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 속 별먼지가 밝혀낸 태양계의 8만 년 역사

출처: 알프레트 베게너 연구소(Alfred-Wegener-Institute) / 에스터 호르바트(Esther Horvath)

우주를 떠올릴 때 사람들은 보통 별, 행성, 위성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주의 상당 부분은 가스, 플라스마, 그리고 별먼지로 이루어진 구름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는 이를 성간운(interstellar cloud)이라고 부른다.

우리은하의 국부 영역에만 약 15개의 개별 성간운이 존재한다. 현재 태양계는 이들 가운데 하나를 통과하고 있으며, 이 구름은 국부 성간운(Local Interstellar Cloud)’이라 부른다. 연구자들은 이 구름들의 기원과 역사가 별의 탄생과 죽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흔적을 예상치 못한 장소, 바로 남극의 얼음에서 확인한다.

동료 연구자들과 나는 오래된 남극의 눈과 얼음에 갇힌 별먼지를 연구하며 태양계를 포함한 우리 우주 이웃의 역사를 추적해왔다.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 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서 우리는 지난 8만 년 동안 태양계가 국부 성간 환경을 통과하며 이동한 흔적을 보여주는 미묘한 단서를 발견했다.

하늘을 보기 위해 아래를 바라보다

천문학은 보통 바깥 우주를 향한다. 망원경은 먼 별과 은하에서 오는 빛을 수집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광대한 시공간에 걸친 사건을 관측한다. 이러한 관측을 바탕으로 별이 어떻게 탄생하고 죽는지, 원소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우주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추론한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이러한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다.

우리는 우리에게 도달하는 빛을 관측하는 대신, 폭발한 별이 남긴 잔해를 지구에서 직접 연구한다. 별은 우주의 용광로처럼 중심부에서 탄소와 산소부터 칼슘과 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소를 합성한다. 여기에는 철-60(⁶⁰Fe)과 같은 희귀 동위원소도 포함된다.

거대질량별이 생애 마지막 단계에서 초신성으로 폭발하면 이러한 원소를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며, 이 물질은 성간 먼지가 된다.

초신성 폭발을 묘사한 상상도(artist’s impression)

이 먼지의 미세한 입자는 은하를 떠돌다가 때때로 지구 표면에 도달한다. 항성 폭발의 지문과 같은 방사성 철-60은 이러한 먼지 입자 내부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지구의 지질학적 기록에서 이러한 원자를 탐색함으로써, 빛이 이미 사라진 뒤에도 초신성과 같은 천체물리 현상을 연구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남극은 매우 중요한 장소다. 남극의 눈은 매우 천천히 쌓이고 대부분 교란되지 않은 채 유지되며, 수만 년에 걸친 층상 기록을 형성한다. 각 층은 당시 우리 우주 이웃에 존재했던 물질의 모습을 하나의 스냅샷처럼 보존한다.

남극 얼음에서 발견한 별먼지

우리가 남극의 최근 적설 500킬로그램을 연구했을 때 예상하지 못하게 이 희귀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왔을까? 최근 지구 근처에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 우주 이웃에는 15개의 성간운이 존재하며, 현재 태양계는 적어도 그중 하나를 통과하고 있다. 별먼지가 이 구름 속에 머물다가 지구에 포획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지구가 수집하는 별먼지의 양은 이 구름들의 구조와 관련되어야 한다. 구름의 밀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철-60을 포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2019년에 제시한 가설이었다.

곧 다른 설명도 등장했다. 수백만 년 전 지구는 거대한 초신성 폭발에서 방출한 대량의 방사성 동위원소 철-60(⁶⁰Fe)을 받았다. 그렇다면 남극 눈 속 -60은 그 신호의 마지막 잔재, 혹은 메아리일까? 폭우가 가랑비로 약해진 결과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4만 년에서 8만 년 전 시기의 남극 얼음 300킬로그램을 분석했다. 이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우리는 얼음을 녹이고 화학 처리를 통해 철의 미량 성분을 분리해야 하며, 여기에는 별먼지에 포함된 철-60도 포함된다.

그다음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중이온 가속기 시설(Heavy-Ion Accelerator Facility)의 가속기 질량분석(accelerator mass spectrometry) 기법을 이용해 철-60 원자를 하나씩 계수했다.

우리는 이전에 측정한 남극 표층 적설과 수천 년 된 해양 퇴적물 자료를 바탕으로 일정한 수준의 철-60 퇴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적은 양을 발견했다. -60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눈에 띄게 낮았다.

이 결과는 해당 시기에 지구에 도달한 성간 먼지의 양이 더 적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는 비교적 짧은 천체물리학적 시간 척도에서 나타난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이며, 수백만 년 전에 지구에 도달한 철-60 퇴적과 관련된 긴 시간 규모와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이 동위원소의 더 작고 더 국지적인 기원을 찾아야 했다.

오리온 분자운 복합체(Orion Molecular Cloud Complex)는 성간운의 한 종류다. 츨차: 미국항공우주국(NASA) / 제트추진연구소(JPL-Caltech)

들어맞는 이야기

천문학자들은 자연스럽게 태양계를 둘러싼 성간운에도 큰 관심을 가진다. 지난해 한 연구는 이 구름들의 역사를 재구성하며, 이들이 항성 폭발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연구진은 태양계가 4만 년에서 124천 년 전 사이어느 시점부터 국부 성간운(Local Interstellar Cloud)을 통과해왔다고 밝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구가 수집한 철-60의 양 역시 같은 시기인 약 4만 년에서 124천 년 전 사이에 변화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남극에서 얻은 우리의 결과가 보여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 구름들이 실제로 폭발한 별에서 직접 기원했다면, 우리는 남극 얼음에서 실제로 관측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철-60을 발견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구름들은 지구의 지질학적 기록 속에 흔적을 남겼다. 우리가 더 깊은 층을 탐사하고 더 오래된 얼음을 분석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국부 성간운의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그 전체 역사와 불확실한 기원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Stardust trapped in Antarctic ice reveals tens of thousands of years of Solar System’s past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도미니크 콜(Dominik Koll)은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핵물리학 명예강사(Honorary Lecturer)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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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남극 태양계 동위원소 핵물리학 항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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