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일, 서안지구 키르베트 바니 하리스 인근에서 오와이스 함맘(Owais Hammam)은 집 근처를 걷고 있다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대인 정착민(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요르단강 서안)와 동예루살렘 등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이주해 거주하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에게 납치됐다. 18세의 이 팔레스타인 청년은 인근 정착촌에 여러 시간 동안 붙잡혀 있으면서 반복적인 구타와 모욕,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에는 이스라엘군 병력도 개입했으며, 이들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함맘을 풀어주었다. 함맘은 다발성 부상과 심각한 심리적 외상을 입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 같은 공격은 결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의 상황 속에서 정착민 폭력은 뚜렷하게 격화됐으며, 과거의 기물 파손과 재산 파괴 중심 양상에서 벗어나 납치, 장시간 학대, 그리고 군의 명백한 공모 의혹까지 동반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2년 동안 3,2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정착민 폭력과 이동 제한 탓에 강제로 이주당했다.”
폭력은 유엔이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2025년 10월이 서안지구 정착민 폭력이 가장 심각했던 달로 기록될 정도로 증가했다.
라말라 지구 키르베트 바니 하리스 마을 출신의 28세 팔레스타인 남성 오와이스 함맘은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이스라엘군의 도움을 받은 납치 및 잔혹한 폭행을 당한 뒤 치료를 위해 팔레스타인 메디컬 콤플렉스에 입원해 있다. 그는 전신에 걸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함맘은 손과 발이 묶인 채 물리적으로 끌려 인근의 한 정착촌 전초기지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정착민들과 군인들이 함께 가한 극심하고 잔혹한 폭력이 벌어졌다. 그는 총이 장전된 상태로 귀 옆에 겨눠진 채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이 끔찍한 납치 과정 동안 고문을 당했고 잠도 자지 못했다. 함맘은 기도와 고요, 성찰을 위해 자주 찾던 외딴 지역에서 납치됐다. 출처 : @faiz Abu Rmeleh / Activestills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스라엘 극우 집단을 연구해 온 연구자로서, 나는 서안지구에서 정착민 폭력이 급격히 격화된 현상이 이스라엘 국가 제도 내부에서 일어난 심대한 변화를 드러낸다고 본다. 법과 질서의 중립적 집행자로 자처해 온 군대, 이스라엘 경찰, 그리고 광범한 정부 기구는 이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적 정착민 행위와 점점 더 긴밀하게 결합해 있으며, 때로는 직접적으로 공모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정착민 폭력에 대응하기를 꺼리는 제도적 태도는 단순한 집행 실패가 아니다. 이는 적어도 1990년대 중반 이후 이스라엘 사회를 재편해 온 깊은 사회적·정치적·문화적 변화가 낳은 의도된 결과라고 나는 주장한다.
정착민의 꿈의 정부
이러한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례는 2022년 12월에 출범한 현 이스라엘 정부의 구성이다.
처음으로, 정착민 노선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정착 운동 내 가장 폭력적인 흐름과 개인적 연계를 지닌 인물들이 핵심 장관직을 차지했다.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와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처럼 극단주의적 이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들, 그것도 직접 정착민인 이들이 정착민 폭력을 촉진하고 정당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온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벤그비르는 총기 규제를 대폭 완화해 2023년 10월 이후 10만 건이 넘는 신규 총기 소지 허가를 발급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착민들이 우선적인 접근권을 누렸다.
한편 스모트리치는 불법 전초 정착촌에 보안 장비를 공개적으로 배포하고, 정착민 민병대를 위한 막대한 예산을 배정했다. 이러한 정치적 지원은 정착민들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더욱 대담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개별 장관들의 행보를 넘어, 이스라엘 정부는 정착민 폭력에 대한 제도적 견제 장치를 체계적으로 약화하는 구조적 개편을 추진해 왔다.
서안지구의 핵심 행정 기구인 민정청(Civil Administration)을 군 중앙사령부에서 스모트리치의 재무부로 이관한 조치는 통치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수십 년 동안 민정청은 보건과 교육 등 서안지구의 각종 행정 서비스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 왔으며, 오슬로 협정에 따라 서안지구 일부에 제한적 자치권을 부여받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협력 창구로도 기능했다.
민정청을 독립적인 군 지휘 체계가 아닌 정치적 통제 아래 두면서, 정부는 정착촌 확장을 제어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제도적 장치를 약화시켰다.
마찬가지로 서안지구 국경경찰을 벤그비르의 국가안보부 산하에 두려는 계획 역시, 1967년 이후 점령지 서안지구의 긴장을 관리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 온 통합 지휘 체계를 해체할 위험을 안고 있다.
정착민에 대한 굴복
이러한 변화와 동시에, 민간 정착민과 제복을 입은 보안 인력 사이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당국은 이른바 ‘민간 정착촌 방위대’와 지역 방위 대대에 군용 소총 8,000정을 배포했다.
이 무장한 정착민 집단들은 이제 공식 보안군과 나란히 활동하며, 점점 그 구분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공격 과정에서 공식 제복을 입고 군이 지급한 무기를 휴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경찰서 같은 보안 인프라는 종종 정착촌 내부에 물리적으로 위치해 있으며, 이는 법 집행 기관과 정착민 공동체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강화한다.
이러한 지리적·제도적 근접성은 중립적인 치안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나는 본다.
이 현상의 문화적·사회적 차원은 더 깊다. 많은 정착민이 군 예비군으로 복무하면서 민간인과 군인의 정체성이 중첩된다.
군과 정착촌의 자체 ‘방위대’ 사이를 조정하는 민간 보안 책임자들은 군 작전 정책 형성에도 적극 개입한다. 이들은 정착촌 경계를 설정하고, 팔레스타인인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을 정하며, 때로는 병력을 지휘하기도 한다.
군인들은 충돌 상황을 범죄로 개입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민간인 간의 마찰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폭력이 격화되면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팔레스타인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정착민을 방어하는 데 나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서안지구: 점령되고 갈등이 지속되는 땅
음영으로 표시된 지역은 명목상 팔레스타인 통제 지역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공동 통제 지역을 나타낸다. 서안지구에서 음영 표시가 없는 지역은 이스라엘의 통제하에 있다.
사회적 변화
이스라엘 제도의 변화는 정착민 운동이 여러 사회 세력 가운데 하나에서 지배적인 정치 세력으로 부상한 더 넓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다.
정착민들은 정부와 군 지휘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결과 정착민 폭력은 국가 제도의 작동 논리 속에 점점 더 깊이 내재화됐고, 법 집행 기관은 겉으로는 중립적 조정자로 보이지만 국제 관측자들이 점점 더 “조력자” 혹은 “가담자”로 규정하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체계적 폭력의 일부로 변모했다.
이는 국가 권력이 정착민 확장주의에 노골적으로 봉사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재편됐음을 보여준다고 나는 주장한다.
더 나아가 정착민 폭력 가해자들이 거의 책임을 묻지 않는 현실은 제도적 장악의 정도를 분명히 드러낸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정착민 폭력에 대한 경찰 수사의 93% 이상이 기소 없이 종결됐고, 실제 유죄 판결로 이어진 경우는 3%에 불과했다.
내가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마지막 해인 2021년, 이스라엘 당국이 ‘이념적으로 동기화된 범죄’로 개시한 수사는 단 87건에 그쳤던 반면, 유엔 감시기구는 같은 해 585건의 사건을 기록했다.
서안지구 이스라엘 경찰청장은 정착민 폭력에 대한 신고 자체가 “급진적 좌파 무정부주의자들”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사법적 감시의 약화
이스라엘 대법원은 서안지구가 국제법상 점령지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왔다.
그럼에도 사법 체계는 역사적으로 정착촌 확장을 용인해 왔다. 정착민들은 이스라엘 민법의 적용을 받으며 이스라엘 선거에 투표할 권리를 갖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군사법의 지배를 받는다. 이에 따라 폭력과 재산권이 얽힌 사건에서 극단적으로 비대칭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대법원은 때때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기각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정착촌 사업을 정당화하는 ‘안보’ 논리에 굴복해 왔다. 예컨대 2022년 대법원은 헤브론시에서 팔레스타인 토지를 반환해 달라는 청원을 기각하며, 이스라엘의 존재가 군의 ‘지역 안보 교리’의 일부라고 판결했다.
마찬가지로 주택 철거라는 군사 정책에 맞서 제기된 다수의 청원에서도, 이스라엘 대법원은 안보 당국에 대해 유보적이고 순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평화 과정에 미치는 영향
정착민의 이해관계에 대한 이러한 제도적 굴복이 낳는 파장은 서안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착민들은 가자지구 전쟁을 자신들의 의제를 가속할 기회로 노골적으로 인식해 왔으며, 그 결과 2023년 10월 7일 이후 최소 18개 공동체에서 1,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강제로 쫓겨났다.
이러한 사태는 인도주의적 위기일 뿐 아니라, 가자지구의 ‘그 다음 날’을 구상하는 국제 논의에서 다시 핵심 해법으로 떠오른 두 국가 해법의 실현 가능성 자체를 잠식한다. 또한 두 국가 해법을 대체할 어떤 구상 속에서도, 이스라엘이 자신이 통제하는 영토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법의 지배를 평등하게 집행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
국제 사회가 휴전 협상과 재건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서안지구에서 계속되는 폭력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필요한 영토적·인구적 토대를 허물고 있으며, 지속적인 휴전의 전망을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이것이 정의로운 미래에 미칠 함의는 실로 암울하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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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 페를리거(Arie Perliger)는 매사추세츠대 로웰 캠퍼스 안보연구소 소장이며, 범죄학·형사사법학 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