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사회과학연합 연례회의(1) 주류 경제학자들, 인공지능, 관세, 인플레이션 그리고 달러

사회과학연합 연례회의(ASSA)는 미국경제학회(AEA)가 주관하는 세계 경제학자들의 최대 규모 학술대회다매년 수천 명이 참석하고 수백 개의 세션과 논문 발표가 열린다대부분은 주류 경제학 중심이지만급진경제학연합(URPE) 같은 이단적(heterodox) 단체들이 조직하는 세션도 있다올해 컨퍼런스는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다.

나는 매년 이 보고서를 두 부분으로 나눈다주류(Mainstream)와 급진·비주류(Heterodox)이번에는 주류부터 살펴본다. 2025년과 마찬가지로올해도 지배적인 주제는 인공지능(AI)과 그것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었다.

‘AI와 생산성이번은 다를까?라는 제목의 라이브 세션이 열렸고참석한 연사들은 대체로 AI가 특히 미국의 생산성 향상에 있어 판도를 바꿀 기술이 될 것이라 의견을 모았다물론 AI 도입 초기에 숙련 노동자가 해고되고 새로운 인력이 AI 활용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생산성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이것이 이른바 J자 곡선(J-curve) 형태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AI는 일반 목적 기술(GPT)로 자리 잡고 노동 생산성에 비약적인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 주장했다이 첫 번째 논문은 AI 낙관론자이자 J-커브 이론가인 스탠퍼드대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이 발표했다.

미국 연준(Fed)과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낙관론을 한층 더 밀어붙였다이들은 일부 노동절감 혁신(전구)은 생산성 향상을 일시적으로 높이지만보급이 끝나면 효과가 사라지며생산량은 일회성으로 상승하지만성장률 자체는 지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반면두 가지 기술 유형은 장기적으로 생산성 성장에 기여한다고 분석했다첫째는 GPT, 둘째는 발명 방법의 발명(IMI: Inventions of Methods of Invention)이다. IMI는 연구개발(R&D) 과정의 효율을 높여 더 빠르고 저렴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복합 현미경이 그 사례다이들은 AI가 GPT와 IMI의 특성을 모두 지닌다고 주장했다“GPT와 IMI는 모두 장기간에 걸쳐 생산성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생성형 AI(genAI)가 생산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OECD 소속 경제학자들은 AI가 향후 10년간 연간 총요소생산성(TFP) 성장에 0.3~0.9%포인트까지 기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TFP는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혁신을 잔여값으로 측정한 생산성 개념이다. OECD 측은 만약 연간 노동 생산성 증가율이 1%라면, AI 도입으로 이 수치가 결국 두 배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세션의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노동 생산성 증가 기여분을 구체적으로 계산했다첫째우리는 AI가 이미 미국 생산성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2017~2024년 미국 비농업 민간부문의 노동 생산성 연평균 2% 증가 중 절반(1%)은 소프트웨어 및 소프트웨어 R&D에 의한 것이며, 2012~2017년 대비 가속된 1.2%포인트 중 절반도 이에 기인했다.”

채택과거 GPT들과의 비교 기준가로축사용자 친화적 돌파구 등장 이후 경과한 연도세로축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 비율

또한기타 무형자산과 데이터 자산까지 포함해 계산한 결과, “최근 미국과 유럽의 소프트웨어, R&D, 무형자산 투자 경로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AI가 미국의 연간 노동 생산성 증가율을 최대 1%포인트유럽에서는 0.3%포인트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동 생산성 및 소프트웨어 관련 기여도 요약> : 미국 비농업 민간 부문항목 : 1.노동 생산성 증가율, 2.소프트웨어 생산 및 활용의 기여도, 2a: 1번 항목(노동 생산성 증가율중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율, 2b: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의 기여도, 2c: 노동 생산성 증가율 중 소프트웨어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 3.총요소생산성 증가율, 4.소프트웨어 산업의 기여도, 5a: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중 소프트웨어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

이번 ASSA에서는 AI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달러의 미래

주류 세션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달러의 향방이었다브라운대학교 소속 신케인스 학파 경제학자들은 논문에서 관세 도입 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6%포인트 감소하고인플레이션은 0.8%포인트 증가하며달러는 4.8% 절상될 것으로 예측했다관세 인상 가능성만으로도 달러는 4.1% 절상되고물가는 0.6% 하락하며, GDP는 0.7%포인트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왜 트럼프가 지난해 4월 관세를 도입한 이후에도 달러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을까저자들은 이를 관세 정책 불확실성(tariff policy uncertainty)’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불확실성은 수요를 위축시키고 위험 프리미엄 격차를 발생시켜관세 부과국의 통화를 약세로 만든다.”그들은 이에 따라 달러의 지나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은 영구적이지 않을 수 있다라고 결론지었다무역 정책처럼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는 주요 정책 오류는 시장 신뢰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부채 문제에 정통한 주류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의 발표와도 연결된다그는 자신의 신간 『달러의 쇠퇴주류 경제학의 실패와 시대적 위기』에 기반해 발표했다로고프는 미국의 공공 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세계 시장에서 달러가 지닌 특권적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는 특히 트럼프가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을 정부 차입 도구로 도입한 것이 그 위험을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부패와 '불안정한스테이블코인

그런데도 달러의 기축통화 및 안전자산 역할은 여전히 상당한 여지가 있다실질 실효환율 기준으로 달러는 2007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이후의 장기침체(Long Depression)’ 시기는 주요 G7 국가들이 미국보다 더 약세를 보이고, BRICS 통화들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달러 강세의 시기였다.

<실질 광의 달러 지수음영 부분은 미국 경기침체 기간을 나타냄

연준이 팬데믹 동안 또는 그 이후에 통화 정책을 잘못 운용해경기 침체가 끝난 후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는가연준은 지금처럼 고용과 물가의 균형을 중시하는 이중 목표를 유지해야 하는가아니면 다른 중앙은행처럼 물가 안정에만 집중해야 하는가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여름 퇴임하고 트럼프의 임명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러한 질문은 전 연준 의장 재닛 옐런(Janet Yellen)을 포함한 주류 경제학계의 거물들이 논의했다일부 연사들은 1980년대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Paul Volcker)의 강경 노선을 반복하며이중 목표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연준이 정책금리 인상과 양적완화(QE) 철회를 제때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중 목표(dual mandate)’ — 즉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지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유행이든 아니든나는 이 목표가 실행적으로 혼란스럽고 궁극적으로는 환상에 가깝다고 본다연방준비제도는 본질적으로 경제 운영과 관련해 단 하나의 기본 도구만을 가지고 있다그것은 유동성 공급 관리다너무 많은 일을 맡기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만약 그렇게 하려는 과정에서 연준이 물가 안정이라는 본래 책임을 잃어버린다면나머지 목표들은 결코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 폴 볼커(Paul Volcker), 2013

다른 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정부 지출에 따른 ‘재정의 방만함(fiscal profligacy)’에 돌렸다코로나 시기의 과도한 재정 지출이 통화 정책의 효과를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재정이 통화 정책을 압도하는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물론 재닛 옐런은 자신이 재무장관이던 시기에 그런 일은 없었다며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21세기의 인플레이션> Core PCE (핵심 개인소비지출지수), Core CPI (핵심 소비자물가지수), Trimmed mean PCE (중간값 중심 PCE)/ 붉은 수평선은 기준 인플레이션 목표선 (: 2%)을 나타내며그래프는 2000년부터 2026년까지 인플레이션 추이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모든 연사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힘이 거의 없다고 동의했다는 점이다이는 재정 지배든공급자 측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든 마찬가지다결국 연준의 존재 목적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며정치적 영향에서 독립적인 것이 진정 좋은 것인지아니면 트럼프 하에서 연준이 휘둘리게 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도 존재한다.

한 세션에서는 두 명의 경제학자가 인플레이션 급등의 핵심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다고 주장하며이런 견해에 힘을 실었다그들은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원인을 두 가지로 제시했다하나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이고다른 하나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경우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면수요가 아무리 급증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말했다이러한 공급 중심 인플레이션 분석은 인플레이션이 언제어디서어떻게 발생하는지를 가장 정확히 설명한다고 주장했다공급 부족은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만이는 결국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이는 필자 본인의 관점을 뒷받침하는 주장이다.

연준(Fed)을 다룬 세션에서는 AI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연준의 정책보다 더 중요한 미래의 해결책으로 언급되었다연사들은 AI의 도입과 확산이 연간 약 0.5%포인트의 생산성 증가를 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하며이로 인해 미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이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모든 참석자들이 동의한 또 하나의 핵심은 바로 재정 낭비(fiscal profligacy)’를 끝내야 한다는 점이었다옐런은 복지와 의료보험 같은 연방 혜택 프로그램(국방 지출은 제외)을 삭감하고세금을 인상해 예산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다시 말해또 다른 형태의 긴축정책(austerity)을 제안한 셈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공공부채 수준에 집착하면서도높은 민간부채(기업 부채 포함)가 자본 수익성을 얼마나 짓누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하지 않았다누구도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공공부채 비율이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2008년 금융 부문 붕괴로 인한 구제금융(공공 차입을 통한), 그리고 코로나 기간 동안 공급 부문이 폐쇄되면서 발생한 대규모 정부 지출 때문이었다.

결국공공부채 위기는 민간 부문의 붕괴에서 비롯되었고이 부채를 정상화(normalize)’하는 몫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지게 되었다이들은 복지와 공공서비스 삭감을 받아들이거나상당한 수준의 세금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반면부유층과 대기업은 대부분 이를 피해 간다.

AI가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까미국 제조업은?

AI는 자본주의의 생산성 성장을 구원할 기술로 떠오르고 있지만중국은 그 반대라는 주장이 나왔다이는 미국 생산성 추세에 대한 대표적인 주류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의 견해다.

미국 경제에서는 한때 제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민간 비즈니스 부문보다 높게 유지되었다. 1972~2009년 동안 미국 제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3.1%였으며이는 민간 부문 평균인 2.0%보다 1%포인트 높았다하지만 2009~2024년 사이에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제조업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0.1%민간 부문의 1.4%에 비해 1.5%포인트 낮아졌다.

이 제조업 생산성 둔화의 40%는 TFP(총요소생산성)로 측정되는 혁신 둔화에서 비롯되었고나머지 60%는 투자 증가율 감소에 기인한 것이었다고든은 이러한 둔화가 중국의 WTO 가입 이후고부가가치 부문에서의 생산성 향상으로 더 가속화되었다고 설명했다중국발 충격(China shock)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주장했다단순한 관세 정책으로는 미국 제조업의 생산성 하락을 되돌릴 수 없다고.

[출처] ASSA 2026: part one, the mainstream – AI, tariffs, inflation and the dollar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