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콩코르디아(Concordia)의 아이스 메모리 보존소(Ice Memory Sanctuary)에 보관된 빙핵. 사진: 가에타노 마시모 마크리(Gaetano Massimo Macri) / 아이스 메모리 재단(Ice Memory Foundation). 제공: 저자(Fourni par l'auteur)
2026년 1월 14일 수요일, 지구상에서 가장 ‘차가운 도서관’이 남극 콩코르디아(Concordia) 기지에서 개관했다. 전 세계에서 채취된 빙하 샘플들이 이제 이곳에 안전하게 보관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는 얼음 속에 갇힌 과거 기후의 흔적을 계속 연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지구 모든 대륙에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중요하다.
지하에 건설된 이 보존소는 영하 50도의 자연 기온을 유지하며, 안데스(Andes), 스발바르(Svalbard), 알프스(Alps), 코카서스(Caucasus), 그리고 타지키스탄(Tajikistan)의 파미르산맥(Pamir Mountains)에서 채취된 위험에 처한 빙핵을 별도의 냉각 설비 없이도 보관할 수 있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스위스 기후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산하 ‘과학’ 실무 그룹의 전 공동의장이었던 토마스 슈토커(Thomas Stocker)가 주도했다. 현재 그는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아이스 메모리 재단(Ice Memory Foundation)의 회장을 맡고 있다. 프랑스의 그르노블 알프 대학교(University of Grenoble Alpes)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카포스카리 대학교(Ca’ Foscari University of Venice)도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슈토커는 이 장기 프로젝트의 시급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과의 인터뷰]
더 컨버세이션: 이 남극에 보관되는 빙핵들이 미래 과학자들에게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토마스 슈토커: 예를 들어, 미래에 대기 중에서 새로운 물질, 예컨대 살충제가 발견되었다고 하자. 만약 2076년에 한 과학자가, 2026년 당시 유럽 알프스나 아시아 대기의 해당 물질 농도가 어땠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빙핵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만약 이 빙핵을 채취해 남극에 보관하지 않았다면, 그 과학자는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빙핵들이 남극에서 보존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는 해당 빙핵을 분석해 50년, 100년 전의 대기 중 해당 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데이터를 재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 과학자들이 다양한 질문에 답할 수 있으려면 우리가 지금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한 논문은 글로벌 빙하 손실의 추세를 보여주는데, 2040년까지는 사라지는 빙하의 수가 계속 증가할 것이며, 그 시점에 전 세계 빙하 손실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는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가 줄어들 텐데, 이는 지구온난화가 멈추어 서가 아니라, 그만큼 지구상에서 사라질 빙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인류가 가진 귀중한 환경 기록 저장소가 영원히 파괴된다.
알프스 기온은 전 세계 평균보다 약 두 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우리는 빙하 표면이 여름에 녹기 전에, 그 물이 깊숙이 침투하기 전에, 이 빙핵들을 확보해야 한다.
과학이 ‘얼음을 말하게 한’ 50년… 미래 세대에게 바라는 것은?
더 컨버세이션: 연구 경력 동안 수많은 기술적·방법론적 진보가 있었을 텐데,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은 무엇인가? 콩코르디아에 저장될 빙핵과 더 깊이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이라 보는가?
토마스 슈토커: 지난 50년간 우리가 과학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추측해보면, 돌연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특정 물질의 원소 조성이나 얼음 속에 갇힌 가스 농도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마치 열쇠처럼, 우리 환경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정보의 문을 열어주었다.
앞으로는 광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다양한 화학 물질에 포함된 원소들의 동위원소 조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 안에, 피코그램(picogram) 또는 펨토몰(femtomole)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는 고정밀 분석 도구가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대기 구성, 먼지나 광물 등 다양한 입자에 대해 전례 없는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다.
남극의 아이스 메모리 보존소, 빙핵 보관을 위한 눈 동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아이스 메모리 프로젝트는 기후학 외 어떤 분야에도 도움이 될까?
토마스 슈토커: 당연히 있다. 예를 들어, 유기물이나 DNA가 빙핵에서 발견된다면, 그것은 생물학의 영역이다. 대기 화학 조성을 분석한다면, 화학이다. 먼지 속 광물 조성을 알아낸다면, 지질학이다. 이렇게 수많은 과학 분야가 빙핵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제 긴장이 고조되는 시대, 과학의 다자주의는 가능할까?
토마스 슈토커: 아이스 메모리 프로젝트는 과학계에서 다자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콩코르디아에 마련된 이 독특한 보존소는 모든 국가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단순한 공동 연구를 넘어서, 국경과 정치적 대립을 넘어선 인류 전체를 위한 상징적인 노력이다.
우리는 모든 빙하 보유국이 이 과학적 노력을 지지하고, 빙핵 채취 원정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다. 특히 타지키스탄(Tajikistan)은 콘 추쿠르바시(Kon Chukurbashi) 빙모에서 채취한 105m 길이의 소중한 빙핵을 최초로 기증한 국가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 사례다.
역사적인 순간: 타지키스탄이 파미르산맥(Pamir Mountains) 빙핵을 남극 보존을 위해 공식 기증했다
남극은 과거에도 대화의 공간이었다. 오늘날에도 가능할까?
토마스 슈토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남극은 지구상에서 독보적으로 풍부한 자연과 생명을 품은 특별한 공간이다. 각국의 입장과 가치는 여기에서는 부차적인 문제다. 기후 시스템을 이해하고, 자연을 관측하며, 이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지난 50년간 우리가 남극에서 과학을 통해 이 사실을 입증해 왔다.
남극은 인류가 함께 몰두하고, 협력하며,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공동의 과학 플랫폼이다. 이는 우리가 공유하는 지구의 미래를 위한 일이며, 지금 이 시대야말로 그런 대화를 지속해야 할 순간이다.
[인터뷰] 가브리엘 마레쇼(Gabrielle Maréchaux), 더 컨버세이션 프랑스 환경 전문 기자
[출처] The first ice core library in Antarctica to save humanity’s climate memor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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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슈토커(Thomas Stocker)는 스위스 베른대학교(University of Bern) 기후 및 환경물리학 명예교수(Emeritus Professor of Climate and Environmental Physics)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