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쿠팡 사태, 지금 물류센터 현장은?

쿠팡 특검, 고용노동부, 서울경찰청. 각종 법 위반을 자행한 쿠팡을 수사하는 국가 기관들이다. 이 기관들의 쿠팡 수사 의제는 일용직 퇴직금, 과로·산재사망 은폐, 고객 개인정보 유출, 대관팀 운영과 로비 등이다. 그 와중에 국토교통부는 메자닌 등 쿠팡의 건축법 위반 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분주하게 물류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그런데 쿠팡으로 시끌벅적한 바깥과 달리 물류센터 현장 안은 조용하다. 밀려오는 주문, 관리자들의 속도 올리라는 방송, 수백·수천 명의 노동자로 요란했던 현장이다. 분명 탈팡 때문이다. 주문 물량이 줄어드니 쿠팡은 즉각적으로 일용직 고용부터 줄였다. 매일같이 날아오는 출근 인센티브 홍보 문자는 어느 때보다 뜸하다.

와중에 현장이 요란한 순간도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물류센터 현장을 점검했을 때다. 쿠팡이 전국 60여 개 물류센터 대부분에 설치한 복층 구조인 메자닌(Mezzanine)이 불법 시설물이라는 점이 제기되었다. 관리자들이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메자닌 층을 합법으로 위장하기 위해 ‘중앙’이라 불리는 관리자들의 상주 업무 공간을 해체하고, 어렵게 설치한 폭염 대비 휴게실(쿨존)을 치워버렸다. 합법을 가장하기 위해 여차하면 수십 대의 자동 포장기계인 오토백 기계와 어렵게 설치한 일부 냉난방장치까지 뜯어낼 기세다.

탈법과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서만 분주한 현장. 쿠팡 사태는 현장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1분도 없었던 휴게시간을 확보하고, 현장 휴게실을 설치하고, 이를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으로 체결해서 과로와 산재를 예방하느라 바빠야 할 때가 아닌가? 물론 우리도 이제는 알고 있다. 2020년 10월 고 장덕준님이 과로·산재사망으로 목숨을 잃었을 때 김범석과 헤럴드 로저스(현 쿠팡 대표 대행)가 산재를 은폐하느라 얼마나 바빴는지를.

출처: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 사태와 ‘탈팡’ 러시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건재하다. 주문 물량은 줄었지만 코로나19 시기 셧다운 때 그랬던 것처럼, 덕평물류센터 화재 후 와우회원 탈퇴 흐름이 있을 때처럼 쿠팡은 특유의 유연함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를 줄였고, 계약직 노동자에게는 무급휴직을 들이댔다. 당장 지친 몸이라도 뉘어야 했기에 선택한 무급휴직. 탈팡의 고통은 쿠팡 자본보다 노동자에게, 계약직 노동자보다 일용직 노동자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언론에 등장하는 ‘쿠팡 영업정지’, ‘택배사업자 자격박탈’ 등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쿠팡대구2센터, 무거운 자키작업을 여성노동자 혼자 하다가 하혈할 수밖에 없는 곳. 쿠팡여주센터, 작업 속도로 노동자들을 줄세우고, 속도가 느린 노동자들은 언제 다른 공정으로 팔려나갈지 모르는 곳. 현장 정수기 물통이 얼어붙는 추위는 덤이다. cctv가 있어서 산재 사망이 은폐되는가 하면, cctv가 없다는 이유로 명백한 산재가 인정되지 못하는 현장. 같은 업무를 더 힘들게 하는 야간노동자들의 시급이 주간보다 더 낮은 비상식적 차별이 당연한 현장. 몸 성한 노동자가 아무도 없는 근골격계 질병 현장이지만, 지금까지 단 하나의 근골격계 산재도 인정되지 않는 현장. 쿠팡 사태 시기 쿠팡물류센터 풍경이다.

탈팡의 고난을 현장의 변화 없이 극복한 쿠팡.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정부, 국민, 노동자 모두가 힘을 합해도 바꿀 수 없는 권력의 탄생을 마주해야 하는가. 탈법과 불법으로 요란한 현장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휴게시간 보장, 단체협약 체결, 노조활동 보장. 휴대폰 반입 허용. 이 네 가지가 전제되지 않은 탈팡 극복은 더 무시무시한 독점 플랫폼 자본의 탄생일 뿐이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어느 날보다 추울 것이라는 1월 30일, 쿠팡노동자들과 시민들은 쿠팡 잠실 본사에서 시작해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고행을 택했다. 김범석의 책임을 묻는 쿠팡 물류센터 현장노동자의 서명지를 싣고, 추락해야만 하는 로켓배송을 앞세운다. 이 행진은 이틀 뒤 쿠팡 택배노동자와 시민의 궐기로 이어질 예정이다. 탈팡을 극복한 쿠팡은 ‘극악’이 아니라 ‘대안’의 탄생이어야 한다. 그때 우리는 고 장덕준 노동자 어머니 박미숙 님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는 김범석을 마침내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말

정성용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이다.

태그

임단협 산재사망 단체협약 이재명 쿠팡 물류센터 탈팡 김범석 국토교통부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