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 절반의 야근수당, ‘가보지 않은 길’이 지운다

[제26호] 2026년 9월 15일(화)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DAILY CURATION
2026/09/15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소득으로 따지면 삼성전자 직원 절반이 주 52시간 예외에 드는 법안이 이달 국회에 나온다. 정부는 그 법안을 두고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오늘의 심층 분석 첫 편이 법안과 대화의 순서를 묻는다.
2 청소노동자 노조를 없앤 값은 벌금 1,200만 원이었고, 그 값을 정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세브란스병원 노조파괴 사건을 심층 분석 두 번째 편이 되짚는다.
3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 1,300여 명이 21일부터 사흘 공동 총파업에 들어간다. 정부의 자회사 통합안에 처우 개선이 빠졌다는 이유다. 참세상이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전했다. 오늘 한 장의 세계도 그 자리다.
4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밤 9시까지 협상하고 결렬되면 16일 첫차부터 멈춘다고 했다. 같은 날 울산시는 시내버스 공영제 전환을 꺼냈다. 버스를 누가 책임지느냐는 물음에 두 도시가 다른 답을 내놓았다.
5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이 국회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두고 “마약을 풀어버리자는 것과 낙태 약물을 풀어버리자는 게 그게 그거 아니냐”고 물었다. 오늘의 말에서 그 비유를 뜯어본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삼성 직원 절반의 야근수당, ‘가보지 않은 길’이 지운다
무슨 일이 있었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메가특구특별법의 노동특례를 논의할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메가특구는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시설을 모으는 비수도권 지역이고, 노동특례는 그 안에서만 근로기준법을 일부 푸는 조항이다. 양대 노총과 경영계, 정부 부처 셋이 앉는 자리다. 김 장관은 특례를 “우리 사회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 불렀다. 그 길의 내용은 당정 협의에서 이미 윤곽이 나왔다. 소득 상위 3%의 관리자 · 연구개발자에게 주 52시간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조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안에 의원입법으로 법안을 내고 연내 처리를 목표로 잡았다.

대화가 법안 뒤에 오면 무엇이 달라지나

순서가 결론을 정한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가 정답을 정해놓고 대화를 수단화했다는 오랜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이번에는 “해답을 함께 찾자”고 했다. 그런데 법안은 대화 전에 발의되고, 노동부 관계자는 당사자의 의지만 있으면 대화 기간은 “3개월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화가 법안의 내용을 바꾸는 절차가 될지, 발의된 법안에 노사의 서명을 받는 절차가 될지를 이 순서가 이미 상당 부분 말해 준다. 한국노총은 참여하겠다면서 “노동특례 수용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고, 민주노총은 표결 대신 숙의로 합의하는 구조와 산별노조의 직접 참여를 조건으로 걸었다.

예외에 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고소득 일부’라는 말은 숫자를 보면 달라진다. 경향신문이 이용우 의원실 자료로 확인한 바로는 지난해 삼성전자 노동자 12만 8,848명 가운데 7만 2,708명, 56.4%가 연보수 1억 3,000만 원 이상으로 상위 3% 소득 기준에 든다. SK하이닉스는 3만 4,569명 중 2만 8,469명, 82.4%다. 사무직과 개발직의 연봉 표가 같아 관리자 · 연구개발자로 좁혀도 비율은 비슷하다고 두 회사 현장은 본다. 산업부는 기준을 상위 7%로 더 넓히자고 했다. 예외에 드는 사람에게는 휴게 · 휴일 규정도 적용하지 않고 연장 · 야간 · 휴일수당 대신 일반수당을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이 법을 “노동권을 휘어잡을 수 있는 법안”이라고 불렀다.

앞으로 무엇을 보아야 하나

첫째, 대화의 결론이 발의된 법안의 조문을 실제로 바꾸는지다. 상임위 심사에서 수정하겠다는 것이 정부 설명인데, 연내 처리 시간표와 3개월 대화가 양립하는지가 시험대다. 둘째, 예외 기준이 3%인지 7%인지, 어떤 소득 자료를 쓰는지다. 기준선 하나가 수만 명의 야근수당을 가른다. 셋째,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과 양대 노총의 공동 대응 여부, 그리고 이용우 의원이 예고한 국정감사의 원점 재검토다. ‘가보지 않은 길’을 누가 먼저 걷게 되는지는 이 세 지점에서 정해진다.

#메가특구 #화이트칼라이그젬션 #주52시간 #김영훈 #사회적대화 #기간제4년 #이용우
 
판결은 10년이 걸렸고, 남은 조합원은 둘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대법원이 지난 8월 27일 세브란스병원 청소용역업체 태가비엠 부사장과 이사 2명, 법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병원 사무국장을 포함한 9명의 부당노동행위 유죄가 확정됐다. 부당노동행위는 노조 가입을 막거나 운영에 개입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법이 부르는 이름이다. 2016년 청소노동자 140여 명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자 병원 사무국장은 관리자들에게 가입을 막으라고 지시했고, 그 지시는 용역업체 부사장과 현장소장에게 전달됐다. 병원과 업체는 출범식을 막고 그해 7월 조합원 107명의 탈퇴서를 받았으며, 경쟁 노조에는 운영비를 줬다. 남은 조합원들은 정해진 구역 없이 떠도는 ‘유동근무’에 배치되거나 3개월짜리 계약을 되풀이해 썼다. 2024년 1심은 사무국장과 업체 부사장에게 각각 벌금 1,200만 원, 법인에 800만 원, 나머지 6명에게 200만~400만 원을 선고했고 항소심을 거쳐 그대로 확정됐다.

왜 10년이 걸렸나

노조는 2016년 10월 고발했다. 노동청과 검찰은 이듬해 무혐의로 끝냈다. 2018년 노동부 압수수색에서 노조파괴 문건이 나오고서야 수사가 다시 열렸고, 검찰은 2021년에 9명을 기소했다. 1심 선고는 2024년 2월이었다. 유죄 확정까지 걸린 10년 가운데 앞의 2년은 국가기관이 고발장을 무혐의로 넘긴 시간이다. 그사이 조합원은 회유와 압박에 탈퇴하거나 정년을 맞았고, 140여 명은 2명이 됐다. 변순애 조합원은 “10년을 싸웠지만 지금도 소수라는 이유로 교섭하지도, 병원을 만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노조를 줄인 행위는 범죄로 확정됐는데, 줄어든 노조는 교섭을 못 하는 이유로 남아 있다.

벌금 1,200만 원은 무엇을 살 수 있나

노조 하나를 없애는 비용이 벌금 몇천만 원이라면 셈은 사용자에게 유리하다. 지시는 병원에서 나왔지만 청소노동자의 계약서는 태가비엠에 있었고, 병원은 그동안 사용자가 아니었다. 태가비엠은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병원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업체가 채용 때 지원자를 한국노총 지부장에게 넘겨 가입을 종용한 것도 대전행정법원이 지난 10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노조는 탈퇴를 강요당한 107명의 조합비와 정신적 피해를 근거로 1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이달 안에 원청인 병원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상연 변호사는 “원청에 책임을 묻는 것이 개정 노조법의 취지”라고 말했다.

앞으로 무엇을 보아야 하나

첫째, 병원이 원청 교섭 요구에 응하는지다. 노조법 2조 개정으로 하청 노동자의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도 사용자가 됐고, 병원이 그 지배력을 부인할 근거는 판결문이 이미 좁혀 놓았다. 둘째, 태가비엠 계약의 향방이다. 유죄가 확정된 업체와 계약을 유지하는 것도 병원의 선택이고, 그 선택이 곧 병원의 입장이다. 셋째, 1억 원 손배 소송의 결과다. 형사 벌금이 못 매긴 노조파괴의 값을 민사 법정이 얼마로 적는지에 따라 다음 사업장의 계산이 달라진다.

#세브란스병원 #태가비엠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원청교섭 #노조법2조 #청소노동자
03
한 장의 세계
한 장의 세계
자료: 공공운수노조 제공, 참세상 9월 15일 게재 · 원문 보기 →
통합의 시계는 정부가 맞추고, 근무표는 누구도 맞추지 않았다

15일 청와대 앞,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이 21일 공동 총파업을 알렸다. 정부는 6월 30일 자회사 5곳을 3곳으로 합치겠다고 발표하면서 처우 개선은 통합 뒤에 논의하자는 입장이고, 노조가 요구한 4조 2교대와 근속급, 직급 정상화는 그 뒤에 남았다. 승무원 유니폼 뒤로 청와대 지붕이 보이는 이 사진에서 시간표를 쥔 쪽과 노동조건을 쥔 쪽은 같은 곳을 보고 있지 않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판결도 감사도 끝났는데, 방미통위는 왜 서 있나

법원이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을 취소하고 감사원이 이동관 방통위의 부당 개입을 확인한 뒤에도, 승인을 직권으로 취소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결정은 ‘숙의 중’이다. 언론노조는 “법원과 감사원이 인정한 YTN 매각의 부당함”을 두고 방미통위가 무엇을 망설이는지 물었다. 전날 국회에서 방미통위는 취소 시점을 “특정 기간을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오늘의 논쟁
AI를 걱정하면 배신자인가, 트럼프의 명단과 샌더스의 답장

폭스뉴스가 전한 바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AI와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흐름을 ‘음모론자, 반역자, 배신자, 유출자’로 불렀다. 샌더스는 “과학자, 산업계 인사, 경제학자, 수백만 노동자”가 “일자리와 민주주의, 인류의 미래에 AI가 미칠 위협을 걱정하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라고 받아쳤고, 22만 회 넘게 읽혔다. 논쟁의 축은 위험을 말할 자격을 누가 정하는가에 있다. 인터셉트는 이날 테크 경영자들의 ‘AI 종말론’이 지금 벌어지는 해악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고 썼다. 대통령의 명단과 경영자의 종말론은 방향은 달라도 같은 일을 한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의 말을 논쟁 밖으로 밀어낸다.

176시간이라는 숫자를 두고 버스가 멈추기 전날

서울 시내버스 협상의 쟁점은 통상임금, 그러니까 연장 · 야간 수당을 계산하는 기준 임금이다. 지난해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으라고 판결한 뒤, 그 임금을 한 달 몇 시간으로 나눠 시급을 정할지가 남았다. 노조는 실제 약정근로시간인 176시간을, 사측은 209시간을 기준으로 잡자고 한다. 시간이 적을수록 시급이 오른다. 서울시는 “통상임금 불확실성 제거 없이 협상 타결 없다”며 기사 연봉 숫자를 앞세웠고, 온라인에서는 그 숫자가 요금 인상 계산으로 번졌다. 노조는 밤 9시까지 협상을 열어 두었고, 한국노총은 “전폭 지지”를 밝혔다. 연봉은 판결의 결과이고 176시간은 판결을 월급으로 옮기는 기준이다. 한쪽은 판결의 결과를, 다른 쪽은 판결의 비용을 말하고 있다.

오늘의 단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미국 공정노동기준법에서 온 말로, 일정 연봉 이상의 관리 · 전문직에게 초과근로수당 규정을 면제하는 제도다. 미국의 기준선은 2020년부터 연 3만 5,568달러, 우리 돈 5천만 원이 안 된다. 2024년에 이 선을 올리려던 노동부 규칙은 법원이 무효화했다. 한국에서는 메가특구특별법 논의에서 소득 상위 3% 관리자 · 연구개발자의 주 52시간 상한을 없애는 조항의 이름이 됐다. 미국에서는 낮은 기준선이 문제였고, 한국에서는 ‘고소득’이라는 이름이 예외의 규모를 가린다. 같은 단어가 두 나라에서 다른 방향으로 일한다.

오늘의 말
비판마약과 의약품을 같은 문장에 넣은 사람은 국회의원이었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대정부질문에서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 도입을 두고 “마약을 풀어버리자는 것과 낙태 약물을 풀어버리자는 게 그게 그거 아니냐”고 물었다.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목록에 오른 약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이 지나도록 국내 허가는 나지 않았다. 마약은 사용을 처벌하는 물질이고 미프진은 사용을 보장받지 못한 약이다. 두 낱말을 ‘그게 그거’로 묶는 것은 비유가 아니라 전제를 바꾸는 일이다. 임신중지를 다시 처벌 쪽에 세우자는 전제가 그 문장 안에 들어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 발언이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보는 인식이라고 규탄했다. 식약처 심사가 늦어지는 사이 국회에서 나온 이 말은 심사가 왜 늦어지는지를 함께 설명해 준다.

05
오늘의 주장

1.  15일 정부는 메가특구 노동특례를 사회적 대화로 넘겼고, 국회 대정부질문의 발언 하나가 여성단체를 거리로 불러냈으며, 11살 장애아동의 죽음이 성명으로 돌아왔다. 세 의제에서 노조와 단체들이 낸 입장을 묶는다.

2.  노동특례 사회적 대화를 두고 양대 노총의 답은 ‘참여’와 ‘조건’으로 갈렸다. 민주노총“고용노동부 ‘사회적 대화 참여 요청’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에서 합의제 운영과 업종별 의제 활성화 같은 개선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선행 조건으로 건 데는 이의를 달았다. 요구하는 것은 표결이 아닌 숙의로 합의하는 구조와 산별노조의 직접 참여이고, 참여 여부는 중앙집행위원회가 정한다. 한국노총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노동특례 수용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화의 테이블에 앉는 문제와 테이블 위에 놓인 법안의 문제가 서로 다른 답을 요구하고 있다.

3.  여성 의제에서는 하루 사이 세 개의 성명이 나왔고, 셋 다 상대가 다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윤용근 의원의 ‘마약’ 비유를 두고 “여성의 몸은 국가의 출생률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인구 통제의 도구가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이날 오전 여성단체연합 등 78개 단체는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충북도당 윤리심판원이 성폭력 · 2차 가해자 징계 청원을 기각한 사실을 들어 “성폭력 및 2차 가해자 징계하고 영구 공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기각은 7월 16일이었고 피해자가 통보받은 것은 8월 24일이었다. 전날 저녁에는 36개 단체가 구글이 디지털성폭력 피해자의 삭제 요청 정보를 협력 연구기관에 넘겨 피해자 이름과 연락처, 게시 URL까지 공개된 사태를 두고 “피해촬영물 유포와 다름없다”며 구글의 책임을 물었다. 국회의원, 집권당, 플랫폼 기업이 하루에 나란히 호명됐다.

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천안의 미인가 종교시설에서 11살 지적장애 아동이 38시간 결박 끝에 숨진 사건을 두고 “11살 장애아동의 죽음 앞에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2021년과 2024년 학대 신고로 경찰과 지자체가 거주 사실을 알았고, 올해 8월 2일과 3일 시설을 탈출해 신고한 아이를 경찰과 천안시가 다시 그 시설에 위탁했다. 전장연의 요구는 독립적 진상조사와 가해 · 방조자 처벌, 취학의무 유예 장애아동 전수조사, 「장애인학대방지법」 제정 네 가지다. 같은 단체는 15일 서울시에 장애인콜택시 광역이동 즉시콜을 요구하며 17일 김순석 열사 42주기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1984년 서울 거리의 턱을 없애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김순석의 42주기에, 죽음과 이동이라는 두 요구가 같은 물음으로 모였다.

한편 노동당은 용혜인 후보자 사퇴를 두고 “정치적 성과는 특정 분파가 가져감에도, 실패의 비용은 진보정치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결과를 얻었다며, 자기 전망과 기반이 없는 정당에게 거대정당과의 연대는 “쉽게 생존의 조건이 된다”고 논평했다.

06
사설 · 칼럼 비평
주목제국의 쇠퇴를 이란 전쟁이 앞당겼다는 진단
「오사마 빈 트럼프」  크리스 헤지스 참세상 · 09/15

빈 라덴의 이름을 트럼프 앞에 붙인 제목은 계보를 그린다. 헤지스는 미국의 제국적 과잉 팽창이 25년 전 ‘테러와의 전쟁’에서 시작됐고 이란 전쟁으로 결말을 맞고 있다고 쓴다. 트럼프에게 쇠퇴의 책임을 묻지는 않되 “그 쇠퇴가 치명적인 파국으로 끝나게 만든 책임”은 그에게 있다는 구분이 이 글의 축이다. 유가 120달러와 호르무즈 회담 연기를 하루 단위로 읽는 지면에, 25년 단위로 같은 사건을 보는 글을 나란히 놓는다.

비판승용차 소비가 늘었다고 적어 놓고 결론은 화물차의 기름값으로 갔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주유소 판매가 상한을 정해 유가 급등을 막는 제도다. 사설은 이 제도를 ‘포퓰리즘 가격 통제’로 부르며 7월 휘발유 소비 886만 배럴과 정유사 손실 5조 원을 근거로 단계적 현실화를 요구한다. 사설 스스로 경유 소비는 줄고 승용차 휘발유가 늘었다고 적었는데, 그렇다면 가격제를 접기보다 승용차 소비를 겨냥해 설계를 고칠 일이다. 화물 트럭과 소상공인의 경유값을 지키는 장치를 “전면 폐지하면 서민 충격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결론은 시장 원리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정유사 손실은 국고로 메우고 서민 부담은 시장에 맡기자는 순서를 이 사설은 시장 원리라고 부른다.

주목네 번째 후보자를 찾기 전에 세 번의 이유를 먼저 적었다

용혜인 후보자 사퇴를 개인의 낙마로 보지 않고 취임 1년 3개월 만의 네 번째 지명이라는 숫자로 읽는다. 여성가족부 장관직이 16개월 공석이었던 시간, 강선우 후보자 낙마, 원민경 장관 교체 사유의 부재를 차례로 놓고 ‘정치적 안배’가 성평등 의제를 밀어냈다고 판단한다. 임신중지 입법 공백과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여성계의 비판을 사설의 근거로 가져온 점이 이 글의 힘이다. 원민경 장관에게 결격 사유가 없으니 후임을 서두를 이유도 없다는 마지막 문장은 인사 논란을 정책 논의로 되돌린다.

비판기업의 신중함은 곱씹으면서 초과이윤의 몫은 묻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전의 25조 원 전기료 선납 제안을 거절한 것을 두고 ‘반도체 호황이 5년 갈지 기업도 모른다’며 정부의 현금성 재정 사업 재검토를 요구한다. 기업의 신중함은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호황이 불확실하다는 같은 전제에서 사설이 문제 삼은 것은 정부의 국민배당금뿐이고, 올해 반도체 이익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묻지 않았다. 참세상이 4월에 짚었듯 이 이익은 AI 수요와 공급망 교란이 만든 초과이윤이고, 호황이 짧다면 그 몫을 누가 먼저 챙기는지가 더 급한 질문이 된다. 기업의 셈법을 곱씹자는 사설이 곱씹지 않은 것은 기업 자신의 셈법이다.

논쟁진보정치의 몰락을 ‘역사관의 부재’로 읽는 것이 맞는가
「용혜인의 퇴진과 진보적 역사관의 부재」  손민석 매일노동뉴스 · 09/15

용혜인 사퇴를 두고 진보 안에서 나온 글 가운데 가장 멀리 나간 진단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공정’ 논란으로 읽는 것을 거부하고, 준연동형 비례제가 선거에서 이기지 않아도 의석을 주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다. 진보정당 앞에 원외정당이 되거나 민주주의 왜곡에 기여하는 부역자가 되는 선택지만 남는다는 대목은 논쟁적이다. 노동당은 같은 사건을 ‘자기 전망 없는 정당의 생존 조건’으로 읽었고, 필자는 한 걸음 더 나가 정체성을 만들 역사관이 없다고 진단한다. 제도 탓과 역사관 탓 가운데 필자는 후자를 골랐고, 그 선택이 이 글을 논쟁거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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