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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의 목소리 한 자리에 모여

82호커버스토리

7월 3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여자는 광주민중행동, 노동자의 힘 여성활동가모임, 문화연대,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사회진보연대, 세계화반대 여성연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전국학생연대회의, 여성연맹,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 다함께, 서울경인지역이주노조, 2005 빈활실천단,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 등 300여명이었다.
원래 이 행사는 세계여성행진(자세한 내용은 이어지는 이황현아 기사 참고)의 한국행사로 기획됐고 세계여성행진 한국 측 코디네이터인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과 함께 하기를 희망(!)했었다. 하지만 희망은 희망으로만 그쳐 이날 행사는 이른바 '비주류들의 행사'로 마쳤다(이하 7월 3일 행사 참가자들을 '비주류'로 표기한다).
여연 측은 다음날 광화문에서 '여성폭력과 빈곤 추방, 그리고 일상에서의 평화실현'이라는 주제로 별도 행사를 열었다. 여연 측은 전세계 여성들의 요구가 모인 퀼트를 들어 세계여성행진 행사의 주류임을 과시했다(이하 여연 측을 '주류'로 표기한다).

7월 3일 행사는 주최측의 의의 발언에 이어 이백 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는 경찰청고용직 여성노동자들과 서울경인지역이주노조 조합원, 여성연맹 청소용역지부 조합원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의 발언은 여성으로서, 이주노동자로서, 비정규직으로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로서, 가정에서도 착취당하는 여성으로서의 발언이자 절규였다.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세계 여성의 목소리가 한국의 수도 서울 한 가운데에서 오롯이 만난 셈이다. 특히 6월 29일 출범을 선언한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도 함께 했다.
비주류들 전원이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에 동의하는지 확인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뜻이 달라 같이 못하겠다는 주류들처럼 굴지 않아 역시 비주류스러웠고, 외견상만큼은 궁국적 해방의 관점에 선 여성주의자들처럼 보였다.

난 비주류들 중 한 명이었는데 '(마로니에에 있는)퀼트를 (세계여성행진의)퀼트라 부를 수 없는' 현실이 개탄스러웠지만 굳이 주류가 되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 성노동자든 아니든 자신들의 권리와 요구를 내걸고 주장하는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과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들으려 하고 고민하려는 비주류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비주류들은 마로니에 행사를 마치고 종묘까지 행진한 뒤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권리선언"을 낭독했다.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행진"은 주체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여성운동 내부의 '남성성'과 다퉈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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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다

    재밌는 표현이군요. 이렇게 편가르기 하니까 기분 좋아요? 뭔가 힘이 느껴지나요? 여성운동 내부의 "남성성"으로 그들을 몰아치다니...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남자들의 옛말이 요즘 상황에 꼭 맞아요. 지네들끼리 헐뜯는데 정신없다 하겠지요.

  • 편집실

    '지나다'님께서 지적하신대로 '적자', '서자'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어 편집과정에서 '주류' '비주류'로 수정하였으나 이곳에 올리면서 수정되기 전것으로 글이 올려졌습니다. 다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