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Unsplash+, Kateryna Hliznitsova
최근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의 극빈층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세계은행의 2025년 주장과 관련 해 여러 학술 논문과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이 주장은 허구다. 세계은행과 각국 정부가 수십 년 동안 모든 비판을 무시한 채 반복해 온 통계적 눈속임에서 나온 결과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들은 빈곤선 지출을 지속적으로 과소 추정해 왔고, 그 결과 현재의 빈곤선은 인간의 생존조차 허용하지 못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낮아졌다. 세계은행은 하루 62루피아(약 1,000원)라는 빈곤선을 적용해 인도 인구의 5.25%만이 극빈 상태에 있다고 선언했다. 인도 정부 싱크탱크인 ‘국가전환위원회’(Niti Aayog) 역시 2022~23년 빈곤율 5%를 산출하면서 농촌은 하루 57루피아, 도시 지역은 69루피아라는 빈곤선을 적용했다.
이 금액으로는 하루에 가장 값싼 생수 약 2.9리터(농촌) 또는 3.5리터(도시)를 살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빈곤선은 하루 식비뿐 아니라 의료비, 공공요금, 공산품, 임대료, 교통비 등 모든 비식량 지출까지 충당해야 한다. 노숙 거지가 아닌 이상, 이 지출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생존할 수 없다. 아마 내년에는 인도가 극빈을 완전히 종식했다고 선언할지도 모른다. 빈곤선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영양을 유지할 수 있는 실제 빈곤선은 공식 빈곤선의 최소 세 배 이상이며, 인구의 최소 65%가 이 수준 아래에 있다.
세계은행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도상국에 자문단을 보내 빈곤 추정 방법을 교육해 왔다. 중국의 빈곤선 역시 세계은행의 조언에 따라 설정됐다. 1978년 연간 100위안이라는 빈곤선을 1997년 기준으로 갱신한 뒤 비식량 지출을 더한 것이다.
중국은 2019년에 하루 8.8위안이라는 공식 빈곤선을 사용해 ‘빈곤 제로’를 선언했다. 이 금액으로는 생수 2.1리터를 살 수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 이 인위적이고 실제로 관측된 적조차 없는 지출 수준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고, 이 ‘관측된 0명’이 ‘극빈 제로 달성’이라는 왜곡된 결론으로 해석됐다. 직후 빈곤선은 하루 11위안으로 상향됐다.
중국의 정통한 분석가들은 인구의 최소 5분의 1이 월 1,000위안, 즉 공식 빈곤선의 세 배에 해당하는 최소 생계비를 지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도에 5% 빈곤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중국의 빈곤 제로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다만 최근 중국은 수만 명의 훈련된 인력을 특히 농촌 지역에 파견해 지역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 가장 빈곤한 가구를 직접 식별하고, 대규모 이전지출을 통해 빈곤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궁극적으로 제거하려는 대규모 사업을 시작했다. 인도의 케랄라주도 강력한 공동체 네트워크와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유사한 정책을 소규모로 시행해 빈곤 가구의 식별과 재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은행은 여러 빈국의 자국 통화 기준 빈곤선을 구매력 기준으로 달러화해 평균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하루 3달러라는 현재의 글로벌 빈곤선을 설정한다. 그리고 이를 다시 개별 국가에 적용할 때는 반대로 환율을 약 0.28배로 실질화해 루피아 기준 3달러 값을 산출하는데, 이는 언제나 인도의 공식 빈곤선과 거의 일치한다.
왜 모든 공식 빈곤선은 인위적으로 구성돼 빈곤 감소라는 허위 결과를 낳고, 결국 생존선 아래로 떨어지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은행의 조언 아래 수십 년 동안 공식 빈곤선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영양 기준과 완전히 분리돼 왔기 때문이다.
각국에서 최초로 실시된 빈곤 추정만이 특정 영양 기준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지출을 기준으로 올바르게 설정됐다. 이후의 모든 추정은 잘못됐다. 최초 빈곤선을 라스파이레스 물가지수(기준연도의 소비 구조를 그대로 두고 가격 변화만 반영하는 물가지수)로 단순히 가격만 갱신했을 뿐, 해당 영양 기준이 계속 충족되는지는 단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스파이레스 지수는 기준연도의 소비 바구니와 수량을 고정한 채 가격 변동만 반영한다. 인도와 중국의 기준연도는 각각 1973년과 1978년으로, 현재 기준 52년, 47년 전이다. 만약 1973년과 1978년에 빈곤선을 설정하면서 1921년이나 1931년의 소비 바구니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발표했다면, 조롱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정부와 세계은행은 반세기 전 소비 바구니를 아무 비판 없이 현재 빈곤을 논하는데, 이는 교육받은 대중이 이 추정 방식의 터무니없음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73년 인도 농촌에서는 하루 2,200칼로리 영양 기준을 충족하려면 월 49루피아(약 810원)가 필요했고, 이 이하를 지출한 인구 비율은 56.4%였다. 2011~12년에는 동일한 영양 기준을 충족하려면 월 1,320루피아(약 21,800원)가 필요했으며, 이 기준 이하 인구는 66.8%로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공식 추정에서는 영양 기준이 폐기됐고, 단순한 물가 조정으로 빈곤선을 816루피아(약 13,500원)로 설정해 빈곤율을 25.7%로 낮췄다. 이는 실제 기준 1,320루피아와 66.8%라는 현실을 왜곡한 것이다.
도시 지역도 마찬가지다. 1973년 월 56.6루피아로 하루 2,100칼로리를 충족하던 빈곤선은 49% 빈곤율을 나타냈으나, 2011~12년 동일한 기준을 충족하려면 2,130루피아(약 35,100원)가 필요했다. 공식 빈곤선은 1,000루피아로 설정돼 빈곤율은 13.7%로 떨어졌지만, 이 수준은 하루 1,775칼로리밖에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처럼 공식 빈곤선은 시간이 갈수록 영양 섭취 수준을 계속 낮춰 왔고, 마침내 내가 2013년에 예측했듯이 생존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리고 생존자가 없다는 사실이 ‘극빈 제로’ 달성으로 축하받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이유는 빈곤 추정 시작 시점이 최근이기 때문이다. 기준연도가 오래되지 않아 아직 현실에 가까운 수치가 나온다.
반세기 전 소비 바구니를 고정하는 것은 사실상 빈곤을 가정에서 제거하는 것과 같다. 의료, 공공요금, 교육 같은 필수 서비스는 공공 제공에서 민영화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지난 30년간 시장 중심 개혁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소득이 이에 상응해 증가하지 않은 가구들은 영양 기준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인도의 가계부채 증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기존에 빈곤하지 않던 가구가 빈곤층으로 추락했고, 이미 빈곤했던 가구는 더 큰 영양 결핍을 겪고 있다. 인도의 소비 조사 자료는 농촌과 도시 모두에서 1인당 에너지·단백질 섭취량이 장기적으로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높이뛰기 선수가 기록 향상을 주장하며 바를 계속 낮춘다면 영구 출전 정지를 당할 것이다. 학교장이 합격선을 100점 만점에 2점으로 낮춘 뒤 낙제율이 0%로 떨어졌다고 주장한다면 즉각 해임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은행을 논리적이고 윤리적인 추정 방식으로 되돌릴 국제기구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세계은행은 2020년 유엔 극빈과 인권 특별보고관 필립 올스턴의 보고서조차 거부했다. 은행은 앞으로도 빈곤선 아래에서 더 많은 가구가 의료비와 생활비 급등으로 빚에 빠지고 영양 상태가 악화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수백만 명이 극빈에서 벗어났다고 계속 말할 것이다.
[출처] The World Bank Miracle: How to Show Rising Poverty as Declining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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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차 파트나익(Utsa Patnaik)은 인도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Jawaharlal Nehru University, JNU)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