자 흐름을 추적하거나 조정하지 않고 있다면, 이 민간 주도형 일대일로 2.0은 정부 간 차원의 전략적 조정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팀 사하이: 수용국들은 중국의 청정 제조 투자를 서구권 대안들과 어떻게 비교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EU는 이러한 중국의 해외 투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경쟁인가, 협력인가?
마티아스 라르센: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중요한 점은,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투자를 선호해서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기업들은 사실 자국 내에서 제조한 뒤 수출하는 방식이 수익 극대화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용국들이 중국산 수입에 대해 특정 조건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현지 생산 방식의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수용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신기술 수입이 자국의 산업 기반, 산업화·개발 계획, 고용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에 반해, 중국의 제조업 해외직접투자는 산업화, 고용 창출,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한 기회로 볼 수 있다. 핵심적인 질문은, 수용국이 이러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수용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중국 투자자들에게 요구해야 할 원칙과 조건은 무엇인가? 아직 중국 투자를 받지 않은 신규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어떤 위치를 설정해야 하는가? 중국 기업에게 어떤 요구 사항을 제시해야 하는가? 앞으로 이처럼 매우 대규모로 계획되고 있는 투자 흐름을 분석할 때는 반드시 이러한 질문들을 중심에 놓고 접근해야 한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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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사하이(Tim Sahay)는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넷 제로 산업 정책 연구소 공동 디렉터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