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오름

[인권오름] [낙타의 인권이야기] 거짓 선지자들의 시대, 최이우는 사퇴하라

언제부턴가 택시를 타면 항상 습관처럼 하게 되는 행동이 생겼다. 바로 운전석 앞에 붙은 백미러를 확인 하는 것. 백미러를 통해 뒤차를 보거나 운전자의 얼굴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백미러에 십자가가 걸려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 어느 날 퇴근 길, 저녁 식사를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밥값을 내기 위해 계산대로 갔는데 계산대 한 귀퉁이에 쌓여 있는 대형 교회의 홍보물을 발견했다. 식사는 맛이 괜찮았는지 상냥하게 웃으며 물어보는 주인아주머니의 얼굴과 그 옆에 놓인 교회의 홍보물을 번갈아 보다 이내 마음이 복잡해졌다.

물론 모든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들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또 그들이 내가 성소수자임을 알 리가 만무함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종종 기독교인들과 마주 할 때 느끼는 긴장과 불편함은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한다. 아마 그 긴장과 불편함은 너무도 선한 이웃의 얼굴을 한 채 성소수자 관련 행사들이나 각종 공청회에서 하나님을 부르짖으며 우리를 향해 입에 담지도 못할 온갖 혐오스러운 말들을 뱉어내는 이들과 마주한 현장과 또 거짓 종교의 이름을 빌어 선한 얼굴의 이웃들에게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일부 공직자들을 보며 온 몸으로 체득한 경험과 감정들에서 기인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지난 11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최이우 인권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이우 인권위원은 2014년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이하 ICC)로부터 한국의 인권위가 두 차례나 등급보류를 당한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협력과 참여를 보장한 투명한 인선절차를 진행하라는 ICC의 권고는 무시한 채 밀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첫 인권위원이었다.

그는 이미 인권위원이 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보수기독교 그룹인 미래목회포럼의 이사장, 상임이사였으며 기독교 매체 등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왜곡된 정보들을 설파하고 동성애와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선동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더욱이 얼마 전 개최된 한 포럼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내에서 동성애와 관련된 문제는 많은 인권 문제들에 묻혀 교묘하게 넘어 가는 상황이다. 만약 한국교회가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면 굉장히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라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는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삶을 살피며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인권위원이 인권위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는 반인권인사 최이우는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

물론 사퇴해야 할 이들이 최이우 뿐이겠는가, 공직자로서의 자신의 직분은 망각한 채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거짓 선지자를 자처하여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이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 거짓 선지자들이 법과 제도의 영역에서 소수자들을 차별시키고 배제하거나 사회의 공공연한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행위들을 지속할 때, 소수자 개인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집단까지 긴장과 불안을 안기고 위축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불필요한 긴장과 불편함처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렇게 소수자 당사자 및 집단을 포함한 이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다양성과 공존, 평등이라는 가치의 확산을 가로막는 이러한 반인권인사가 더 이상 인권의 영역 안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 또한 최이우 사퇴요구와 동시에 보수기독교계와 반동성애세력들이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심고, 혐오와 차별을 선동한 지난 행적에 대한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이 사회가 다양성과 공존, 조화와 평등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길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세상을 위해 나가는 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말

낙타 님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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