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경 너머 환경 기자를 침묵시키는 방식

아프리카의 중국 해외 인프라 개발로 인한 피해를 보도한 기자들이 협박감시경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짐바브웨 하라레(Harare)에서탐사 전문 기자이자 정보개발신탁(Information for Development Trust) 창립자인 타완다 마조니(Tawanda Majoni)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서 있다출처케이티 수르마(Katie Surma) / Inside Climate News

짐바브웨의 하라레, 타완다 마조니(Tawanda Majoni)의 휴대전화에 계속해서 걸려 오는 낯선 번호는 일종의 경고처럼 느껴졌다.

짐바브웨에서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 중 한 명인 마조니는 곧 그 전화가 어디에서 걸려 왔는지 알게 됐다그 번호는 연행고문살인으로 악명 높은 법과 질서(Law and Order)’라는 연방 경찰 부서 소속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조니의 친척이 그의 행방을 캐묻는 압박을 받은 뒤번호판 없는 차들이 그의 동네를 돌기 시작했다마조니는 짐을 꾸려 들고휴대전화의 SIM 카드를 제거해 추적을 피한 뒤 도시를 떠났다그를 따라다닌 것은 살해당한 동료들의 기억이었다어떤 이는 대낮에 달리는 차에서 던져졌고또 다른 이는 집단 구타 끝에 숨졌다.

하지만 그는 영원히 도망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2주 후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걸려 온 전화 중 하나를 받았다전화를 건 경찰관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과 관련된 사건이 있습니다출석하세요.”

며칠 뒤마조니는 법과 질서’ 사무실의 작고 공기조차 흐르지 않는 방에 앉아 있었다그의 변호사는 밖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세 시간 동안경찰관들은 마조니의 활동에 대해 끈질기게 추궁했다그들은 책상 위로 출력물을 밀어 놓았다그것은 마조니가 세계 언론자유의 날에 발표한 연설에 대해 남긴 트윗이었다경찰은 그에게 반란을 선동했다며 반역죄 혐의를 들이댔다.

모든 질문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다그러다 마조니는 책상 위에 놓인 한 파일을 보게 됐다맨 위에는 자신의 사진그리고 그 아래에는 중국어(간체자)로 된 문서가 놓여 있었다.

마조니는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그가 소속된 언론 비영리단체 정보개발신탁(Information for Development Trust)’은 최근 중국계 광산 프로젝트에 대해 잇따라 폭로 보도를 해왔다그 광산들은 위험천만한 폐기물 구덩이를 방치하고강을 오염시키며지역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았다.

마조니는 무슨 일인지 이제 알겠다라고 말했고수사 책임자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러고 나서 다시 트윗 내용에 대해 캐물었다그날 마조니는 풀려났지만매주 기고하던 칼럼은 더 이상 쓰지 않았다나중에신뢰하던 경찰 내부 인사가 그에게 확인해줬다그 심문 배후에는 중국 투자자들이 있었다고 말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언론인을 억압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이제 그 통제망이 국경 너머까지 뻗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이 억압은 언론의 자유뿐 아니라 환경 문제의 가시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Inside Climate News)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중국의 아프리카 내 사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를 보도한 12명 이상의 기자가 보복당했다이는 실제 사례 중 극히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많은 경우이들 보도는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이니셔티브와 관련돼 있었다이 계획은 총 1조 3천억 달러 규모로주로 저소득 국가들에 광산항만철도파이프라인 등 대규모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중국 정부와 현지 정부 모두에게 정치적 중요성이 있는 프로젝트일수록 탄압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언더리포티드 차이나>(UnderReported China) 뉴스레터의 저자이자 15년 이상 중국의 언론 통제 전략을 연구해 온 사라 쿡(Sarah Cook)은 분석했다.

쿡은 환경 문제를 폭로하려는 탐사 기자나 내부 고발자가 있을 때중국 측 이해관계자와 현지 권력자 모두 그를 입막음할 동기를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억압은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를 감추거나 미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를 녹색 개발의 본보기로 홍보하고중국을 글로벌 기후 리더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중국환경 언론 탄압으로 기후 핵심 대륙인 아프리카까지 영향력 확장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중국 인프라 사업을 비판한 언론인들이 감시위협금전 유혹검열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미디어 영향력 확대 전략은 지구 기후와 생태 균형에 있어 핵심적 위치에 있는 아프리카 대륙을 겨냥하고 있다아프리카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막대한 탄소를 저장한 이탄지대그리고 멸종 위기종인 마운틴 고릴라천산갑침팬지를 포함한 전 세계 포유류 종의 4분의 1이 서식하고 있다이 대륙의 생태계가 파괴되면이는 15억 아프리카인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물론 다른 나라의 오염 유발 기업들 역시 언론인 공격과 관련된 바 있다하지만 중국의 역할은 그 방식과 규모 면에서 전혀 다르다.

시민자유 보호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에서 수년간 활동한 사라 쿡(Sarah Cook)은 우리는 억압적인 정부일 뿐 아니라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을 상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건 전례 없는 상황이다.”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가 접촉한 아프리카 기자들과 연구자들 대부분은 신변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이름과 신상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일부는 온라인에서 공격당했고개인 정보가 노출되거나 협박받았다마조니처럼 감시받거나 연행된 때도 있었고중국 대사관이나 기업의 항의 이후 기사들이 뉴스 사이트에서 삭제되기도 했다어떤 기자들은 비판적인 보도를 없애거나 중국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라는 조건으로 돈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D.C.와 하라레의 중국 대사관은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이 기사에 언급된 다른 국가들의 대사관과 영사관들도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검열은 그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다중국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의 기자들을 전액 지원 해외 연수 명목으로 중국에 초청하고이를 통해 사실상 세련된 세뇌 작업을 수행한다고 일부 참가자들이 전했다중국 정부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해외 언론사에 컴퓨터휴대전화 등의 장비를 기부하거나 투자를 제공하고나중에는 이를 구실(leverage)로 삼아 기사 삭제나 친중 보도를 압박해왔다고 다수의 기자와 공무원들이 증언했다.

케냐 언론위원회(Media Council of Kenya)의 언론 자유 및 정책 담당자인 레오 무티샤(Leo Mutisya)는 중국은 자국 의제를 퍼뜨리는 데 매우 능숙하다고 말했다그는 케냐 국영방송(Kenya Broadcasting Corporation)이 중국 국영 언론에 정규 방송 시간과 라디오 주파수를 제공하고 있으며나이로비에는 중국 매체들이 대규모 사무실을 운영 중이라고 지적했다케냐 국영방송 측은 이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무티샤는 또 중국 대사관은 케냐 언론인들과 편집자들을 초청해 사적인 오찬과 파티를 자주 열고케냐 언론상 시상식에 후원자로 참여해 화웨이 스마트폰을 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방식이 실제 보도 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라며, “언론 감시 관점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보도가 항상 긍정적이라면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좌우 어디든 개입하는 중국

지난 8하라레의 조용한 주택가에서 마조니는 루이보스 차를 마시며 정오의 햇살을 맞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정보개발신탁(Information for Development Trust)’ 본부를 이루는 세 개 방 중 하나로소박하면서도 정돈되어 있었다나무 책상몇 개의 의자금속 서류 캐비닛이 전부였다지난해 10마조니는 시내 중심가에 있던 사무실이 너무 눈에 띄게 되자 이곳으로 이전했다당시 연방 경찰이 사무실을 여러 차례 급습했고, IDT가 비영리로 적절히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조니를 불러 심문했다하지만 그는 경찰 내부 소식통을 통해이 신고가 중국 국적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현재로서는 새 사무실이 비교적 외부의 눈을 피하고 있다.

철학 전공자였던 마조니는 칸트 윤리학에 정통하며짐바브웨의 농촌안개에 싸인 절벽 지대인 보테레크와(Boterekwa) 근처에서 성장했다그는 그 풍경은 정말 경이로웠다, “어릴 적엔 그 절벽에서 펼쳐지는 꿈을 꾸곤 했다고 회상했다.

2025년 7짐바브웨에서 타완다 마조니(Tawanda Majoni)가 책상에 앉아옆에 쌓인 코팅된 신문 기사들을 바라보고 있다짐바브웨에서는 유력 인사들의 압력으로 뉴스 보도가 온라인상에서 삭제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출처케이티 수르마(Katie Surma) / Inside Climate News

그러던 어느 날그 절벽은 사라졌다그는 중국 광산 회사들이 진입하면서 산 전체가 사라졌고수원지는 오염되었으며연이은 발파로 인해 수백 채의 주택이 균열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지금은 그냥 다 밀려버린 상태다사람들이 죽고소가 죽고아이들이 구덩이에 빠져 죽는다이건 내 개인적인 경험이다이걸 짐바브웨 전역에 천 배로 곱해보면 상황이 보인다.”

중국은 데이터 센터재생 에너지국방 기술을 떠받치는 각종 금속과 광물의 최대 생산국이다수요가 폭증하면서중국은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더욱 넓히고 있으며그에 따라 환경 발자국도 커지고 있다이 때문에 국제기후권리단체(Climate Rights International)의 중국 담당 고문 소피 리처드슨(Sophie Richardson)은 중국의 재생에너지 수출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하지만 2025년 기후변화 정상회의 의장까지 중국을 찬양하는 분위기에서비판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리처드슨은 중국이 조기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 점은 인정받고 있지만그렇다고 그 과정이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자국의 해외 광산 개발 및 기타 투자 활동을 제국주의의 새로운 형태로 보지 않고오히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간의 윈윈 파트너십이라고 주장해왔다서구 착취로 오랜 기간 고통받았던 나라들끼리의 연대라는 메시지는식민 지배의 상처가 여전히 깊은 짐바브웨 같은 나라에서 강력하게 호소력을 발휘한다.

1980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짐바브웨에서는 해방 투사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가 권력을 잡으며 단결과 해방의 상징이 되었다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그의 통치는 선거 조작언론 탄압국가폭력으로 얼룩진 독재로 변질했다서방은 인권 탄압과 백인 지주 중심의 불균형한 토지 구조 개혁을 이유로 광범위한 제재를 가했고이에 무가베는 동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중국은 대출인프라 사업외교적 지원을 제공하며 무가베의 집권당 ZANU-PF를 수십 년간 지탱해왔다이 협력은 계속 강화되었고,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은 짐바브웨에 약 5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그 대부분은 광산 부문에 집중되었다짐바브웨의 리튬 붐은 중국을 세계적인 리튬 생산국으로 만들었다.

짐바브웨를 독립으로 이끌고 37년간 억압과 폭력으로 점철된 통치를 이어온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가 향년 95세로 사망했다출처AJ+

중국의 대출은 민주주의나 인권 개선에 대한 서방의 압력 없이 이루어졌다중국이 말하는 내정 불간섭” 정책의 특징이다.

하지만 리처드슨은 이것이 종이 위의 말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중국 정부는 좌우 어디든 간섭한다자국의 이미지를 만들고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자금노력을 쏟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벌어지는 억압의 현장

아프리카 전역의 환경 언론인들과 연구자들은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이 언론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체험했다고 증언했다.

기니(Guinea)에서는 한 중국계 광산 회사 관계자가 광산 피해 마을 주민들을 만나는 기자들과 연구자들을 공개적으로 감시했다그 남성은 그들을 사진 찍으며 호텔까지 따라왔다한 연구자는 기니에서는 군부가 사실상 중국 기업에 매수당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패했고기업을 위해 움직인다우리는 납치실종심지어 살해 위협 속에 살고 있다.”

모잠비크(Mozambique)에서는현지 관료들이 중국 기업의 해안 생태계 파괴 사건 보도를 금지하거나 기자들을 협박했다연구자들은 중국이 모잠비크 집권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국가 방송 본사를 중국이 자금 지원해 지었고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도 중국이 후원 중이라고 말했다.

현지 표현의 자유 전문가로 활동 중인 한 연구자는 정부에 통신 장비와 기술적 지원을 전부 제공하면정보를 누가 통제하는지는 명확하다면서, “지금 방송되는 정보가 진실인지우리의 통화와 메시지가 안전한지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잠비아(Zambia)에서는 올해 2중국 국영 광산 기업의 유독성 광산 유출 사고 이후해당 기업과 현지 경찰이 국내외 기자들의 접근을 제한했다법원 문서에 따르면해당 기업은 주민들에게 드론을 통해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경찰은 사고를 취재하던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기자를 포함해 몇몇 언론인들을 체포했고, “마을 주민과 대화하려면 회사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중국 대사관이 자신들의 가짜뉴스와 진실(“False News and Truth”)’ 웹사이트에 부정적인 기사들을 게시하며 언론을 공격했다중국 국영 언론과 온라인 트롤 네트워크는 기자들을 외국 에이전트돈에 눈먼 자들중국 혐오자로 몰았다.

한 짐바브웨 여성 기자는 대사관의 공격 이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그는 우리는 모든 인터뷰를 녹음했고모든 사실을 검증했다고 말했다그런데도 중국 대사관은 강하게 반발하며내가 미국 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중국 투자를 비방하는 캠페인을 벌였다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짐바브웨 언론인들은 자국 정부로부터 중국 투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대통령이 중국은 우리의 친구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그 말은 정부가 이 광산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뜻이다,”라고 한 언론인이 말했다. “그 회사가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그 회사에 관해 쓰는 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또 다른 짐바브웨 기자는 중국계 리튬 광산에 관한 보도를 한 뒤인터넷상에서 거센 공격에 시달렸다. “기사를 사이트에 올리는 순간부터 누군가는 돈을 받고 그걸 서구의 선전이나 가짜 뉴스로 몰아간다.”

이런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마조니는 정보개발신탁(IDT)에서 함께 일하던 기자 3명이 중국 투자를 다루는 걸 중단했다위험이 너무 크다고 느낀 거다.”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대개 날 건드리지 마라는 태도로 다가온다.”

중국의 이야기를 잘 전하라” — 언론은 전장이 되다

중국 정부의 언론 통제는 늘 지금처럼 가혹했던 것은 아니다. 1990~2000년대새롭게 등장한 기자 세대는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중국 전역을 누비며 독성 오염부패한 관료은폐 사건을 폭로했다당시에도 검열은 있었지만 부분적이었다.

중국 환경 전문 매체 ‘Dialogue Earth’의 전 대표 샘 기얼(Sam Geall)은 당시엔 룰을 알고만 있다면 보도할 공간이 있었지라고 회고했다그는 그 시기를 생기 넘치고 전기가 흐르던 시절로 묘사하며기자들이 자신의 보도가 실제로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는 걸 눈앞에서 체감하던 때였다고 말했다그 시기 보도는 오염된 강과 스모그로 뒤덮인 도시 문제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불러일으켰고결국 지방정부를 압박해 행동에 나서게 했다처음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중국의 정치적 의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등장한 ‘9호 문건(Document No. 9)’은 모든 걸 뒤바꿨다이 비밀 당 문서는 민주주의인권언론 자유 등 서구적 가치를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이 문건은 시진핑이 권력에 오른 2012년 이후 모습을 드러냈고그의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듬해 열린 당의 전국 선전 및 이데올로기 업무회의에서 시진핑은 언론은 중국의 이야기를 잘 전하기’ 위한 전장이라고 선언했다.

중국 언론인 가오위(Gao Yu)는 당국이 국가 기밀특히 ‘9호 문건(Document No. 9)’을 해외 언론에 유출했다는 혐의를 제기한 뒤 투옥되었다. 가오위는 2019년 형기를 마친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인터넷유선전화휴대전화 접속이 모두 차단되었으며, 침묵을 강요당했다현재 80세인 가오위는 기본적인 비상 연락 수단조차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출처WomenInJournalism

곧이어 중국의 언론환경단체시민사회는 철저하게 길들여졌다독립 언론사는 문을 닫았고기자들은 충성도 테스트를 강요받았으며해외 뉴스 사이트는 차단되었다시진핑에 대한 항의 시위를 보도한 기자들은 구타괴롭힘구금에 시달렸다중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언론인을 가장 많이 수감한 나라이며언론 자유도는 북한에리트레아 바로 아래다.

시진핑은 2016국영 방송국을 방문해 수십 대의 화면 앞에서 당이 운영하는 모든 언론은 당의 의지를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일대일로(BRI)는 전 세계에 거대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고중국 기업들은 해외 언론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

이에 맞서 중국 공산당은 억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글로벌 미디어 체계를 구축했다그 핵심에는 신화통신(Xinhua) 같은 국영 매체가 있으며이들은 중국 투자를 칭송하는 기사들을 세계 뉴스와 통신망에 퍼뜨리고 있다현지 언론과 콘텐츠 공유 협약을 맺고, 유료 SNS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활용해 친중 메시지를 보다 친숙한 언어와 포맷으로 확산시켰다.

사라 쿡은 “15년 전 처음 조사했을 때와 비교하면지금 중국 공산당과 국가는 전 세계 미디어 환경에서 훨씬 더 적극적이고 영향력 있는 행위자가 되었다고 말했다그는 2022년 프리덤하우스를 위해 중국의 글로벌 미디어 영향력’ 보고서를 공동 저술했다.

그는 가장 억압적인 정권 중 하나가 전 세계 보도의 방향을 바꾸고어떤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국가에서 영향력이 동일하지는 않다

쿡은 언론 자유가 강하고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나라에서는 이런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 저항하고드러내고반격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민주주의적 방어선은 무너지고 있다현재 세계에서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보다 많고언론 자유는 전 세계의 약 4분의 국가에서 후퇴하고 있다사법 독립성도 약화되고 있으며표현의 자유를 이끌던 미국조차 최근에는 법치주의와 언론 자유를 공격하고 있고해외 민주주의 지원 예산도 대폭 삭감 중이다.

남미아프리카동남아시아에서 수십 년 동안 이룬 민주주의적 성과들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동시에 중국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의 자금과 영향력은 이 지역들로 유입되고 있다.

남부아프리카 소송센터(Southern Africa Litigation Centre)에서 환경과 인권 문제를 다루는 변호사 안네케 미어코터(Anneke Meerkotter)는 중국이 무엇을 하고 있고어떻게 하는지를 아프리카 활동가들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의 단체는 현재 잠비아에서 중국 광산 회사를 상대로 한 시민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사실 나도 아직 질문이 답보다 많다고 말하며정보의 부재와 공개성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국에 대해 나쁘게 쓰지 마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도심은 경적상인들의 고함미니버스 브레이크 소리로 가득했다한 중국산 태양광 제품 상점에는 손님들이 들락날락했다길 건너편두 명의 기자가 <인사이드 클리이밋 뉴스>와 만나기 위해 호텔 카페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보안 전문가들은 호텔이 외국 기자들이 취재원을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절반쯤 안전한 공간이라고 말한다정부 요원들이 외신 기자들을 미행하는 경우가 많지만호텔처럼 붐비는 장소에서는 누가 누구를 만나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하지만이 두 짐바브웨 기자(남성 한 명여성 한 명)는 자리 잡기 전에도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들은 거의 모든 호텔에 감시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라고 남성 기자가 조용히 말했다짐바브웨는 화웨이(Huawei), 클라우드워크(CloudWalk) 등 중국 기업이 감시 장비와 안면 인식 기술을 공급하며 감시체계를 강화한 국가다중국은 자국의 감시 기술을 다른 나라에도 수출하고 있으며권위주의 정권 보호를 위한 치안 부대 훈련도 제공하고 있다.

7월 저녁하라레(Harare) 도심이 분주한 분위기로 가득하다출처케이티 수르마(Katie Surma) / Inside Climate News

기자들은 중국 투자자들과 집권당 ZANU-PF 사이의 뿌리 깊은 관계를 설명했다. “그 동맹은 독립 전쟁 때부터 이어져 왔고지금은 중국의 이익이 곧 짐바브웨의 이익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조사에 따르면일부 중국 기업은 짐바브웨 정치 엘리트와 연결된 숨겨진 주주들을 두고 있다. IDT 보도에 따르면오염을 유발한 한 중국 제분 회사는 대통령의 친척과 연결되어 있었다사실 이런 구조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이미 2013국회 위원회는 중국 기업들이 법 위에 있는 듯이” 행동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이후 국내외 매체들은 중국 기업과 관련된 오염노동 착취주민 강제 이주 사례를 수차례 보도해왔다.

차를 마시며 인터뷰에 응한 여성 기자는 피해 지역 주민들의 현실을 전했다. “한 마을에서는 중국 기업이 유일한 우물(보어홀)을 울타리로 막아버렸다주민들은 이제 500미터가 아니라 5킬로미터를 걸어가야 물을 구할 수 있다.” 또 어떤 기업은 강과 댐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는데이 수원은 원래 주민들이 음용수낚시농업용수로 공동 사용하던 생명줄이었다남은 물이 있다고 해도광산에서 흘러나온 오염물질로 인해 독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어떤 마을은 아예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쫓겨났다이건 특히 끔찍한 일이다대부분 공동체는 조상 무덤 근처에 산다는 전통이 있으니 말이다.”

그는 덧붙였다.

많은 주민은 조상의 무덤을 깊이 숭배한다그들의 영혼이 그곳에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출처] How China Silences Environmental Reporters Beyond Its Borders - Inside Climate News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케이티 수르마(Katie Surma)는 <인사이트 클라이밋 뉴스>(Inside Climate News)의 기자로, "자연 권리 운동"(Rights of Nature Movement)과 "국제 환경 정의"를 주제로 보도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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