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오름

[인권오름] [열려라 참깨] 쇠고기 15배 먹을 수 있으니 캄보디아로 가자?

청년 10만 명을 해외 오지로 보내자던 정운천 의원의 황당한 견해서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황당한 질의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의원들이 있었다. 그 중 새누리당 정운천(전북 전주시을) 의원의 청년 취업난 대책안도 이슈가 되었다.

정운천 의원은 지난 10월 1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인 ‘K-Move’(2조 1,300억 원의 예산 규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다. 정운천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의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오지에 우리 청년 10만 명을 보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그 이유로 콩고, 캄보디아와 같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취업인력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캄보디아에서는 대한민국 돈 100만 원이 캄보디아 돈으로 약 1,000만 원 정도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청년들을 국외 오지로 보내는 일이 청년 실업난의 대책이 되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사무처를 통해 정운천 의원 의원실에 당시 발언의 근거에 해당하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한지 꼭 10일이 되는 날에 <정운천 의원의 견해서> 3장과 관련 자료 2장을 포함하여 총 5장의 결정통지서를 받았는데, 이 내용도 정운천 의원의 발언만큼 충격적이었다.

사진설명
<출처: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전체보기[2](14시 08분 감사계속~15시 55분 감사중지 중)>

정운천이 말한 청년들을 아프리카로 보내야 하는 이유

우선 아프리카로 청년을 보내야 한다는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로 인구수가 많아지는 곳이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일본과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거대 규모의 투자를 공식 표명했기 때문이며, 셋째로는 김남철 대우건설 전무(이하 김남철 전무)가 “아프리카 시장은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청년 10만 명 정도를 오지로 보내자는 정운천 의원의 주장은 단순한 개인 생각이 아니다. 국책사업으로 실행될 수도 있는 국회의원의 주장이기에, 주장에 대한 근거는 타당해하고 구체적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한 위의 세 가지 근거는 모두 A4 용지 한 장을 조금 넘는 분량으로써, 양적·질적으로 내용이 너무 빈약해서 그 타당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인구 증가에 대한 출처 표기도 ‘유엔과 미국의 한 인구조회국’이 전부였다.

또한 굵고 큰 글씨체로 강조한 문장들이 있었지만, 강조 표시를 한 이유를 알기 어려워 오히려 글을 읽는데 혼란을 줄 뿐이었다. 예를 들면 위에서 언급한 ‘아프리카 블루오션’의 김남철 전무의 주장도 강조 표시가 되어있었지만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청년 해외 오지 취업론’과 연관이 있어 발언하게 되었는지 전혀 출처를 제시하지 않았다. 김남철 전무의 발언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2014년 9월 24일부터 열린 세계한상대회에서 둘째 날, 지역 한상 포럼 (아프리카•중동 세션)에서 발언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남철 전무의 당시 해당 발언은 관련 기사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정운천 의원의 ‘청년 해외 오지 취업론’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한상포럼이 비즈니스 성격이 강한 경제 대회이듯, 주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수익을 끌어낼 수 있겠는가에 대한 주장의 일부일 뿐이었다. 또한 그날 김남철 전무는 아프리카에서는 유능하고 열정적인 현지 젊은이들이 있어 이들을 잘 활용(?)하면 양질의 노동력 확보가 가능하다며 오히려 현지 사람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 도입이나 직업훈련소 설치 등도 고려할만하다고 주장했다. 즉, 정운천 의원이 주장한 ‘청년 해외 오지 취업론’에 김남철 전무의 주장은 직접적 근거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또한 일본의 경우를 설명하면서 아베 총리가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일본은 1,000만 명 아프리카 인재 육성책도 내어 놓았다’고 발언한 내용에 강조 표시를 해놓았지만, 이 역시 일본의 인재 육성책이 아닌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의 지원 관련 내용인 만큼 역시 ‘청년 해외 오지 취업론’의 직접적 근거로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진설명정보공개결정 통지 결정에 따라 정운천 의원이 보내온 <정운천 의원의 견해서> 중 일부

두 번째로 ‘대한민국 돈 100만 원이 캄보디아에서 약1,000만 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 제시한 근거자료도 구체성은 물론 주장과의 관련 정도도 떨어졌다.

정운천 의원은 관련 근거로 캄보디아의 싼 물가를 제시했다. 그리고는 캄보디아는 아시아의 최빈국으로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869달러에 불과하다면서 느닷없이 쇠고기 이야기를 했다. 그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판매되는 쇠고기 등심 1kg의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7,861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1kg을 12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니 캄보디아와 대한민국의 물가 차이가 약 15배 정도 난다고 했다. 즉, 두 나라 간의 소고기 가격의 비교만으로 한국 돈 100만 원이 캄보디아에서 약 1,000만 원의 효과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었다.

지금 청년들은 겨우 소고기를 좀 더 싸게 먹기 위해 해외 취업을 하는 게 아니라 국내에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어려운 현지어를 배우고, 때로는 인종차별을 당하면서도 타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런 현실을 국회의원이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근거도 빈약한 의문투성이의 대안을 내놓고 있으니 국민으로서 울화가 치민다.

또한 정운천 의원은 견해서에서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는 지난 우리나라가 개발할 때처럼 다양한 일자리 기회가 많다’며 이를 자신이 주장하는 ‘청년 해외 오지 취업론’의 근거로 들었다. 정운천 의원은 ‘청년들에게 무조건 해외 오지로 가라는 게 아니다. 코트라나, 대사관, 영사관 또는 지사망을 통해서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리고 오래 살고 오라는 것이 아니라 1년 정도 미개척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해외 인턴 취업 사업을 추진해보자는 뜻이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타당성이 결여된 주장이다. 우선 청년들이 캄보디아의 현지 회사에 직접 취업해서 현지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정운천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1인당 국민 총생산이 869달러라고 하는데, 단순 계산하면 청년이 100만 원(약 873달러, 11월 6일 현재)을 들고 가서 1년에 869달러를 버는 셈이다. 이처럼 현지 직접 취업은 오히려 손해이거나 손해에 가깝다.(2016년 현재 캄보디아 월 최저 임금은 올해 1월 128달러이다.) 다음으로 정운천 의원이 제시한 ‘오지 국가 청년 1년 인턴제’를 사업화 한다면 현지의 임금 수준을 개선한 프로그램이어야 지원자가 있을 텐데, 이렇게 되면 결국 정운천 의원이 애초에 주장한 ‘캄보디아에서 한국 돈 100만 원이 1,000만 원의 효과를 갖기에 적은 돈으로 청년들을 해외에 취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무의미해진다. 왜냐하면 결국 대한민국 정부가 오지로 나가는 청년들에게 매달 대한민국의 급여수준에 맞춰 급여를 지급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운천 의원의 발언은 평소 청년들의 삶과 취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고 해결하려하기보다는 당장 국가 기관이 집계하는 해외 취업률의 숫자만 오르면 된다고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청년 취업에 관심 없는 의원의 속내만 드러나

정운천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이 이미 한계에 왔다고 진단하면서 10만 청년들을 해외 오지로 취업시키는 것이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 방안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운천 의원이 보내온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10만 청년들을 해외 오지로 취업시킨다면, 단기간의 청년 취업률의 숫자는 높아질지 몰라도 근본적인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라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일자리의 불안정성과, 열악한 노동권, 비인권적인 업무 환경 등의 문제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운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청년 실업난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위의 발언과 함께 ‘지금은 4차 산업시대’라고 언급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가 예를 든 캄보디아의 경우 최근 철권 통지를 하고 있는 훈센 정권에 의해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야당과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많은 <노동조합법>이 통과됐다. 이 <노동조합법>에는 사용자의 허가를 받아야만 노동자의 권리침해나 부당 노동 행위에 항의하는 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등 악법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렇듯 캄보디아는 아직 수직적인 기업 문화와 노동 환경에 처해있고,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권력의 비대칭성이 큰 나라이다. 정운천 의원이 언급한 ‘오지’라는 곳에서 노동권 보장이 열악하지 않은 나라는 몇이나 될까? 이런 곳에서 일하고 돌아온 청년이 과연 수평적 조직문화와 다양성, 평등, 인권 존중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설령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로 다녀왔다고 해도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적합한 노사문화를 받아들이려면 재교육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이번에 정운천 의원이 보내온 근거 자료로 10만 청년들을 해외 오지로 취업시키는 ‘10만 청년일자리 개발도상국개척단 사업’이 추진된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조금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에 수많은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절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실적과 취업률에 적히는 숫자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 더 진정성 있는 관심과 다각도에서 분석한 양질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국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말

벨라 님은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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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청년취업 막말 , 해외오지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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