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하청노동자 집단해고, 노동부는 묵인하나… “찢겨진 ‘노란봉투법’, 정부가 온전히 이어 붙여야”

“찢겨진 노란봉투는 끝이 아니라 경고입니다. 노조법 2조가 찢긴 채로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하청 노동자의 권리가 될 것인지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바로잡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일터를 포기하라는 GM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동지 여러분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 최현욱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GM부품물류지회 사무장의 발언 중에서

지난달 28일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부품물류업무를 담당해 온 우진물류 소속 하청노동자 120명 전원이 문자와 메일, 등기우편으로 동시에 해고를 통보받았다.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20년간 현장을 지탱해 온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노동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집단해고 사태가 올해 7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물으며 투쟁에 나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보복성 탄압”이자 “노조파괴 행위”라 짚고 있다. 또한 이는 수십 년간 이어진 노동자들의 피맺힌 투쟁으로 쟁취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개정 노조법에 대한 자본의 ‘선전포고’와 같은 조직적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된 것이라 지적하고, 한국GM 집단해고 사태 해결과 개정 노조법의 온전한 시행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여러 사회적 실천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GM부품물류지회 투쟁 승리 공동대책위원회’와 전국 196개 노동·시민사회 단체는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노동 현장의 실태를 상징하는 ‘찢겨진 노란봉투’에 노동자·시민 1천여 명이 직접 쓴 항의 서한을 모아 담아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찢겨진 노란봉투를 정부로 보냅니다”. 한국GM 집단해고 사태 해결과 개정 노조법의 온전한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현장. GM부품물류지회 투쟁 승리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집단해고 사태의 당사자인 최현욱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GM부품물류지회 사무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집단해고가 원하청간 ‘도급계약 종료’로 인한 하청업체 폐업에 따른 것이라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 “세종물류센터가 20년 넘게 운영돼 오면서 하청업체가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고용승계는 단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오랜 (고용승계) 관행이 처음으로 깨진 시점은 GM부품물류지회가 설립된 이후”라고 짚었다. 하청 노동자들은 올해 7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이어져 온 차별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자고 요구”하며 노동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해 온 원청 GM”의 책임을 묻는 투쟁에 나섰다. 지난 10월에는 “실질 사용자 한국GM에 불법파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1월에는 원청 한국GM에 직접 교성을 요구해 “법적 다툼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길도 열고자 했다”.

최 사무장은 “그러나 한국GM이 내놓은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협박이었다”라며 사측은 “부평 생산공장으로의 발탁채용, 희망퇴직을 제안하면서 노조 탈퇴와 불법파견 소송 취하, 부제소 확약 등을 조건으로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어서 “노조법 2조가 시행을 앞둔 바로 이 시점에, 법이 현장에서 작동하기도 전에, 집단해고와 노골적인 노조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그냥 넘길 수는 없다”라며 “만약 이 상황을 국가가 방치한다면, 노조법 2조는 종이 위의 문장에 불과하고 하청노동자가 노조를 만들면 계약을 끊으면 된다는 것을 국가가 묵인하는 셈”으로 “보복성 계약해지와 노조탄압이 법 시행 이전에 기정사실로 굳어지지 않도록 국가는 즉각 개입하고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GM 집단해고 사태 해결과 개정 노조법의 온전한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노조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찢는 퍼포먼스에 나선 참가자들. GM부품물류지회 투쟁 승리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이날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개정된 노조법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에게 사용자 책임을 묻고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그러나 이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법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한국GM의 집단해고 사태는 “명백한 원청의 교섭회피를 위한 보복성 해고로 이미 법원에서도 인정한 원청사업주의 악질적인 부당노동행위”라며 “이미 2010년 대법판결을 통해 부당노동행위로 밝혀진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조의 탄압 양상과 동일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노동부는 GM의 부당노동행위를 ‘사적 계약’의 문제라며 묵인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더욱이 “노동부가 발표한 개정 노조법 시행령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라는 악법을 앞세워 비정규노동자들의 교섭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2011년 복수노조 시행 이후 노조파괴 수단으로 활용돼왔다”고도 환기했다.

참여자들은 “고용노동부는 시행령으로, GM의 부당노동행위 묵인으로 노조법을 무력화하고 있다”면서 “이대로면 비정규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는 법을 회피하고 악용하는 자본의 횡포에 모두 봉쇄당하고 말 것”이라 전망하고, “고용노동부는 지금 당장 한국GM의 부당노동행위를 막고 개정노조법을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가 가능하려면 헌법이 보장한 삶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노동3권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라며 “우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요구한다”, “△정부는 한국GM의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하청노동자 120명 집단해고 사태 해결에 나서라 △정부는 시행령을 즉각 폐기하고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하라! △정부는 원청사용자 책임과 교섭의무를 명시한 노조법 2조의 온전한 시행방안을 마련하라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요구한다. GM부품하청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촉구했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노동 현장의 실태를 상징하는 ‘찢겨진 노란봉투’에 노동자·시민 1천여 명이 직접 쓴 항의 서한을 모아 담아 대통령실에 제출하는 모습. GM부품물류지회 투쟁 승리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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