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꿈을 이재명이 완성하는 세상” 아닌 “더 많은 민주주의와 평등을”

76개 사회운동 단위와 진보정당, 이달 10일 ‘민중의 행진’ 나설 것

“(윤석열) 파면 이후 9개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반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 사회는 광장의 외침에 응답하고 있는가?…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평등을 원한다.”

비상계엄 1년을 맞는 12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1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모여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비상계엄으로부터 1년, 평범한 이들의 일과 삶을 부수는 일상의 계엄과 내란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아직 위태롭다”면서 “정부와 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말하지만 성장주의 정책을 고수하며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생태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개혁을 약속”한 이재명 정부는 “소수 관료와 친정부 전문가와 시민사회 대표들 중심의 거버넌스로 흘러가고”, “청소년과 청년,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다수 민중은 여전히 불안정한 전망 속을 살아간다”고 짚고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광장에 나섰던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평등을 요구하는 12.10 민중의 행진을 선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 선포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을 공동주최하는 76개 사회운동 단위와 진보정당들은 광장의 힘으로 집권한 이재명 정부도 윤석열 정권과 다름없이 “자산가 계급의 이익을 위해 달려가며 민중 전체를 위한 공공성 강화와 평등 증진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윤석열의 꿈을 이재명이 완성하는 세상을 희망하지 않았다”고 환기하고, 지난 겨울 다채로운 빛으로 광장을 넓히고 밝혀온 이들의 절실한 요구들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광장에 나서 ‘민중의 행진’을 시작한다고 마음을 모았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참세상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목 놓아 외친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상계엄의 날로 기억되는 12월 3일이 “UN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다는 점을 짚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3년 내내 전장연을 폭력 조장 단체라고 낙인찍고 탄압하며 장애인의 권리를 약탈”한 윤석열 정권에 맞선 투쟁의 일선에 장애인 시민들도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 외치며” 함께해왔다며, 지난해 계엄의 그날 전장연도 국회를 향해 “시민들과 함께 광장에서 탄핵을 외치며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환기했다.

박 대표는 ‘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지금도 장애인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바깥에 놓여” 있다면서 “87년 체제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가져왔을지 몰라도, 장애인의 이동권·자립생활·탈시설과 같은 일상의 민주주의는 실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5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우생학을 기반으로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고 있어, “내란 1년을 맞이하는 현재도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목 놓아 외치고 있다”라며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집단 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쟁취해 나갈 것”이라 결의를 밝혔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참세상

“나중은 없다, 내란도 빈곤도 차별도 종식하자”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겨울 “광장의 목소리는 내란 종식과 함께 더 커다랗고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요구했다”라며 “그러나 광장의 시민들이 함께 만든 사회대개혁의 과제를 이재명 정부는 국정 과제로조차 제대로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에서 발표하고 시행되지 못한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은 폐기되기는커녕, 이재명 정부에서 강행하려” 하고 있고, “수백 명의 용역 깡패가 동원된 폭력적인 노점 철거도 새 정부 출범 100일쯤 서울 한복판에서 자행되었다”며 “윤석열 정권에 막혀 있던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이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신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했지만, 나중으로 밀리며 희망 고문이 지속되고 있다”고 규탄하고, “더 많은 민주주의와 평등한 세상을 염원했던 광장의 요구가 나중으로 밀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내란 1년 광장의 빛이었던 우리 도시 빈민들의 연대는 더욱 단단하게 연결되어 일상에 내란을 종식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나중은 없다, 내란도 빈곤도 차별도 종식하자”고 힘 주어 이야기했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 참세상

“이재명 정부에 기후정의, 단단한 민주주의 기대할 수 없어”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은 비상계엄 후 “1년의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계엄령과 극단적인 정치적 파국을 막아내고 정권을 교체”하였으나, “여전히 우리 삶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얼마나 위태로운가” 묻고는 “이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너무나 취약하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 먹고 자고 쉬고 배우고 치료하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공공성 확대가 절실하다”라며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대응은 우리 삶을 지키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비민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후퇴시키고, “ 재생에너지 확대를 한다며 블랙록과 같은 해외 자본과 협약을 맺어 그들을 전략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물과 전기를 집어삼키고 노동자를 계속하여 착취할 반도체 AI 첨단 산업을 위해서 모든 규제를 풀어버리는 재벌 특혜 반도체 특별법을 추진”하며 공기업인 한국석유가스공사가 “강탈된 팔레스타인 바다에서 석유 탐사 가스를 시도”하는 이재명 정부의 부정의한 성장주의 중심 정책을 비판했다.

은혜 집행위원장은 이같은 이재명 정부에 “기후 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평등으로 가는 민중의 길뿐”이라 강조했다.

이호림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민생과 통합…성소수자 시민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호림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조기 대선을 통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민생과 통합을 내세워 왔다”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반년이 지난 지금, 그 민생은 누구의 삶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통합은 누구를 품고 누구를 배제한 통합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이 대표는 “광장에서 빛을 이루고 무지개 깃발로 함께했던 성소수자 시민의 자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며 “내란 청산의 핵심은 이 사회가 가장 먼저 삭제해 온 이들의 존엄과 권리를 바로 세우는 데 있다”고 짚고는, “우리 사회 가장 주변부에 놓였던 시민의 존엄과 평등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다시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넓은 평등 없이 우리는 진정으로 극우의 시대를 끝낼 수 없다”고 환기하고, “그렇기에 성소수자 시민들은 요구한다”, “차별금지법제정을 더 이상 정치적 부담의 문제로 취급하지 말라”, “동성혼 법제화와 트랜스젠더 시민의 평등한 권리를 사회적 합의의 이름으로 유예하지 말라”, “소수자 인권을 이 정부 정책의 마지막 항목이 아니라 민주주의 회복의 첫 번째 과제로 삼을 것을 우리는 분명히 요구한다”고 소리 높였다.

김선영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 참세상

“윤석열 정권 때나 이재명 정권 때나, 바뀐 것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에 함께하고 있는 김선영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판매연대지회장은 윤석열의 탄핵과 새로운 정부의 탄생 이후에도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윤석열 정권 때나 별로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이재명 정부하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시행령이 강행되고, 윤석열 정권 당시 자행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검·경찰을 동원한 국가 폭력도 지속되고 있음을 환기했다.

김 지회장은 “도대체 윤석열 정권과 이재명 정권은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며 “노동자 민중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비정규직 당사자들로 모여 있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하다 죽지 않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그날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 선포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내란의 토대는 불평등과 혐오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억압과 착취, 차별과 혐오의 근본적인 원인에 맞서 “체제전환을 통해서만 더 많은 민주주의를 보장하고 평등 사회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해”,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공공성이 든든한 나라”, “진보정치가 빛나는 세상”을 향해 12.10 민중의 행진에 함께 나서자고 제안했다.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은 세계인권선언일인 이달 10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다시 민주주의와 평등을 향한 광장을 밝힌다.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 웹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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