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금속산별 동시총회 결과를 매일경제신문은 1면 특별기사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6월 30일은 한국 노동운동사에 길이 남을 커다란 전환점이다. 연봉 5,800만원의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금속연맹 다수 노동조합이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결의했다." 물론 뒤이어 금속노조로 전환되면서 임단협이 비정규직 문제, 한미FTA 등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보수언론의 이러한 호들갑은 일면의 진리를 담고 있다. 그것은 산별전환 총회결과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이후 조직적 과제로 제기되었던 산별노조 전환 1단계는 이제 금속연맹의 산별전환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아래 표와 같이 금속연맹의 산별동시총회에는 20개 사업장, 10만 명이 참가했다. 13개 노조 86,985명이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했다.
금속연맹은 10월 해산하고 가칭)통합대의원대회에서 통합금속노조를 출범한다. 이를 위해 7월부터 연맹, 가결사업장, 금속노조가 모여 규약(조직체계 등), 예산, 교섭 및 2007년 투쟁과제, 조합원교육 등 소위원회를 가동하여 통합노조의 상을 만들어간다. 실질적인 내용은 이제부터다.
말하라 외쳐 불려라 민중의 선봉에 서서
노동자 해방의 나라 건설하리라
금속노조가의 한 구절이다. 우리가 금속산별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 노래와 같을 것이다.
금속연맹은 2000년, 2003년 산별전환 동시총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초라했다. 이번 산별전환 동시총회는 정기대대가 무산되는 금속연맹으로서는 마지막 시도였다. 상황은 금속노조도 마찬가지였다. 2001년 출범한 금속노조는 단일노조, 중앙교섭 성사, 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제 쟁취, 사용자단체 구성 등 성과를 만들어왔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과 4만 조합원을 생각한다면 적지 않은 성과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한다면 한다'는 구호에서 엿볼 수 있는 과도한 중앙집중성과 내리꽂는 사업은 현장을 동원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조직내 피로가 극도로 쌓이고 현장에서 간부 기피현상이 나타나는 등 지난 5년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의 투쟁력과 조직력을 실제로 담보하고 있는 금속운동의 위기는 전체 운동의 위기로 더욱 확대됐다. 더 이상의 권위도, 지도력도 발휘할 수 없는 금속연맹과 위기의 금속노조. 그 결단은 전조직적인 산별동시총회였다. 올해의 산별전환은 예년과 다른 특징이 있다.
첫째, 금속연맹은 산별전환에 모든 것을 걸었다. 10월 연맹 해산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모든 역량을 산별전환사업에 쏟았다. 달리 말하면 산별전환사업을 제외하고 올해 연맹이 한 일은 없다.
둘째, IMF 경제위기의 경험, 해외공장의 가동, 산업구조조정, 비정규직의 문제, 결정적으로는 노사관계 로드맵으로 표현되는 2007년 노동정세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산별전환 총회의 2/3를 훌쩍 넘긴 압도적인 찬성율은 현장조합원들의 진지한 고민과 결단이다. 더 이상 현재의 노동조합 체계로는 전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산별전환 동시총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지점이 바로 이러한 현장의 판단이다.
셋째, 전조직적으로 진행됐다. 미전환사업장 12만 명중 10만 명이 참여했다. 현대·기아차 노조가진행하겠다던 철강업종 7개 노조 5,000명과 식당비리로 전현직 위원장과 노조간부가 대규모 구속된 쌍용자동차를 제외하면 대부분 조직이 참여했다. 그리고 산별전환을 위해 집행부는 모든 역량을 6월 산별전환에 집중했다.
산별노조 전환사업의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산별전환 가결로 금속노조 4만과 87,000명이라는 전환노조를 합치면 13만명의 단일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다. 이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가 산별전환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그래서 6월 30일 산별전환 동시총회는 여전히 미완의 결정이다.
금속산별에서 핵심적인 쟁점은 조직의 문제이다. 업종본부, 기업지부, 비정규직 조직화 방안 등이 핵심적인 문제이다.
대우자동차 이성재 위원장이 자동차 업종본부 안을 들고 나왔다. 업종본부 안은 자동차, 조선 등 업종별로 모이자는 것이다. 조직골간으로 업종별 조직과 교섭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는 87년이후 민주노조운동이 추진해왔던 대산별 운동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5년간의 금속노조의 성과를 무시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완성4사를 위해 전체 금속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거부하는 심각한 안이다. 업종본부는 산별노조의 골간조직과 교섭구조를 동일시하면서 나타나는 실용적 관점을 넘어 조금 더 나아가면 자연스레 업종 노사정협의체-노사정위원회로 연결된다. 결국 금속산별노조가 계급적 단결과 투쟁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산별노조 건설이 선(善)이 될 수는 없다. 산별노조는 모든 노동자에게 조직을 개방하고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고 정권과 자본에 맞서 노동자의 힘을 모아내는 조직적 무기일 때 그 의미가 있다.
금속연맹 안에는 '기업지부 3년 한시적 인정'을 담고 있다. 기업지부란 조합원 3,000명 이상, 3개 광역시도에 걸쳐 조직되어 있는 조직을 말한다. 쉽게 말해 대공장이다. 산별노조는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조직된다. 이것은 산별노조의 기본이다.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투쟁사업장 연대가 이뤄지고 정치활동의 중심,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이 바로 지역이다. 그런데 대공장이라고 더 많은 예산을 부여해주고 권리는 있지만 책임과 의무는 덜어주는,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저해하는 기업지부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금속노조는 현재 조합비를 본조-지부-지회가 3:2:5로 나눠 쓰고 있다. 정작 예산이 더 필요한 중소사업장은 예산 때문에 신문 하나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지부에는 사내하청과 비정규직은 배제된다. 연맹은 기업지부와 함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빼서 조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기업지부 3년 한시적(말이 한시이지? 권력과 돈이 있는데 누가 해소하겠는가?) 인정'은 산별노조를 반쪽으로 만드는 기만이다.
금속산별 전환이전에 이러한 쟁점은 수 없이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쟁점과 토론은 철저히 무시됐다. 왜? 연맹 중앙(파)은 "전환 후 논의하자"며 산별전환을 절대시하고, 모든 토론을 묵살했다. 또한 현장활동가들도 이번 총회의 부결이 갖고 올 정치적 부담과 전망부재로 인해 이번에는 가결시키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쟁점은 있지만 쟁점은 가결이후로 넘어갔다. 조합원들은 산별전환이후 어떠한 조직체계와 투쟁, 교섭 구조, 예산 등 그 어느 하나 결정되지 않은 채 산별전환에 도장 찍어야 했다. '전환 후 논의'는 2003년 산별 만능론의 재탕이다.
산별전환, 이제 진검 승부이다. 금속산별전환의 내용은 민주노총의 산별전환전략에 핵심이다. 금속의 사례는 다른 연맹에 전파될 것이다. 금속에서 단추를 잘못 끼우면 운동의 단추를 잘못 끼우는 꼴이 된다. 그래서 산별전환 동시총회 가결은 여전히 진행형의 문제이다.
현장에서 산별노조에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한다. 상층중심의 논의가 아니라 현장에서 계급적 산별건설의 방안이 고민되고 토론되어야 한다. 그럴 때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