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화성의 상대적인 크기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합성 이미지다. 출처: NASA/JPL-Caltech
지구에서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과학자들은 다양한 이론을 제시해왔지만, 생물학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화학적 단계나 최초의 원시 생명체가 언제 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 생명이 실제로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을 통해 유입되었다면 어떨까? 이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주류 이론은 아니지만, 여전히 매혹적인 가설로 남아 있다. 본 아티클에서는 이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증거들을 살펴본다.
핵심적인 요소는 ‘시점’이다. 화성은 약 46억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지구는 약간 뒤처져 약 45.4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 두 행성의 표면은 초기에는 모두 용융 상태였으며, 이후 서서히 식으면서 단단한 지각으로 굳어졌다.
이론적으로, 생명은 지구와 화성 양쪽에서 독립적으로 탄생할 수 있었으며, 이는 행성 형성 직후의 시점일 수 있다. 현재의 화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초기 화성은 초기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기 화성은 보호 대기를 지니고 있었으며, 바다, 강, 호수 형태의 액체 상태 물도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열 활동도 활발했으며, 열수 분출공과 온천 등의 환경은 생명 탄생에 필요한 조건을 제공했을 수 있다.
초기 화성에는 흐르는 물이 있었고, 그 물은 호수에 고였었다. 출처: NASA/JPL-Caltech
그러나 약 45.1억 년 전, 지구는 테이아(Theia)라 불리는 화성 크기의 암석 행성과 충돌했다. 이 충돌로 두 천체는 용융되어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분리되어 지구와 그 위성인 달이 형성되었다. 만약 생명이 이 충돌 이전에 지구에서 시작되었다면, 이 대재앙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화성은 전 지구적인 재용융 사건을 겪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화성 역시 초기 태양계의 격렬한 충돌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 중 어떤 충돌도 행성을 완전히 파괴할 정도로 거대하지는 않았으며,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만약 생명이 화성에서 행성 형성 직후인 약 46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면, 적어도 5억 년 동안은 중대한 중단 없이 진화를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화성의 자기장이 붕괴했고, 이는 화성 거주 가능성의 종말을 알리는 시점이었다. 보호 대기는 사라졌고, 행성 표면은 극저온과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었다.
지구와 화성 크기의 천체가 충돌하여 달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초고성능 컴퓨터 시뮬레이션.
시기의 문제
그렇다면 지구에서는 언제 생명이 나타났을까? 생명의 진화 계통수를 거슬러 올라가면 '루카(LUCA, 마지막 보편 공통 조상)'라는 미생물에 도달하게 된다. 루카는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공통 조상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유전학과 초기 생물 화석 기록을 기반으로 루카의 특성을 복원했으며, 루카는 약 42억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루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초기 생명체는 아니며, 당시에는 루카 외에도 다양한 미생물 종이 공존하면서 경쟁하고 협력하고, 환경과 바이러스에 대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만약 복잡한 생태계가 이미 약 42억 년 전 지구에 존재했다면, 생명은 그보다 앞서 탄생했어야 한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루카의 연대는 지구 형성 이후 약 3억 6천만 년, 달 형성 충돌 이후 약 2억 9천만 년 후이다. 이 2억 9천만 년 동안, 화학이 생물학으로 전환되었음이 분명하다. 이 시간은 생명이 지구에서 시작되어 다양화되기에 충분했을까?
루카(Luca)가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경은 얕은 해양 열수 분출계 또는 지열 온천이었으며, 사진은 미국 옐로스톤에 위치한 인상적인 지열 온천의 예이다. 출처: NPS/다이앤 렌킨(Diane Renkin)
화성에서 유래한 지구 생명 기원 가설은 이러한 질문을 우회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화성에서 진화한 미생물 종이 운석을 통해 지구로 이동해, 달 형성 충돌 이후 안정된 환경에서 생존하며 정착했을 수 있다.
시점상으로는 이 가설에 호의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2억 9천만 년이라는 시간은 지구상에서 화학 반응을 통해 최초 생명체가 탄생하고, 생물학이 더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동 과정에서의 생존 가능성
루카의 복원된 유전체에 따르면, 분자 수소나 단순한 유기물을 먹이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루카가 열수 분출공이나 온천과 같은 얕은 해양의 지열 환경에 살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생명의 기원 연구 분야에서는, 이러한 환경이 비생명체 화학이 생명체로 전환되는 데 적합한 조건을 제공했다고 본다.
루카는 또한 고온과 자외선에 대한 방어 메커니즘을 지닌 생화학적 장비를 갖추고 있었으며, 이는 초기 지구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초기 생명체가 화성에서 지구까지의 여정을 견뎠을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다. 루카의 유전체 어디에서도 우주 비행에 특화된 적응을 암시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초기 생명체가 화성 운석을 타고 지구로 왔을까? 출처: Mohamed Nohassi, Unsplash+
화성에서 지구로 오기 위해서는, 미생물은 우선 화성 표면에서의 충격을 견뎌야 했고, 고속으로 대기 밖으로 방출되어야 했으며, 이후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수 개월에서 1년 이상 동안 우주 방사선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지구 대기권 재진입 시의 고온을 이겨내고, 지표면에 충돌했을 때도 적절한 환경에 도달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화학이 생물학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이러한 고난도의 이주 과정보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나는 틀릴 수도 있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미생물이 행성 간 이동 중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존재한다.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극도로 생존력이 강한 일부 미생물만이 화성-지구 간 여행을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방사선 손상을 막는 특수 적응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포자 형태로 탈수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미생물 집단이 충분히 큰 운석의 내부에 갇혀 있었다면, 우주의 가혹한 조건으로부터 보호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이 가설을 지지하며, 관련 실험도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만약 생명이 태양계 형성 후 처음 5억 년 이내에 화성에서 지구로 이동할 수 있었다면, 지난 40억 년 동안 왜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 확산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우리는 화성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출처] Are we the Martians? The intriguing idea that life on Earth began on the red planet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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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조던(Seán Jordan)은 더블린 시티 대학교(Dublin City University) 화학과 부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