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레바논 기본 합의, 남부 레바논 점령 지속 논란

전문가는 이번 합의가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6626일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열린 기본 합의 서명식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키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왼쪽), 대니얼 홀러 미국 국무부 비서실장(가운데), 나다 하마데 주미 레바논 대사(오른쪽)가 기본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 알자지라 X

지난 금요일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 아래 수개월간 직접 협상을 진행한 끝에 백악관에서 기본 합의(framework agreement)에 서명했다. 그러나 레바논 인권 전문가들과 비판론자들은 이번 합의가 레바논에 전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한 굴복을 의미하며, 이스라엘의 침공을 계속 용인하고 레바논을 더욱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토요일 기자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중재한 이번 기본 합의를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대레바논 전쟁을 이란과의 협상에서 분리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레바논과 이스라엘, 미국은 본질적으로 이란에 이것은 당신들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 당신들은 이곳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고, 개입할 권한도 역할도 없다. 당신들도, 헤즈볼라도, 그 어떤 테러 조직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에서 자신을 배제한 이후 이스라엘 내부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으며, 이후 이란과 레바논, 시리아, 가자지구를 상대로 강경 발언과 위협을 이어왔다.

미국·이스라엘·레바논이 체결한 기본 합의는 비국가 무장단체의 무장 해제와 이들의 기반시설 해체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헤즈볼라와 레바논 내에서 이스라엘에 맞서 무장 저항을 벌이는 다른 모든 단체를 지칭한다. 또한 합의는 레바논군(LAF)레바논 전역에서 실질적인 주권 통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레바논군은 애초 국내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창설됐으며, 이스라엘로부터 국가를 방어할 수 있도록 조직한 군대는 아니다. 이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점령에 맞서 저항할 능력을 갖춘 헤즈볼라를, 그러한 능력이 없는 군대로 대체하려는 이스라엘의 목표와 맞아떨어진다.

합의는 이어 레바논군이 이른바 시범 구역을 단계적으로 통제하게 되며, 이후 이스라엘군이 차례대로 철수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 자체가 이스라엘의 현재 남부 레바논 점령을 정당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마치 이스라엘이 민간 지역을 광범위하게 파괴하는 점령군이 아니라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묘사하기 때문이다.

합의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우선 두 개의 구역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금요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거점은 철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헤즈볼라가 무장 해제되고 레바논으로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안보지대를 필요한 만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이번 합의가 허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계속 침공하고 점령하는 상황에서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미 많은 레바논 국민, 특히 남부 주민들에게 거부당했다. 이들은 헤즈볼라를 이스라엘의 침입으로부터 남부를 지키는 유일한 세력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헤즈볼라를 강제로 무장 해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합의는 또 미국과 레바논이 비국가 무장단체와 연계된개인이나 단체, 조직에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협력하고, 이러한 단체를 모두 불법화(proscribe)한다고 규정했다. 이 역시 대부분 헤즈볼라를 겨냥한 조항이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이미 20년 넘게 레바논 정부의 일부를 구성해 왔기 때문에 이 조항을 시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레바논의 인권·법률 전문가들은 14개 조항 가운데 제13조도 비판했다. 이 조항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국제 정치 및 법적 무대에서 모든 적대적이거나 불리한 행동을 중단하는 것을 포함해 긍정적인 의도를 보여주는 선의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레바논 정부가 유엔에서 이스라엘 관리들을 상대로 전쟁범죄 혐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쟁 과정에서 100만 명이 넘는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켰고,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했으며, 민간 기반시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등 여러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해 왔다.

합의문은 마지막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과 리더십에 감사를 표했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직접 협상을 진행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지난 1년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 속에서 레바논 정부 내 여러 세력은 헤즈볼라에 등을 돌렸고, 최근 이스라엘의 대레바논 전쟁에 대한 책임도 헤즈볼라에 돌렸다.

32일 시작된 이번 이스라엘의 대레바논 전쟁으로 지금까지 레바논에서는 4,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전쟁은 헤즈볼라가 2024년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헤즈볼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살해한 데 대응해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2024년 레바논 전쟁 이후에도 레바논에서 군사 행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당시 휴전 이후에도 약 1만 건의 휴전 위반 사례가 기록됐다.

2026년 이스라엘의 대레바논 전쟁은 198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침공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남부 레바논을 침공해 점령했으며, 2000년에 철수했다. 레바논에서는 1970년대부터 여러 종파가 참여한 저항운동이 이스라엘의 침공과 점령에 맞서 싸웠지만, 결국 2000년 이스라엘군을 레바논에서 강제로 철수시킨 것은 헤즈볼라였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역사학자인 팔레스타인계 레바논인 우사마 막디시(Ussama Makdisi)는 이번 합의를 19835월 이스라엘군과,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들어선 친미 성향의 약한 레바논 정부가 체결한 합의에 비유했다.

그는 그 합의는 너무나 인기가 없었고 많은 레바논 국민이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19842월 여러 레바논 민병대와 정당이 미국의 지원을 받던 정부에 맞서 봉기한 뒤 그 합의는 폐기됐다고 말했다.

막디시는 오늘날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해 두 가지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이스라엘의 의지에 종속된 정부가 통치하는 서안지구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가자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남부 레바논 대부분을 인종청소하고 파괴하는 가자 모델이다.

바드칼리지(Bard College) 인권학 부교수이자 온라인 매체 <자달리야>(Jadaliyya) 공동편집인인 지아드 아부리시(Ziad Abu-Rish)<트루스아웃>(Truthout)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에 서명한 레바논 정부 관계자들은 사실상 이스라엘이 규정한 이스라엘·레바논 관계의 틀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 그리고 남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을 모두 인정했다그것도 국제법에 따른 책임 추궁, 국제적 무기 금수조치, 양자 제재, 미국의 대외원조 삭감, 이스라엘 내부의 반대 등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집단학살 국가인 이스라엘을 상대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길이 200m의 헤즈볼라 터널을 파괴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레바논 남부 마즈달 준(Majdal Zoun) 마을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이번 대규모 폭발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적대 행위를 종식하기 위해 미국의 중재로 휴전 기본 합의에 도달한 이후에도 일어났다."

 

[출처] Israel and Lebanon Sign Framework Agreement That Marks Capitulation to Israel | Truthout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시린 아크람-보샤르(Shireen Akram-Boshar)는 사회주의 성향의 작가이자 편집자이며, 중동·북아프리카(Middle East/North Africa·MENA) 연대 활동가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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