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가 전한다. 조지프 버스비(Joseph Busby)는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 비확산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드러내는 상당한 위선을 지적한다. 여기에는 핵무기 사용 원칙을 바꾸고 전술핵무기 사용에 대한 대중의 경계심을 무디게 하려는 시도 등이 포함된다.
케빈 커크(Kevin Kirk)는 반드시 읽어볼 만한 글인 「지금 아마겟돈이 온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프로그램」(Armageddon Now! Israel’s Nuclear Weapons Program)에서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그는 프랑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Israel)에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핵심 자원을 어떻게 제공했는지도 설명했다.
이 글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핵 협정을 평가하는 데도 중요한 배경을 제공한다. 트리타 파르시(Trita Parsi)는 「트럼프의 사우디 핵 협정이 이란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Trump’s Saudi nuclear agreement may prolong the Iran war)에서 이에 대한 첫 반응을 다음과 같이 내놓았다.
미국과 이란이 최종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물을 해결하더라도 핵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견해차는 여전히 남는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핵 협정을 체결하면서 그 견해차는 이제 훨씬 더 심각해졌다.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최근 공개됐으며,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의 켈시 대븐포트(Kelsey Davenport)는 핵심 쟁점을 다룬 훌륭한 문답 자료를 발표했다.
결론은 이렇다. 트럼프는 미국이 30년 넘게 이란에는 허용하지 않으려 했던 바로 그 우라늄 농축 기술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사우디의 핵 활동에는 훨씬 느슨한 사찰 체제를 적용하고 있다. 사실상 워싱턴은 리야드(Riyadh)에 핵무기로 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이란에는 어떠한 농축 능력도 허용할 수 없다는 악명 높은 ‘농축 제로(zero-enrichment)’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란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란은 2010년 테헤란 연구용 원자로의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우라늄 농축 수준을 20%까지 높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1960년대 후반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 프로그램의 하나로 바로 이 원자로를 이란에 제공했다. 당시 워싱턴은 이란의 20% 농축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대변인 필립 크롤리(Philip Crowley)는 2010년 2월 11일 이란이 20% 농축을 시작하기로 한 결정이 “이란의 핵 개발 의도가 결코 평화적이지 않다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판단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제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로 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훨씬 적은 사찰만 받도록 하는 협정을 의회가 승인하기를 원한다. 동시에 이란에는 어떠한 우라늄 농축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폭격까지 하고 있다.
물론 적어도 한 명의 미국 대통령은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다.
“[케네디 암살과 관련해] 절대 공개되지 않을 문서가 1만 건이나 있다. [트럼프도] 이 문서들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문서 하나하나가 모두 이스라엘을 직접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존 F. 케네디]는 이스라엘이 핵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막으려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케네디를 제거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출처: @WorldByWolf
Fmr CIA Officer John Kiriakou:
— Mario Nawfal (@MarioNawfal) March 25, 2026
"There are 10,000 documents [related to the Kennedy assassination] that are never going to be released [by Trump].
Because every single one of them points directly at Israel.
[JFK] was actively trying to disrupt the Israelis from acquiring… pic.twitter.com/4bUwxCzi7p
조지프 버스비(Joseph Busby)는 오스트리아 빈에 본사를 둔 독립 지정학 분석기관 리얼리티 베이스드 애널리시스 그룹(Reality-Based Analysis Group·RBAG)의 설립자이자 이사다. RBAG는 국제개발 및 안정 증진협회(Association for the Promotion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and Stability·APIDS, apids.at)와 제휴하고 있다. rbag.at에서 구독할 수 있다. 이 글은 리얼리티 베이스드 애널리시스 그룹 웹사이트에 처음 게재됐다.
I. 서사를 규정하는 거짓말
지난 몇 년 동안 사람들은 핵 비확산을 둘러싼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믿도록 요구받아 왔다. 그렇다고 이런 거짓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들은 흔히 자신이 들은 이야기, 자신이 사실이라고 믿는 이야기를 단순히 반복하거나 보도할 뿐이다. 가장 흔한 주장은 우크라이나가 영토 안보를 보장받는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했으며, 2022년 2월 이후 서방은 이제 ‘우크라이나 영토’를 방어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사회와 다시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자발적으로 핵무기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도 사실이 아니다.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서방의 안보 우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공개적인 적대행위가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와 그 지지자들은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Budapest Memorandum)를 둘러싼 신화를 이용해 군사적 지원과 그 밖의 지원을 요구해 왔다. 소련이 붕괴했을 당시 갑자기 주권국가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된 지역에는 약 1,900기의 전략핵탄두가 배치돼 있었다. 러시아연방, 우크라이나, 미국, 영국이 서명한 부다페스트 각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에 관한 정치적 약속을 제공하는 대신 이 핵탄두를 반환하도록 했다. 이 각서는 구속력 있는 조약이 아니었고, 애초부터 그런 적도 없다. 기껏해야 정치적 ‘확약(assurances)’을 요구했을 뿐이며,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판에서는 이를 ‘보장(guarantees)’이라고 표현했다. 무기나 군대를 제공한다는 약속은 아니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이 핵탄두가 우크라이나의 소유가 아니었으며 우크라이나가 지휘·통제한 적도 없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발사 암호와 기타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따라서 이 핵탄두를 사용할 수 없었다. 무기는 소련의 것이었고 발사 권한과 그에 수반되는 모든 복잡한 체계는 러시아연방에 있었다. 일부 학자는 우크라이나가 결국 이 시스템을 해킹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 우크라이나는 이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 협상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는 실패한 뒤에야 부다페스트 각서를 받아들이고 애초부터 우크라이나의 것이 아니었던 핵탄두를 러시아에 반환했다. 국가는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억지력을 구속력 없는 합의와 맞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사용할 수 없는 다른 나라의 무기를 보관하고 있다면 그런 합의를 대가로 돌려줄 수 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없는 무기를 돌려준 행위를 우크라이나와 그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희생의 신화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부다페스트 각서는 오히려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강대국의 정치적 확약에는 구속력이 없다. 우크라이나의 국경은 계속 축소되고 있으며, 전쟁 이전 국경으로 돌아가는 문제에 대해 서방이 확약하거나 보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잘못된 버전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핵무기를 반환한 자신의 희생은 서방이 갚아야 할 빚으로 바뀐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침공으로부터 보호받겠다는 약속을 믿고 대량살상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했는데 러시아가 침공해 그 약속을 깨뜨렸다면, 서방은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제공해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논리를 한 단계 더 확장한다. 부다페스트 각서의 의무를 무시할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를 조약에 따라 NATO에 가입시켜 집단방위를 규정한 제5조를 적용해야 하며, 이를 통해 각서가 해내지 못한 일을 법적·공식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공격적 대응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지원하는 서방의 군사적·재정적 원조를 도덕적 의무이자 갚아야 할 빚으로 만든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애초부터 핵무기를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다페스트 각서는 거래가 아니었다. 러시아가 자제하겠다고 약속하고 서방이 안보를 확약했을 뿐이며, 수십 년 뒤 양쪽 모두 이를 깨뜨렸다. 잘못된 이야기는 NATO 회원국을 방어하도록 규정한 제5조의 의무 대신 부다페스트 각서를 이용해 도덕적 논리를 만들어내려는 단순화된 서사다. 우크라이나는 NATO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는 NATO의 대응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핵 비확산을 둘러싼 거짓말은 우회적인 논리를 통해 서방의 군사적 대응을 도덕적 의무로 만들기 위해 고안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방적인 핵군축은 흔히 ‘훈훈한 이야기’로 소개된다. 국제사회의 문제국가가 이성을 되찾아 아파르트헤이트 통치와 함께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내고 국제사회가 다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시기와 과정은 맞지만, 그 결정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교훈이 나온다. 백인만의 통치가 1989년 막을 내리기 시작하자 F. W. 데클레르크(F.W. de Klerk) 대통령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남아공은 완성한 핵무기 6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일곱 번째 핵무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1990년 2월에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대한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1991년까지 핵무기와 핵무기 프로그램은 모두 사라졌지만, 남아공 정부는 ANC로 공식적인 권력 이양을 협상하던 1993년 3월에야 이 사실을 공개했다.
공식적인 설명에 따르면 냉전이 끝나고 쿠바군이 앙골라에서 철수했으며, 오랫동안 지연됐던 평화협정으로 남아공과 나미비아의 분쟁이 끝나면서 더 이상 핵무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 모든 내용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아공이 군축을 결정한 이유는 외부의 설득이나 국제정세 변화가 아니라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에서 흑인 다수 통치로 넘어가는 남아공 특유의 정치적 전환에 있었다. 아프리카너(Afrikaner) 정부는 과거의 적들에게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핵무기고를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체제를 떠받쳤던 것과 똑같은 인종주의적 이유로 핵무기를 폐기했다. ANC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클럽인 핵보유국 대열에 들어서도록 해줄 생각이 없었다.
두 번째로 잘못 알려진 이 신화는 전혀 다른 서사를 강화한다. 핵무장 국가가 신념에 따라 군축한 유일한 사례이자 제도적 규범과 압력, 유인책을 통해 핵군축을 끌어낸 유일한 사례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후 이라크, 리비아, 이란, 북한에 가한 압력을 제도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제재와 사찰, 그리고 국제사회의 존중받는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당근으로 구성된 전체 체계가 남아공의 사례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남아공의 진짜 동기를 들여다보면 이 유일한 사례마저 사라지고, 설득을 통한 핵군축이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두 사례 모두 더 큰 서사를 뒷받침한다. 국가는 독자적인 핵우산을 구축하기보다 서방의 안보 우산과 핵우산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군축을 하면 그 우산 아래 들어갈 수 있다. 그런 보호 없이 군축하면 침공을 자초한다. 국가가 독자적인 핵 억지력을 구축하려 하면 처벌과 제재를 받고 심지어 공격까지 당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025년과 2026년 이란을 공격하면서 공개적으로 내세운 명분이 이를 보여준다.
두 사례를 제대로 해석하면 전혀 다른 메시지가 드러난다. 국가가 자신이 통제하는 실질적인 핵무기를 포기한 유일한 사례는 집권 세력이 어차피 그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될 상황에서 발생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지구상 어떤 국가도 이런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핵 억지력을 포기하고 다른 국가가 제공하는 안보 우산의 ‘보장’과 ‘확약’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정부는 없다.
II. 약화하는 억지력
사람들은 흔히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지력을 철통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의 사례가 즉시 떠오른다. 냉전 초기부터 핵무기를 보유한 어떤 국가도 침공당하지 않았고 어떤 정권도 전복되지 않았다. 억지력은 작동했다. 적어도 2022년 말까지는 그랬다. 2022년 12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있는 엥겔스 전략폭격기 기지를 공격하면서 중대하고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 기지는 공중·지상·해상 전력으로 구성된 러시아 ‘핵 3축 체계’ 가운데 하나인 공중 기반 전략핵 억지력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공격은 결코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어 2024년 5월에는 아르마비르(Armavir)와 오르스크(Orsk)에 있는 러시아의 초수평선 레이더 시설을 공격했다. 이 시설들은 미국이나 다른 국가가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모스크바에 조기경보를 제공하고 러시아 지도부가 보복 공격 여부를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설계한 러시아 조기경보체계의 핵심 요소다. 이런 시설을 제거하면 상황을 판단할 시간이 줄어들고 오경보 가능성이 커지며, 그 결과 잘못된 보복 공격을 감행할 위험도 커진다. 이 레이더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방식으로도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무력화한 행위는 엄청난 수준의 확전이자 위험한 도박이었다. 모스크바는 이미 2020년 핵 보복을 정당화할 수 있는 조건을 공개했으며, 이 레이더를 파괴하는 행위도 그 조건에 포함했다. 이어 2025년 6월 1일에는 대담한 ‘거미줄 작전’을 통해 러시아 전역의 여러 비행장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는 특수 개조한 트럭들이 동시에 대량의 드론을 발진시켜 다수의 Tu-95 전략폭격기를 공격하고 파괴한 이 작전을 자신들이 수행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작전이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지만,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명백한 지원을 받아 러시아의 핵폭격기를 공격했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의 의무를 준수해 폭격기를 야외에 배치한 점을 우크라이나가 이용했다. 그보다 10개월 전에는 서방 군사 후원국의 상당한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의 러시아 주권 영토를 침공했다. 냉전 시대라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이 공격들은 러시아의 지상발사 또는 잠수함발사 핵전력에는 손을 대지 않았으며, 러시아의 보복 공격 능력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사례에서도 우크라이나와 그 파트너들은 세계 최대 핵무기고를 보유한 러시아의 억지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 답은 불편하며,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보다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러시아의 억지력은 실패했고 이러한 공격은 확전으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은 바로 이것이 애초부터 공격의 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공격과 그 밖의 수많은 공격에 러시아는 단호하고 때로는 압도적인 재래식 전력으로 대응했다. 여기에는 원래 이란의 샤헤드(Shahed)를 기반으로 개발한 제트추진 게란-4(Geran-4) 드론과 여전히 어느 정도 베일에 싸인 오레시니크(Oreshnik) 같은 새롭고 혁신적인 무기체계도 포함됐다. 그러나 세계 최대 핵무기고를 보유했다는 사실은 이런 공격을 막지 못했고, 러시아의 핵 대응도 끌어내지 못했다. 여기서 피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온다. 핵 억지력은 정권 교체 작전을 억제할 뿐 그 이상은 막지 못하며, 심지어 이 영역에서도 억지력이 실패했다. 전략핵무기의 위력은 지나치게 커졌고,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는 위험의 수준을 너무 높여놓았다. 따라서 한 국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삶 자체를 끝장낼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면 핵무기는 세계의 종말을 제외한 어떤 것도 억제하지 못한다. 물론 더 작고 전술적인 핵무기를 방정식에 포함하고 그 사용을 정상적인 선택지로 만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III. 새로운 문턱
전략핵무기가 국가를 파괴하려는 시도만 억제할 수 있다면, 그보다 낮은 수준의 위협을 억제하려면 적이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것이라고 믿는 무기로 위협해야 한다는 문제를 모스크바가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첫 단계로 러시아는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는 문턱을 공식적으로 낮췄으며 2024년 11월 이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전년도부터 시작한 벨라루스 배치를 포함해 핵무기를 더 광범위하게 분산 배치했다. 2024년 11월에는 새롭고 독특한 무기인 오레시니크가 처음 실전에 등장했다. 러시아는 드니프로(Dnipro·드네프르/Dnepr)시에 이를 처음 발사했으며, 탄두를 전혀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보여줬다. 요격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 오레시니크는 적이 차단할 수 없는 방식으로 러시아가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다는 능력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국가는 좀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며 이런 변화도 오랫동안 진행됐다. 공개적으로 그 출발점은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Council on Foreign and Defence Policy)의 교수이자 명예의장인 세르게이 카라가노프(Sergei Karaganov) 박사가 2023년 6월 발표한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A Difficult but Necessary Decision)이라는 글이었다. 카라가노프는 이 글에서 냉전이 끝난 뒤 핵무기에 대한 실존적 공포가 사라졌고, 소련 해체 이후 수십 년 동안 전략적 경솔함이 꾸준히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보기에 이는 핵무기가 애초에 억제하도록 설계한 행동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의 논리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결론은 즉각 거부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카라가노프의 제안과 공개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국가의 입장도 선을 그었다. 카라가노프는 억지력을 회복하려면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고 유럽과 NATO 목표물을 상대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명백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라가노프가 글을 발표한 이후 푸틴 대통령이 2023년에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과 현재 러시아 정책 사이의 거리는 꾸준히 좁아졌다. 앞서 언급했듯 우크라이나와 NATO가 러시아 영토와 전략적 목표물에 대한 공격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26년 8월 초 미국도 공개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미국이 민간인이 거주하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81주년이 되는 시점과 공교롭게도 맞물려, 미 국방부의 ‘정책담당 전쟁부 차관’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는 새로운 핵무기 전략의 가능성을 공개했다. 대규모 전략핵 공격보다 단거리·지역 단위 핵무기 사용에 무게를 옮기는 전략이었다. 콜비는 ‘전술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 논리는 분명했다. 억지력이 작동하려면 상대가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 것이라고 믿어야 하는데, 더 큰 규모의 ‘전략’ 핵무기와 현재의 핵 독트린으로는 그런 믿음을 심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 국가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자국 도시의 파괴가 확실해진다면, 적은 그 국가가 진정으로 실존적인 위협을 받는 경우가 아니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따라서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는 아무리 심각한 지역 분쟁이라도 억지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반면 공항이나 군사기지, 도시의 한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저위력 핵무기, 즉 전술핵무기는 적이 실제 사용 가능성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따라서 전술핵무기는 적이 현실적으로 믿을 수 있고 그래서 피하고 싶어 하는 위협이 된다. 결국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핵 억지력을 되살린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는 인명 피해나 전쟁법과 관계없이 실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훨씬 높인다. 30년 전인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핵무기를 위협하거나 사용하는 행위가 전쟁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도 한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국가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극단적인 자위 상황이었다. 지역 분쟁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정상화하면 이러한 법적 판단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련한 법적 제한도 단숨에 허물어진다.
또 다른 핵무장 초강대국인 중국은 즉각 반응하며 두 국가의 정책 변화가 초래할 명백한 위험을 지적했다. 핵무기의 위력을 낮추고 그 사용을 정상화하면 실제 사용의 문턱도 크게 낮아진다. 중국 측 논평자들은 핵무기를 서로 사용한 뒤 추가 확전 없이 끝난 전례가 없다고 경고했으며, 특히 미국에 아무리 작은 핵무기라도 사용하면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이들은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추고 저위력 핵무기의 사용을 정상화하면 “새로운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세계 핵 안정성을 훼손하며, 세계적인 핵충돌 위험을 높이고,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행히도 기존 핵 억지력이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중국의 경고는 예측이자 앞으로 벌어질 일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결국 적어도 서방에서는 이런 결정에 언제나 가격표와 이윤율이 따라붙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새로운 유형의 핵무기를 강조하도록 핵 독트린을 바꾸는 일은 전쟁을 사업모델로 삼는 이들에게 매혹적인 기회다.
IV. 이중잣대
서방의 핵 비확산 신화를 떠받치는 세 번째 기둥은 이중잣대다. 여기에서도 목표는 각국이 서방의 핵 안보 우산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데 있다. 2026년 7월 같은 달에 나온 헤드라인은 이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로” 보유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핵무기로 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란은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해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로 제한하고 저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97% 줄였으며, 설치한 원심분리기의 3분의 2를 해체했다. 또한 포르도(Fordow) 시설에서는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도록 하고 아라크(Arak) 원자로에서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없도록 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상시 감시도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어떤 국가도 이처럼 중대한 양보에 합의한 적이 없으며,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협정에서 탈퇴할 때까지 이 모든 조건을 준수했다. 그리고 8년 뒤 트럼프는 현재 양국이 휘말려 있는 분쟁 속에서 이 시설들을 폭격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1988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지만, 우라늄 농축이나 재처리를 포기한 적이 없으며 2024년까지 사찰 자체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런데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2026년 7월 22일 미국의 핵물질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전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123 협정’에 서명했다. 이전에 내걸었던 조건은 사라졌고 이제 두 국가가 직접 ‘사찰’ 방식을 조율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엄격하고 침투적인 사찰 체제를 받아들인 국가는 처벌하고 폭격했지만, 수십 년 동안 사찰에 저항한 국가에는 핵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이르면 이중잣대는 원칙의 문제를 넘어 정책 그 자체가 된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놓고 미국은 오만하게 “절대로 안 된다!”고 선언하지만,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작게 말한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약 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핵무기고에 대해 언급하거나 확인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피한다. 이스라엘은 NPT에 가입한 적이 없고 사찰이나 안전조치를 받아들인 적도 없으며, 핵무기는 고사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도 인정한 적이 없다. 1969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가 ‘양해’에 도달한 이후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중단했다.
이것이 현재의 체제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NPT 밖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구축했고, 핵무장을 마친 뒤 국제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였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개발했고 보호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 기지를 받아들이고 미국에 전략적 교두보와 수익원을 제공하기 때문에 핵 클럽으로 들어가는 것을 환영받는다. 이란은 JCPOA를 준수했지만, 국제사회의 문제국가로 낙인찍히고 비난받았으며 폭격까지 당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를 본 다른 미국 동맹국들도 같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가장 앞서 있으며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 이집트도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도 이중잣대는 이전보다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의 ‘우방’들은 핵 프로그램으로 향하는 길을 ‘허용’받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은 그 길을 이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이 합의를 준수한 뒤에도 미국이 이란을 ‘처벌’하려 했다는 명백한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핵 비확산이 아니라 핵 확산을 촉진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국가가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더 많은 핵무기가 등장하며, 이를 사용할 기회도 늘어난다.
V. 학습한 교훈
이 모든 과정을 세계 각국은 지켜보고 기록하며 그 패턴을 학습했다. 2003년 리비아는 초기 단계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당시 프로그램은 주로 A. Q. 칸(A.Q. Khan) 네트워크에서 구매한 원심분리기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 포기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통치를 보장해 주기는커녕, 그의 국가가 파괴된 뒤 2011년 그가 세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살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리비아는 오늘날까지 폐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에는 핵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런데도 두 차례 침공을 당했고 지도자 역시 TV 중계 속에서 처형당했다. 이란은 NPT에 가입하고 JCPOA를 준수했지만, 두 차례 공격을 받았다. 반면 철저하게 핵무장한 북한은 건재하며 지도부도 도전받지 않고 있다.
이 사례들은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지만 모두 같은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리비아 사례는 서로 다른 청중에게 전혀 다른 두 가지 교훈을 제공한다. 가장 명백한 교훈은 우크라이나의 부다페스트 각서가 보여준 것과 같다. 종이 위의 확약과 보장은 방위동맹이 아니며 정치적으로 편리하면 언제든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카다피를 축출한 작전은 어쩌면 더 중요하고 위험한 교훈을 남겼다. 표면적으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 작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973호에 따라 승인됐으며, 2011년 3월 중국과 러시아가 기권했기 때문에 통과될 수 있었다. 러시아의 기권은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의 정치 경력을 규정하는 순간이 됐으며, 처음에는 그를 나약한 지도자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의 정치 경력에 타격을 주기는커녕 메드베데프에게도 서방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가르쳤다. 이후 그는 푸틴 대통령의 핵심 측근 가운데 가장 강경하고 확고한 매파로 변모했다. 뛰어난 지성을 갖추고 푸틴이 ‘좋은 경찰’ 역할을 할 때 ‘나쁜 경찰’을 맡는 메드베데프는 서방의 단극체제에 타협하지 않는 반대자가 됐다. 그리고 오늘날 그가 이런 인물이 된 데에는 서방이 국제체제를 배신적으로 악용한 경험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국제체제가 불균등하게 적용되고,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이중잣대를 받아들이며,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권력의 수단을 이용하고 남용한다는 사실을 지켜보고 있다. 작은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 북한이 누리는 힘과 보호, 처벌받지 않는 특권을 보고 리비아와 이란이 치른 대가를 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어쩌면 한국까지 얻게 될 거래를 지켜본다. 이들은 메드베데프가 본 것과 같은 모습을 보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VI. 예측 불가능한 변수
핵 독트린의 변화 역시 진공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핵 비확산과 핵무기 제한을 뒷받침해 온 법적 체계가 체계적으로 해체되는 상황에서 이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핵폭격기가 야외에 주기돼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취약해진 이유였던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은 2026년 2월 5일 만료됐다. 러시아는 일방적으로 1년 더 조약을 준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비공식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조약은 조용히 효력을 잃었다. 현재 후속 협정을 위한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만에 처음으로 초강대국이 보유한 가장 치명적인 무기를 제한하거나 검증하기 위해 합의한 장치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이 만료된 지 3개월 뒤인 2026년 5월에는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도 합의 없이 끝났다. 이란 폭격을 둘러싸고 대표단의 입장이 도저히 좁힐 수 없을 정도로 갈렸다.
게다가 저위력 전술핵무기는 애초부터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이들 무기의 수량을 제한하거나 집계한 적도 없고, 보유 현황을 신고하거나 사찰한 적도 없다. 따라서 미국과 러시아가 이제 지역 배치와 실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바로 이 유형의 핵무기, 즉 실제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억지력을 갖는 핵무기는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변수다. 현재 사용을 정상화하고 있는 핵무기는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통제한 적이 전혀 없으며, 현재의 정치적 흐름을 보면 앞으로도 통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VII. 위험지대
이 모든 변화는 세계를 훨씬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과 며칠 앞두고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핵 위협은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의 발언이 러시아의 침공을 촉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도발의 정도와 관계없이 이 전쟁에서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카라가노프가 제기한 딜레마와 콜비의 주장을 다른 어떤 사례보다 잘 보여준다. 가장 좋은 사례는 2025년 12월에 나왔다. 우크라이나 드론 91대가 발다이호(Lake Valdai)의 돌기예 보로디(Dolgiye Borody)에 있는 푸틴 대통령 관저를 겨냥했지만, 러시아는 모두 요격했다. 러시아는 이를 암살 시도로 해석했다. 서방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난 정권 수뇌부 제거 작전으로 본 것이며, 가장 극단적인 대응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같은 방식으로 보복하지 않았고, 핵무기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지도부도 모두 살아남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i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은 공격을 규탄했고 러시아 협상단은 협상 입장을 수정해 더욱 강경하게 만들었으며 재래식 보복의 수위만 한 단계 높였다. 누구도 핵 대응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암살을 시도한 것이 맞다면 러시아의 막대한 핵 억지력도 그 시도를 억제하지 못했다.
공격 이후 러시아는 억지력을 강화하기보다 공격 목표물의 방어력을 강화했다. 위성사진에서 해당 시설을 흐릿하게 처리하고 일부 구역을 드론 방어망으로 덮었으며 판치르(Pantsir) 방공체계 포대를 곳곳에 배치했다. 이는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예상하고 방어를 준비하는 행위다.
러시아와 미국이 동시에 추진하는 핵 독트린의 변화가 바로 새로운 억지력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핵 시장을 개방한 것은 적절한 동맹국이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면 핵 프로그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신호다. 저위력 전술핵무기에 아무런 제한과 구속이 적용되지 않는 법적 공백도 열렸다. 이중잣대의 실체도 드러났으며, 이란이 페르시아만 전역의 미군 기지를 파괴하면서 서방의 안보 우산이 허물어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것이 다극체제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마주한 핵 확산의 현실이다. 머지않아 핵 클럽에 더 많은 국가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먼저 중동에서 시작하고 곧바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것이다. 정상적인 전쟁 수단으로 자리 잡은 전술핵무기를 실제 전장에서 사용하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 카라가노프가 경고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이란에 미군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전쟁에서 어떤 무기를 사용하든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그 무기로 이익을 얻는 사람은 언제나 그 사용을 정당화한다. 전술핵무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출처] The Rules-Based Nuclear Bomb | naked capitalism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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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스미스(Yves Smith)는 미국의 금융·경제·정치 분석가이자 블로거, 저술가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월스트리트의 권력 구조,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분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