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문제다: 독일 극우는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독일 정치체제가 위기에 빠졌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입지도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작센안할트(Saxony-Anhalt) 선거가 열린 밤, 독일 다른 지역의 기독민주연합(CDU) 주요 인사 대부분은 당사에서 참담한 결과가 펼쳐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자는 메르츠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빌트 차이퉁》(Bild Zeitung)은 이를 두고 집에 홀로 남은 메르츠라는 제목을 달았다.

주총리들, 선거의 밤에 총리를 홀로 남겨두다 <집에 홀로 남은 메르츠>, 지원을 위해 당 중앙당사에 온 주총리는 단 한 명뿐이었다.

CDU의 참담한 성적과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AfD)의 약진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올라프 숄츠가 이끌던 3당 연립정부가 붕괴하면서 20252월 치른 선거 이후 메르츠가 구성한 정부는 처음부터 취약한 정당성 위에서 운영됐다. 부채제동장치(debt brake)를 완화하고 역동적인 재정정책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핵심 의회 다수는 실제로 새 의원들이 의석에 앉기 전 임기가 끝나가던 기존 의회가 만들어냈다. 이는 서독의 전통 정당인 CDU와 사회민주당(SPD)이 녹색당의 지원을 받아 2025년 독일 선거에서 실제로 나타난 정치 지형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노골적인 정치적 술수였다. 당시 선거에서 앞으로 닥칠 정치적 지진의 징후는 이미 뚜렷하게 나타났다.

작센안할트에서 벌어진 극적인 변화는 단순히 AfD가 급부상했다는 데 있지 않다. 독일의 다른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CDU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비교적 인기가 높은 주총리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CDU2021년 자신들에게 투표했던 유권자의 25%AfD에 빼앗겼다. AfD가 독일 전역에서 이런 결과를 재현하고 새로운 유권자를 계속 동원하면서 CDU 지지층까지 끌어간다면, 메르츠의 정당은 한때 CDU의 최대 경쟁자였던 SPD가 겪은 것과 같은 규모의 재앙을 맞게 된다.

920일에는 두 곳에서 주 단위 선거가 더 열린다.

발트해 연안의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Mecklenburg-Vorpommern)에서는 AfD가 또 한 번 극적인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곳에서 AfD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상대와 맞선다. 논란이 많지만, 인기가 높은 주총리가 이끄는 SPD. 해외에서는 이 주총리가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인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 메르츠 총리의 CDU는 어디에 있는가? CDU는 독일 의회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5%의 봉쇄조항조차 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진정한 굴욕이다.

한편, 베를린은 새롭게 형성된 독일 정치의 복잡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여론조사를 보면 좌파당(Die Linke), SPD, 녹색당, CDU, AfD 5개 정당이 각각 12~21%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좌파당이 제1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한때 전설적인 베를린 시장 빌리 브란트(Willy Brandt)의 정당이었던 SPD5위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나머지는 극도로 불확실하다.

이 뉴스레터 독자 가운데 적어도 일부는 베를린의 특정 지역에 관심이 있을 수 있으므로 《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이 제공한 베를린 전역의 경합 선거구지도를 소개한다.

전망에 따르면 도심에 자리 잡은 부유하고 안정적인 서베를린 지역에서는 CDU에서 녹색당으로 표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좌파당은 SPD와 녹색당 모두에서 지지층을 빼앗아 세력을 확대하고, 동부 외곽 지역에서는 AfDCDU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다수 연합이 탄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믿는다면 베를린 전체에서 AfD가 극적인 지지율 상승을 기록할 가능성은 낮다. 최근 AfD를 둘러싼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내게 가장 뚜렷하게 다가온 점은 이 정당이 얼마나 특이한 정당인가 하는 것이다.

(Cam)과 나는 이번 주 팟캐스트에서 AfD의 강령을 논의한다. 구글 번역을 이용해서라도 볼 수 있다면 AfD의 주 단위 선거 강령을 직접 확인해볼 만하다.

유럽의 다른 극우 정당과 마찬가지로 AfD는 자신을 노동자라고 규정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물론 현대 독일에서 자신을 노동자라고 규정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높은 지지를 얻는다. 실제로 경제와 생활비 문제를 걱정하는 정도는 AfD 유권자가 다른 정당 지지자보다 훨씬 강하다.

출처: Zeit 번역: Gemini

AfD 유권자들은 걱정이 많으며 종종 종말론적인 방식으로 상황을 우려한다. 내 머릿속에 특히 강하게 남은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하나는 알렌스바흐(Allensbach)가 던진 다음 질문이다. “사회가 거스를 수 없이 중대한 위기를 향해 가고 있으며, 우리는 체제 교체를 통해서만 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는가?” AfD 지지자의 62%가 이 극적인 주장에 동의했다. 전체 국민 가운데 동의한 비율은 30%, 녹색당 지지자 가운데서는 11%에 불과했다.

출처: 앨런바흐, 차트북 235 참조.

AfD 지지자들이 많은 걱정을 안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자. 그러나 율리우스 쾰처(Julius Kölzer)와 《디 차이트》(Die Zeit)의 마르크 시리츠(Mark Schieritz)가 그랬듯 여론조사 자료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해결책을 생각할 때 평균적인 AfD 유권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조세와 사회정책에 관한 선호를 스펙트럼으로 펼쳐놓으면 AfD 유권자는 보수 진영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몰려 있다. 조세와 사회지출 사이의 중요한 균형을 놓고 CDU 지지층에서는 훨씬 다양한 의견이 나타나지만, AfD 지지자들은 낮은 세금과 적은 사회지출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국가를 신뢰하는 유권자들이 아니다.

AfD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인 재분배와 사회적 개입 정책에 관해 물어보면 이들은 자신의 일반적인 성향을 분명한 답변으로 뒷받침한다. AfD 지지층에서도 재분배를 어느 정도 지지하지만, 고소득층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데 반대하는 비율은 다른 어떤 정당보다 높다(아래 패널 1). 놀랍게도 AfD 유권자의 50%는 기본적인 사회복지 급여인 시민수당(Bürgergeld)을 대폭 삭감하는 데 찬성한다(패널 2). 임대료 규제를 놓고 당내 의견이 갈리지만, 이 문제에서도 AfD 지지층의 성향은 좌파 정당보다는 보수 정당인 CDU와 비슷하다(패널 3).

출처: Zeit

좀 더 깊이 들어가 독일 정부가 부채제동장치(Schuldenbremse)를 완화해야 하는지 묻는다면(아래 패널 1), AfD 지지층은 압도적으로 아니다라고 답한다. 이 역시 다른 어느 정당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나는 성향이다. AfD 지지자들은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강하며(패널 2), 재분배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지지만 보인다(패널 3). 이 문제에서도 AfD는 좌파당보다 CDU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출처: Zeit

이러한 선호를 서로 모순된 것으로 보거나 특정 소부르주아 계층의 이해관계를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보다는, 하나의 일관된 반체제적 관점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독일은 곤경에 빠졌다. 그러나 문제는 뿌리가 깊으므로 세금이나 사회지출, 규제 영역에서 기존의 사회경제 정책을 더 많이시행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일부다. AfD 지지자들이 보기에 필요한 것은 훨씬 더 극적인 변화다. 이민 문제에 대한 AfD의 집착과 독일의 영혼을 둘러싼 문화전쟁은 현재 어떤 기성 정당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러한 극적인 위기의식에 호응한다.

[출처] Chartbook 474: The state is the problem - the AfD’s anti-systemic diagnosis of contemporary German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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