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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논란의 2라운드 vs 성노동자운동의 1라운드

88호

성매매방지법 1년, 서로 다른 평가

2004년 9.23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1년이 지났다. 1년 즈음한 지난 달 9월 전국 곳곳에서는 성매매방지법 1년이 남긴 것이 무엇인가 논하는 자리들이 만들어졌다. 물론 이를 통해 앞으로의 과제를 모아내기도 했다. 누가 주최한 토론회냐에 따라 평가도 과제도 180도 달랐다.

먼저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아래 여연) 등이 개최한 토론회는 법 시행 성과에 대한 자찬을 이룬다. 탈성매매율에 앞세워 탈업소율을 발표하며 성매매방지법의 효과를 수치로 부풀렸다. 또 건강가족을 내세우며 남성들이 앞장서야만 성매매를 근절시킬 수 있다며 성매매 여성을 지속적으로 피해자화하는 이른바 주류여성계의 구제, 보호, 자활이라는 3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 강화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여성가족부는 그 즈음 일명 "화이트타이 캠페인"이라는 것을 벌였다. "근사한 남자의 멋진 생각"이라는 표제를 들고 나온 화이트타이 캠페인은 성매매 근절을 위해 남성들이 주체가 되어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정상가족 테두리 내에서 자신의 성욕을 스스로 단속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1)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되었다. 성매매가 발생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성차별, 성억압, 계급모순, 빈곤, 여성에 대한 이중착취, 가족제도 등-는 하등 언급하지 않고 개인 남성의 올바른 선택만이 건전한 성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식이다.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오명과 낙인의 제거2)를 고민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성매매방지법 1년을 자찬하고 화이트타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성매매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해야 그나마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다른 흐름으로 성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연대단위들이 모인 토론회도 개최됐다. 이 토론회에서는 성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옹호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논의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토론회에서는 성노동자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속에서 연대를 도모하고 보호와 피해의 이중주를 넘어 성노동자운동의 전망을 모색해나가자는 공감대를 만들었다.

성매매방지법이라는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어떤 장에서는 성매매 여성이고 어떤 장에서는 성노동자들이다. 왜 성매매 여성들은 이런 다른 호칭을 부여받게 된 것인가? 정녕 이들의 정체성은 자신들의 호명이 아닌 타인의 호명에 의해 위치 지어져도 되는 것인가? 성매매방지법 1년 평가를 하는 많은 장에서 이들은 성매매 여성이기도 성노동자이기도 했으며 당분간 이 두 가지 호명은 공존할 것 같다. 이 사회가 그녀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그렇다면 성매매방지법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현재까지의 논의 지형을 훑어보도록 하자. 현재의 논의 지형은 크게 두 가지 대립구도로 이루어져있다. 하나는 성매매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성을 판매하는 여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첫째 논점과 관련해서 성매매 발생의 원인에 입각한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논점과 관련해서는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을 성매매 피해여성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로서 자기조직화, 주체화할 수 있는 성노동자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성매매 발생 원인을 바라보는 입장에 있어서도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방안을 둘러싸고도 차이는 나타난다. 성매매를 가부장제의 문제로 보아 남성의 폭력성을 강조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성매매를 근절한다는 취지의 성매매방지법을 지지하는 흐름들은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을 구제해야할 대상으로 보아 성매매방지법의 확대 적용과 성매매방지법의 보완을 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맥락에서 강조되는 것은 다름 아닌 건강가족-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이다. 늑대인 남성들이 앞장서서 건강가족-정상가족을 지켜야한다. 아뿔싸! 성매매 여성들로부터 보호되는 가족이라니!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성매매 여성들이 어떤 눈으로 비춰질까? 그녀들은 더도 덜도 말고 딱 구제의 대상인 것이다.

성매매를 자본주의 가부장제가 빚어낸 산물로 인식하는 흐름들은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의 모순이 성매매와 성산업을 확장시켰다고 본다. 세계적 수준의 빈곤의 여성화, 노동의 여성화가 성을 판매하는 여성이든 그렇지 않은 여성이든 간에 모든 여성들 앞에 놓여진 현실임을 직시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의 위계화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성매매 폐절의 관점에 선다하더라도 그것이 성매매방지법과 같은 국가 주도의 법제도 정비로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며, 성매매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처지와 조건을 직시하고 주체적으로 노동자로 설 때 노동해방, 여성해방의 관점에서 성매매를 폐절 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두 입장을 더욱 대립시켜본다면…

자, 이제 두 흐름이 어떻게 차이 나는가를 보았다. 두 흐름은 다음과 같이 대별될 수 있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주장되는 성매매방지법 강화 입장과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노동권을 스스로가 지켜낼 수 있도록 성노동자운동에 연대하자는 입장이다.

여연 등이 개최한 성매매방지법 1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에서 캐롤라인 스펜서(호주 인신매매반대연합 회원)는 성매매가 합법화된 호주의 경우 합법화 이후 성산업이 4배로 증가했다고 증언하면서3) 한국은 성매매방지법을 시행하여 성매매 근절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한국정부와 여성계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정부와 여성계가 성매매(인신매매와 동일시되는 성매매) 근절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니 말이다.

아마도 주류여성계는 성노동자들의 주장을 합법화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성노동자들과 이들에게 연대를 표명하고 있는 집단들의 주장은 성매매를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규제해달라는 주장이 아니다. 이는 어떠한 합법화도 국가 등록을 경유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4) 그러니 호주사례를 들어 합법화는 불가하다고 여론전을 펼칠 필요는 없는 셈이다. 더구나 인신매매 성격의 성매매를 성매매의 전부 내지 대부분으로 인식하며 감금, 갈취, 폭력, 구타 등 성매매와 관련하여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인권유린과 억압적 상황을 벗어나는 것만이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옹호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성노동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인신매매와 동격의 성매매는 줄어든 지 이미 오래됐으며 문제의 집결지 성매매 여성, 즉 성노동자들은 음성적 영역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들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성노동자들을 지지 연대하는 사람들이 반사회적5)이라고 지칭되기도 했다. 조배숙 의원의 지적처럼 우리의 선량한 풍속을 해치기 때문6)에 이들이 반사회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다수가 소수에게 가하는 비근한 폭력의 한 예다. 사회의 주도여론, 국가정책을 따르지 않는 이들이 있다고 하여 이들을 사회성이 결여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기는 하겠지만, 지배이데올로기-지배계급의 언사를 노골화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자세히 들여다보면 "늑대가 되자!"거나 여성들을 수동화하고 남성들을 주체로 세우는(남성들이 베푸는 배려가 성매매 근절의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는! 가족파괴의 주범은 성매매 여성이라는 오도된 성적 보수주의를 근거로 한 정책들) "화이트타이 캠페인"의 몰성성과 비사회성이 더 큰 문제다.

'주체의 주체들' 성노동 논란을 매듭짓자

성매매방지법 1년, 남긴 것은 무엇인가를 뒤로 한 채 성노동자들은 앞으로의 1년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법 1년 평가 여성가족부의 브리핑이나 전국에서 열린 수많은 토론회의 내용을 반영하듯 정부는 시범지역의 확대, 집결지 폐쇄 법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성노동자들과 이들의 투쟁을 지지 연대하는 이들은 성노동자들을 여전히 피해와 보호의 대상으로 놓아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성노동자들의 문제를 그녀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성매매방지법을 위시한 일련의 신자유주의 정부 정책은 오랜 계급역사 속에서 공공연한 사회인이었던 그녀들을 사회로 복귀시켜야 한다면서 애꿎은 탄압만 일삼는 것이다.

성노동자들의 일은 노동이다. 그 노동이 행여 멸시받고 천대받는다고 해서, 명실공히 사회적노동인 성적서비스노동(힘든 육체노동이자 감정노동인 성노동)을 생산영역 바깥에 있다고 해서, 재생산노동과 같은 사회적 맥락으로 구성되어져 있는 성노동을 무시하고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이 노동인가? 노동은 정녕 신성한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정되지 않는 영역의 일은 여성의 일이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일이 제대로 자리매김된 적이 있는가?
서비스산업이 대폭 증가하고 있지만 이 영역에서의 일 또한 노동으로 인정되고 있지 못하다. 성노동자들의 일은 노동이다. 생산영역 바깥에, 가족테두리 밖에 있다고 해서 이들의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건강가족-정상가족을 깨는 윤리적으로 타락한 자로 볼 이유는 없다. 이는 오로지 자본주의 체제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일 뿐이고 동시에 성노동자들의 일을 노동이라 부르고 싶지 않은 세력들의 입장일 뿐이다.

성매매방지법은 대체 어떤 법이기에 성매매여성들을 '성노동자'로 호명하게 만들었나?7) 논할 것은 이 법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금지주의에 해당하는 것이고 따라서 성노동자들을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가의 태도에 대해 성매매여성들이 취한 관점이 바로 성노동자로서 자기 자신을 호명하며 스스로를 조직하는 방식이었다.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성의 육체적 자율성에 대한 국가 개입과 생존수단으로써 성노동의 박탈에 맞선 것이다. 성매매-성노동이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국가를 통해서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성매매를 강력한 법으로 근절시키겠다던가 또는 합법화해서 국가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어떤 태도도 성매매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거니와 부르주아사회의 도덕적 위선에 기대어 여성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일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성노동자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성매매'를 '성노동권적'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일이며 노동자로서 그녀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생존권 탄압에 연대 투쟁하여 크게는 여성해방 노동해방 평등세상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8)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를 빈곤의 여성화와 성별권력관계라는 사회구조적 모순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둘 다 사회구조 변혁의 측면에서만 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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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매매특별법 시행 1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여성가족부에서 야심 차게 기획했을 이번 캠페인에 대한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하다. 늑대 탈을 쓰고 하얀 타이를 두르고 지하철에 올라타 사랑의 화살을 쏘는 등의 깜짝 퍼포먼스는 티저 광고에 익숙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닥 화제거리가 되지 못했다. 많은 돈과 노력을 들였을 것이 틀림없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유치하다는 소리를 듣고 화이트타이라는 상징은 캐나다의 화이트리본 캠페인(www.whiteriboon.ca)을 그대로 따라했다는 비난과 함께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심드렁한 반응에 고전 중이다. 그리고 수많은 '앞선' 남자들로부터는 "왜 대부분의 선한 남자들을 동물에 빗대어 비하하느냐", "왜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구매자로 생각하느냐"는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이채, '앞선 남자의 근사한 생각'으로는 충분치 않다, <월간 언니네> (2005.9.15)

2)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에게 솔직하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가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편부 편모거나 어린 동생과 병든 가족이 있는데 여러분의 학력은 중졸에서 고졸 사이입니다. 그리고 빚까지 포함해서 한 달에 들어가야 할 돈이 약 4백만 원입니다. 여성 여러분들은 어떤 일자리를 구하실 수 있겠습니까? 어떻습니까? 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다른 일자리를 두고 성노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 여성들이 특별히 많은 돈이 탐난다거나 명품이 필요해서인가요? 아니면 일부에서 말하듯이 감금당했거나 성노예라서 그럴까요? 우리 성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적 빈곤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성노동자 여성들에게 덧씌우는 오명과 낙인입니다. 성노동자들을 그곳에 가서 일해야만이 생존할 수 있는 사회구조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7.3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세계여성행진>에서 한 성노동자의 절절한 호소.

3) 성매매방지법 시행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2005.9.21) "여성에 대한 성적착취 근절을 위한 아시아ㆍ태평양ㆍ유럽의 경험과 교훈" 자료집 중에서 캐롤라인 스펜서, '호주의 성매매 합법화의 결과와 성매매 여성의 인권침해'.

4) "합법화 국가들의 상당수는 캐나다와 같이 금지주의에 가까운 처벌정책을 펴고 있거나 사회적 '약자'로 존재하는 성판매자에 대한 보호의 책임을 성판매자 자신에게 전가시킨 채 세금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 원미혜,「성매매 감소와 성판매자의 인권을 위한 모색 : 해외의 경우」,『황해문화』2005년 봄호.

5) 조영숙, [칼럼] '성희롱과 여성착취' 중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과 착취에 근간하는 성매매 산업을 통한 이익과 생존의 유지, 나아가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과 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성 구매 행위의 지속을 주장하는 집단의 요구는 '비판의 합리성과 사회성 결여'라는 점에서 결코 동의될 수 없는 것이다."…… "성희롱 없는 '성 노동', 여성폭력 없는 '성 노동', 여성착취 없는 '성 노동'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기에 '성 노동'을 진정으로 주장하는 여성이 있을지라도, 여성인권운동의 관점에서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시민의 신문> 제616호(2005.9.26)

6) 지난 6일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연대체인 '민주성노동자연대'와 성매매업 업주들로 구성된 '민주성산업인연대'의 단체협약이 논란을 빚고 있다. 열린우리당 탈성매매 여성 지원단 등 여당 의원들이 이 단체협약과 "성매매 여성들의 법외노조는 인정될 수 없다"고 반론을 펴고 나섰다. 조배숙 열린우리당 탈성매매 여성 지원단장과 홍미영 의원 등 여당 의원 10명은 27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법외노조를 표방한 성매매 여성들의 단체와 업주와의 단체협약은 현행법상 인정될 수 없으며 '성노동자'로의 선언적 규정 또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엔지오타임즈, 2005.9.27)

7) 노동자의 힘 여성활동가모임, 성매매방지법 1년 평가와 성노동자운동의 방향과 전망 토론회(2005.9.23) 자료에서 재구성.

8) 이 말은 차라리 어렵다. 그녀들은 '전국성노동자연대'라는 자신의 조직을 발족하면서 성노동운동이 빈민운동이며 변혁운동이라고 선언했다(전국성노동자연대 창립선언문 200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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