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일, 세계노동절 116주년을 맞이했다. 세계노동절의 기원과 역사는 그 자체로 전 세계 노동자계급의 피땀어린 투쟁의 역사이다. 세계노동절의 기원이 된 1800년대 미국노동자들의 8시간노동제 쟁취투쟁은 물론이고, 이 땅에서도 세계노동절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었다. 멀리 식민지 조선 하 1920년대 이 땅에서 처음 열린 세계노동절은 일제의 탄압으로 제대로 열리지 못하다가 한국전쟁 이후 노동운동의 완전 초토화 속에서 어용노총 창립기념일인 근로자의 날에 그 지위를 오랫동안 빼앗겼다. 그러나 세계노동절조차 기념하지 못하게 하는 국가권력의 탄압은 결코 오래갈 수 없었다. 1987년 대투쟁의 성과인 민주노조운동의 일반화와 전국적 결집과 맞물린 가열찬 세계노동절 쟁취투쟁을 통해,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1989년 세계노동절을 투쟁으로 다시 쟁취했다.
세계노동절은 그 기원과 역사에서 볼 때, 단지 기념과 축제의 장이 아니다. 각 국의 노동자계급이 당면의 핵심 투쟁과제를 결의하고, 국경을 뛰어넘는 전 세계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연대를 결의하는 장이다. 문제는 무엇을 핵심투쟁 과제로 결의하는가,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투쟁해 나가는가이다. 이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세계노동절을 맞은 한국 노동자계급운동의 과제이다.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구조조정의 완결판을 향해 나가고 있다
2006년에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 국정 핵심 2개 과제는 '한미FTA 추진'과 '양극화 해소'이다. 이는 임기 내 한미FTA 협상 타결로 한국경제의 선진화와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것을 통해 동북아 중심국가로 비상하는 한편, IMF 이후 날로 심화되고 있는 빈곤·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FTA가 불러올 결과는 무엇인가? 한국농업의 파탄, 노동유연화의 확대와 노동조합운동 무력화, 서비스 및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 교육개방 및 자본에 의한 상품화, 공적 의료체계의 종말, 금융시장에서 투기의 완전자유화 및 대대적 금융부문 구조조정, 초국적 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문화와 환경파괴 등이다. 곧 한국사회 전체를 미국과 한국의 초국적 독점자본에 의한 완벽한 지배와 착취구조로 재편하는 것이다. IMF이후 이 땅의 지배계급에 의해서 일관되게 추진되어 온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의 완결판인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한미FTA와 양극화 해소라는 양대 과제는 대 노동자 민중 사기술일 뿐이다. 한미FTA를 통해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꾀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60-70년대 개발독재시대의 '선성장-후분배' 논리의 신자유주의 버전일 뿐이다. 선성장-후분배 논리가 그러했듯이, IMF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과가 보여주듯이, 이 논리는 자본의 무한착취를 철저히 보장하고 이에 뒤따르는 빈곤과 양극화 등의 폐해를 허울뿐인 몇 가지 사회대책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파죽지세의 공세: 비정규개악안, 노사관계로드맵, FTA,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
한미FTA 협상으로 집약되는 노무현정권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도발은 이미 시작되었다. 노무현정권은 올 초 한미FTA 협상 추진의 선결조건으로 미국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스크린쿼터 축소를 비롯한 4대 현안을 양보했으며, 3월부터 한미FTA 예비협상에 돌입했다. 또한 2월에는 환노위에서 비정규개악안을 통과시켰고, 노사관계로드맵의 연내 처리의사를 강력히 밝히고 있다.
이렇게 비정규악법, 노사관계 로드맵, 한미FTA 협상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이것들이 내용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FTA협상에서 미국은 노동시장유연성 증대, 작업중단 중 대체노동력 투입, 단체협상 효력의 2년 이상 연장, 노조의 협상력이 지나치게 강한 것을 고치는(?) 노사관계의 균형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한미재계회의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2005년 정책보고서> 내용 중) 이는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노조 조직력과 투쟁력을 무력화시키려는 비정규악법 및 노사관계 로드맵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즉 비정규악법과 노사관계로드맵, 한미FTA는 상호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미 자본이 계급적 일치성에 근거해 공동으로 추구하는 대노동공세이다. 노무현 정권은 미제국주의 자본과 국내 자본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노무현정권은 FTA를 통상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군사 전반의 복합적 전략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미제국주의의 전략에 발맞추어, 이미 올 1월 제 1차 한미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성 유연성'에 합의하였다.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해외주둔미국재배치계획(GRP)의 일환으로 동북아 및 기타지역에 분쟁(전쟁)이 발생할 때 주한미군을 그 지역에서 신속하게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노무현 정권은 9.11테러 이후 더욱 강화되고 있는 미제국주의의 깡패적 군사 패권화에 적극 협조하면서, 한국을 미제국주의의 정치군사적 패권의 전초기지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정치군사적 긴장 고조와 평화체제의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택의 주한미군 확장이전을 평택주민들의 장기간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비정규개악안, 노사관계로드맵, FTA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은 분리된 별개가 아니라 미제국주의와 노무현정권이 집요하게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적 질서재편을 이루는 구성요소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미국제국주의와 한국독점자본에 의한 지배력 강화와 착취 강화, 노동운동 무력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 정세는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노동과 자본간의 화해할 수 없는 대결을 불러오고 있다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축적위기에 부닥친 현대자본주의가 자본운동 공간의 확장과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통해 축적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본의 새로운 축적전략이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투쟁과 생활권 확보투쟁은 곧바로 반신자유주의투쟁으로, 나아가 반자본(주의)투쟁으로 전화할 가능성이 크다. 신자유주의 전략으로 나타나는 폐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으로는 기본적인 생존권과 생활권에 대한 자본의 공격을 최소한도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 정세는 신자유주의(자본운동) 그 자체를 둘러싼 노동과 자본간의 화해할 수 없는 대립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 정세의 핵심 대립축은 '수구보수 대 민주개혁'도 아니요, '통일 대 반통일'도 아니요, '보수 대 진보'도 아니다. 바로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노동과 자본간의 대립이다. '수구보수 대 민주개혁'은 이미 87년 6월 항쟁으로 종말을 고한 87년 이전 체제로 현 정세를 인식하면서 노무현정권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개혁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통일 대 반통일' 역시 90년대 들어 한국 정권과 자본가계급이 자본주의적 흡수통일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올바른 정세인식이라 말할 수 없다. '보수 대 진보'라는 정세인식 또한 서구에서 이미 실패한 사민주의적·의회주의적 프로젝트를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려는 잘못된 전략에서 나오는 것으로 결코 반신자유주의·반자본주의적 운동 전망을 밝힐 수 없다.
신자유주의 공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동자·민중의 강력한 대중투쟁 뿐이며, 이를 동력으로 신자유주의(자본주의)를 넘어선 변혁적·대안적 사회체제를 쟁취하는 길로 나가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저항을 봉쇄하라?
한미FTA 추진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를 완결하려는 노무현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강력한 저항이다. 따라서 노무현정권은 신자유주의 총공세가 불러올 저항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1월 신년연설을 통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직접적 결과인 양극화와 빈곤문제의 원인을 '고임금'과 '고용경직성'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양극화의 해법으로 '사회통합'과 '갈등해소'를 제출했다. 이 논리는 04년 하반기 노동운동 위기론과 궤를 같이 하여 제기된 '대공장 정규직 이기주의 공세' 및 '전투적 노조운동'에 대한 도발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신자유주의의 최대약점인 빈곤·양극화 문제의 책임을 이 땅의 노동자계급에게 돌리는 이데올로기적 선전포고이다. 이데올로기 공세와 함께 노무현정권은 3월 한국노총을 끌어들여 그동안 중단된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 함으로써 중앙 차원의 허구적인 사회적합의체계를 재가동하고 있다.
이 뿐인가. 노무현 정권은 시민운동진영을 다양한 기제(예를 들어 양극화 해소 국민연대,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통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하위파트너로 포섭해 내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남북관계 진전 움직임 역시 노동자 민중운동 내의 민족주의 세력을 견인하는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특히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와 예상 가능한 제 2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5.31지자체 선거를 맞이하여,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19세로의 선거참여연령 확대 등 제도적·형식적인 민주주의 제도 강화조치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유포하는 한편,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적·사민주의적 노선을 더욱 부추기는 유인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노무현정권이 노동자·민중투쟁을 봉쇄하고 교란하는 요인은 실로 총체적이고 다각적이다. 이는 그만큼 그들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의 반영이다.
한국의 노동자계급운동은 총체적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
그러나 미제국주의와 노무현 정권의 총체적인 공격에 맞서 신자유주의를 분쇄하고 노동해방을 향해 진군해야 할 한국의 노동자계급운동은 노동조합운동이든 정치조직운동이든 위기상태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은 자신의 정체성인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위기적 징후의 정점이자 집약점으로서 '계급성·자주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단위현장에서부터 총연맹에 이르기까지, 정규직운동이든 비정규운동이든, 개량주의·조합주의 경향이 확산되고 있으며, 급기야 자본과 결탁한 '친자본적' 운동으로까지 나가고 있다. 그 정점이 바로 05년의 강승규 비리사건이자, 어용KT노조의 유덕상, 이해관 두 해고자의 조합원 제명조치와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KT노조에 대한 즉각적인 비징계조치이다. 또한 서울대병원노조 등 보건의료노조를 집단 탈퇴한 전국병원노동조합협의회(병노협) 소속 사업장에 대한 민주노총 중집의 '산별집단탈퇴 무효' 결정은 관료주의적 운동의 폐해를 다시금 일깨우며 무엇을 위한 산별노조인가를 되묻게 하고 있다.
올 들어 나타난 KT사태와 병노협 사태는 민주노총 혁신투쟁이 작년 말 올 초를 거치면서 실종되었고,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을 복원할 혁신노력이 좌초했음을 의미한다.
민주노총에 의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유일 독점체로 존재하는 민주노동당은 어떠한가? 97년 대선 때 국민승리21로부터 출발한 민주노동당의 몇 년간의 정치실험은 민주노동당이 신자유주의 하 한국노동자계급 정치적 희망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04년 하반기 열린우리당과의 정책공조나 05년 말 비정규 수정안 제출에서 보여지듯이 계급성의 혼돈을 보여주는가 하면, 투쟁을 통한 요구의 쟁취 및 계급적 단결의 진전보다는 대리주의·청원주의 기풍을 대중운동 내에 만들어내고 있다. 울산지역에서의 지방정치 실험 역시 자본가정당과 다른 노동자 지역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지 못했다. 5.31지자체 선거 대응기조에서도 '참여정부 심판론'이라는 전국적 정치전선을 치면서 공세를 가하고 있는 한나라당에도 못미치는 '지방정치판갈이로 주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300만 지지표 획득' '300명 공직자시대'라는 제도정치권 진입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한계는 의회주의·사민주의 노선과 지도부의 민족주의 노선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반신자유주의·반제국주의·반노무현정권 총노동전선 구축을 통해 노동자계급운동의 혁신과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
현재는 객관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노동과 자본간의 대립이 더욱 선명하게 격화되는 정세이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에 대한 공격을 통해 자본의 이윤축적의 탈출구를 찾는 현 신자유주의 아래서 생존권 투쟁은 반신자유주의투쟁, 나아가 반자본주의라는 변혁적 전망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다양한 생존권투쟁을 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 묶어 세우고, 다양한 반신유주의 투쟁을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변혁적 전망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지도주체(노동자계급정당)의 부재에 있다. 또한 민주노조운동의 총체적 위기와 동반하여 나타난 현장활동가(선진활동가)의 위기(대중추수적 활동, 조합주의적 활동, 활동의 전망 부재)에 있다. 이 두 문제는 상호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을 이루면서, 현재의 노동과 자본간의 대립을 강력한 투쟁력 구축을 통한 가시적인 대립전선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반신자유주의·반제국주의·반노무현 정권의 기치 아래 대중적 총노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통해 미제국주의와 노무현정권의 전략을 파탄내는 한편, 노동조합운동과 정치조직운동에서 공히 나타나고 있는 협조주의적·탈계급적 운동노선을 척결하고 현장활동가의 활동상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총노동전선 구축과 노동자계급이 중심에 선 전 민중적 항쟁을 통해 반신자유주의투쟁을 진전시켜낼 때, 노동자계급운동의 위기극복도 노동자계급운동의 정치적 전망도, 이를 이끌 지도주체도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투쟁의 교란요인을 넘어서자
그러나 당면 반신자유주의·반제국주의·반노무현 정권투쟁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투쟁의 교란요인이 너무나 많다. 우선, 5.31지자체 선거다. 현재 지자체 선거는 노동자·민중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강화하고 고무하는데 이바지하기보다는 투쟁전선의 실종과 침체를 불러올 여지가 크다. '표심판론'이 득세하면서 진행 중인 투쟁의 강화보다는 지자체선거로의 집중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노총이나 FTA범국본 사업계획에서 보이듯이 5월 투쟁 계획을 지자체선거가 대체하고 있는 상태이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지방정치 판갈이로 주민에게 복지를, 지방정치 판갈이로 지방자치를 주민의 품으로'라는 정세에 엇나간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음으로써,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노동과 자본의 대립전선을 선거공간을 통해 적극적으로 선전·선동해낼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설혹 민주노동당의 목표 달성이 정권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작년 비정규안 수정안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노선상의 문제점과 국회의원 선거가 아닌 지자체 선거의 한계, 국회 소수정당이라는 한계는 민주노동당의 제도정치권 진출이 정권과 총공세를 막아내는 근본 힘이 될 수 없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두 번째 교란요인은 노무현정권에 대한 이중적 태도와 한미FTA저지투쟁을 둘러싼 애국주의적 태도로 인한 분명한 반노무현정권 투쟁기조의 혼란 가능성이다. 이는 민족주의세력이 보이는 태도로, '노무현 정권은 통일의 일주체이니 노무현을 너무 공격하면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면서 특히 6.15시기를 맞아 이 기념행사에 집중하거나 반노무현정권투쟁에 적극 임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또 한미FTA를 미국과 한국의 독점자본(초국적 자본) 대 노동자민중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미국 대 한국의 국익구도로 설정함으로써 노무현정권에게 면죄부를 주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교란요인에 현혹되지 않고 반신자유주의·반제국주의·반노무현 정권 투쟁기조를 견결히 유지하면서 대중투쟁전선 조직화에 집중하는 것, 이를 위한 중앙·부문·지역·현장의 계급적 실천대오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가
미제국주의와 노무현정권의 총공세에 맞선 총노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인식의 총체성이 필요하다. 비정규악법은 비정규 노동자만의 일이고, 로드맵은 정규직노조만의 일이 아니다. 한미FTA는 영화인이나 농민들에게만 재앙을 예고하는 게 아니라 전체 노동자와 민주노조운동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나 평택의 반기지 투쟁은 평택만의 투쟁이 아니라, 한반도에 살고 있는 전체 노동자 및 민중의 삶 그 자체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대응도 총체적이어야 한다. '비정규 악법 폐기, 로드맵 분쇄, 한미FTA 저지 투쟁'을 정규직·비정규직, 산업·업종, 지역의 차이를 떠나 내가 해야 할 투쟁,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서 해나가야 할 투쟁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악법 폐기투쟁에서부터 시작하여, 6월과 7월 한미FTA 본협상 시기 협상을 봉쇄할 만큼의 위력적 투쟁을 노동자계급이 중심에 서서 조직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의 여세를 몰아 하반기에 추진하려 하는 노사관계로드맵을 분쇄하고 내년 말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FTA 체결을 올 해 안에 완전 무력화시켜야 한다.
투쟁의 화살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바로 '노무현 정권'이다. 비정규악법, 로드맵, 한미FTA, 전략적 유연성 합의 및 주한미군 확장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핵심주체는 바로 국내총자본과 미국독점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는 노무현 정권이기 때문이다.
5월 1일 세계노동절은 이 투쟁을 결의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권역별 집회라는 한계와 '세상을 바꾸는 하반기 총파업투쟁 선언, 5.31지방선거 승리를 통한 노동자정치세력화'라는 민주노총의 5.1절 투쟁기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투쟁결의가 필요하다. 형식적인 파업투쟁, 국회일정에 따라가는 투쟁, 민주노총 지도부의 공식결정에 순응하는 투쟁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결의해야 한다. '비정규악법·로드맵 분쇄, 한미FTA저지투쟁'은 이 땅의 노동자 민중을 살리고 노동운동을 살리는 길이자, 한국노동자계급운동의 정체성인 민주성, 연대성, 계급성, 투쟁성, 자주성을 복원하는 투쟁이자,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세계 곳곳에서 투쟁하고 있는 전 세계 노동자계급과의 실질적 연대임을 결의해 나가자.
'내가, 동지가 투쟁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결의하고, 현장에서 지역에서 전국에서 교육과 선전, 투쟁대오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합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면 투쟁이 회피될 수 없다. 오히려 전국적 정치투쟁전선의 구축과 지배계급의 후퇴로 인한 정치적 공간의 확장이 현장의 어려움과 노동자대중의 패배주의를 극복시키면서 노동자계급운동을 진전시켜왔음을 4.19 직후, 80년, 87년 6월 항쟁이라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제 96·97년 노동법개악에 맞선 영웅적인 정치총파업의 성과와 한계를 넘어 신자유주의·제국주의·노무현정권에 맞서는 전 민중적 항쟁을 노동자계급이 중심에 서서 조직해 나갈 때이다. 이를 통해 이제는 외쳐지지도 않는 '노동해방'의 기치를 되살려내는 한편, 이전의 막연했던 '노동해방'의 기치가 사민주의도, 조국통일도 아닌, 신자유주의(자본주의)를 넘어선 변혁적 대안사회임을 노동자계급운동의 전망으로 움켜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