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집

가자(Gaza)에서 벌어지는 집단학살은 괴이한 일탈이 아니다생태계가 붕괴하고 정부들이 기후 파시즘을 받아들이는 가운데이는 우리 앞에 놓인 미래를 예고하는 징조다.

세상의 종말을 자초하다. 출처: Mr. Fish

가자는 정착민 식민주의 프로젝트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오히려나는 그것이 마지막 단계라고 우려한다인도아프리카아시아라틴아메리카북아메리카에서 자신들의 점령과 학살을 통해 부를 축적한 서방 국가들은이제 스스로가 조장하고 유지해온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터무니없는 사회적 불평등에 직면하면서 그 뿌리로 되돌아가고 있다.

세계가 무너지고기후 위기로 인해 수백만수천만수억 명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북쪽으로 몰려오는 가운데이스라엘이 점진적으로 진행하다가 다시 예전의 학살 속도로 재개하려 하는 가자에서의 집단학살은 앞으로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그리고 마침내 세계 공동체를 지탱하던 연약한 사회적·환경적 네트워크는 붕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길 거부하고이산화탄소(CO2) 배출로 대기를 지속적으로 포화시키면서 결국 대부분의 생명체인간을 포함한 생존은 불가능해질 만큼 기온이 상승할 것이다미국 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tmospheric Administration)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전 세계 평균 CO2 농도는 백만분의 3.5 증가하여 평균 422.8ppm에 도달했다이후 12개월 동안 CO2 농도는 다시 2.6ppm 상승했다극한 날씨와 물 부족으로 이미 악화한 폭력적 분쟁이 세계 곳곳에서 분출하듯 터져 나올 것이다.

이스라엘의 서방 동맹국들이 이 집단학살에 자금과 지원을 제공하는 이유는 명확하다이 국가들이 왜 제네바 협약국제사법재판소무기무역조약유엔해양법협약국제 인도법을 무시하는지도 명확하다미국이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에 217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군사 원조를 제공했고유엔에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반복적으로 저지한 사실도 명확하다유엔이 최근 발표한 가자 관련 보고서는 이를 "국제적으로 가능하게 된 범죄"라고 표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무기 수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그러나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해당 보고서는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기계"에 공모한 63개국의 이름을 밝혔다.

퀸시연구소(Quincy Institute)와 전쟁비용프로젝트(Costs of War)가 2024년 10월 7일에 발표한 보고서는 이렇게 밝혔다. “미국의 자금무기정치적 지원이 없었다면이스라엘 군대는 가자에서 이처럼 빠르고 광범위하게 인명과 기반시설을 파괴하거나시리아레바논카타르이란을 폭격하며 전쟁을 이 지역 전체로 확산시키는 데 그렇게 쉽게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러시아프랑스우크라이나영국의 수천 명 시민들이 이스라엘 점령군에 복무하며 집단학살에 가담했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명확하다.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인권 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제(Francesca Albanese)가 작성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주로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이 자행한 집단학살 캠페인을 조장하고정당화하고결국 정상화해 왔다이들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묘사하고가자에서의 대규모 공격을 문명 대 야만의 전쟁으로 규정함으로써이스라엘의 국제법 왜곡과 식민주의적 도식을 반복하며 자신들의 공모를 정당화하려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9월까지 미국은 이스라엘에 “57,000발의 포탄, 36,000발의 대포탄, 20,000정의 M4A1 소총, 13,981기의 대전차 미사일, 8,700개의 MK-82 500파운드 폭탄을 공급했다. 2025년 4월 기준이스라엘은 총 751건의 활성 판매 계약을 보유하고 있으며이는 392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우리는 이 상황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동일한 대량 학살동일한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악마화동일한 문명을 지켜야 한다는 도식동일한 생명에 대한 냉담함동일한 거짓말동일한 전쟁 산업의 수십억 달러 수익이 반복될 것이다이 수익은 국경 밖의 사람들뿐 아니라 내부의 사람들까지 질식시키는 데 쓰일 것이다.

해안 도시들이 침수되고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며가뭄과 홍수로 수백만 명이 국내에서 쫓겨날 때가장 부유한 국가들은 어떻게 반응할까고갈되는 자원을 어떻게 대체할까수억 명의 기후 난민들이 문을 두드릴 때그들은 어떻게 대응할까사회적 혼란생활 수준 하락인프라 붕괴사회적 해체에 어떻게 대처할까?

그들은 이스라엘이 하는 방식을 따를 것이다.

그들은 필사적인 이들을 막기 위해 압도적인 폭력을 사용할 것이다비옥한 토지지하수층강과 호수를 약탈할 것이다희토류 광물천연가스전석유를 무력으로 장악할 것이다그리고 그 길을 막는 자는 모두 죽일 것이다유엔도국제법원도국제 인도법도 그들에게는 무의미하다크리스천 파렌티(Christian Parenti)의 말처럼산업 국가들은 지금 기후 파시즘이라는 질서를 구축하고 있으며그것은 배제분리억압을 기반으로 한 정치다.

2023년 유엔기후변화회의(COP28)에서 콜롬비아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는 우리가 가자에서 목격하는 것은 미래의 예행연습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복면 요원들이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공포에 몰아넣기 위해 거리로 나왔고지금 전국 곳곳에 건설 중인 수용소는 결국 우리를 위한 공간도 마련하게 될 것이다허구의 내적 적을 처벌하기 위해 왜곡된 법은 저항과 표현의 자유를 범죄화할 것이다억만장자들과 과두제 권력자들은 작은 베르사유궁처럼 지어진 폐쇄형 커뮤니티로 숨어들어권력과 탐욕쾌락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충족시킬 것이다.

결국 이 억만장자 지배계급도 희생자가 될 것이다그들은 단지 우리보다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뿐이다산업국가들은 국경 장벽국내 보안이민자 추방미사일전투기해군기계화 부대드론용병인공지능대량 감시위성으로도 구원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최종적인 멸종에 앞서인류의 엄청난 일부와 수많은 생명체가 불과 피의 광란 속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우리의 사회 구성과 통치 방식이 빠르게 바뀌지 않는 한가자는 미래를 보여주는 창이다그것은 기형적 예외가 아니다전쟁은 인간 존재의 공통된 분모가 될 것이다강자가 약자의 것을 빼앗게 될 것이다.

가자에서 시민 사회가 파괴된 방식은 하나의 설계도다목표는 혼란이다이스라엘이 가자에서 그렇게 했듯점령 대상 인구를 무장한 대리 민병대와 범죄 조직을 통해 통제할 것이다이스라엘이 그랬듯유엔 팔레스타인 구호기구(UNRWA)를 금지해 인도적 지원을 막을 것이다그리고 병원진료소빵집주택하수처리장식량 배급소학교문화센터대학을 파괴하고, 278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기자들을 포함해 지식인들을 암살하면서 통제할 것이다삶이 생존 수준으로 떨어지고질병과 영양실조가 만연해지면저항은 꺾이게 된다.

이 신흥 디스토피아에서 언어는 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그것은 부조리극에 가깝다이스라엘은 휴전 합의 직후부터 이를 위반해 왔지만여전히 휴전이라는 허구가 유지된다이스라엘은 자기 방어권을 주장하지만실제로는 점령자이며아파르트헤이트와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고팔레스타인 저항은 이스라엘에 실존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플랜은 집단학살을 종식한다는 명목으로 제안되었지만팔레스타인 자결권에 대한 어떠한 경로도 제시하지 않으며이스라엘에 대한 책임 추궁도 없고국경을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식민 총독의 변형체에 가자를 넘기자는 내용이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투쟁은 곧 우리의 투쟁이다팔레스타인의 자유가 부정당하는 순간우리의 자유 역시 무너진다가자에서의 공포는 곧 우리의 공포가 될 것이다그 집단학살은 곧 우리의 집단학살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이 싸움을 벌여야 한다저항할 수 있는 여지는 급속도로 닫히고 있다우리는 시민 불복종을 통해 이 체제를 멈춰야 한다우리는 세상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그것은 지배하는 글로벌 계급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고자본주의 확장의 광기에 의해 세워진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을 의미하며화석연료 의존을 끝내는 것을 의미하고국제법을 집행하고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와 집단학살 체제를 해체하는 것을 의미한다우리가 성공하지 못한다면팔레스타인인들은 첫 번째 희생자가 되겠지만마지막 희생자는 아닐 것이다.

[출처] The Death House - The Chris Hedges Report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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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 정착민 식민주의 프로젝트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인권 특별보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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