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2명 과로사, 이면의 비약적인 회사 성장
임승현씨는 성실하고 일 잘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자기 일이 끝나면 항상 동료들의 일을 도와주고, 못하는 일도 없어 전산 및 관리 업무까지 도맡아했다. 그러다보니 너 없음 안 된다는 말에 다른 직원들보다 더더욱 일을 쉬기 힘들었다. 그런데 임승현씨가 사망한 뒤 회사는 잘못된 음주문화를 개선하자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임승현씨가 죽은 이유는 고인이 평소 술 먹기를 좋아한 탓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망인인 고 권태영씨는 커먼모드필터(CMF 핸드폰 노이즈 방지 장치)의 품질, 불량률 개선, 설비 개선 업무의 총 책임자였다. CMF는 아모텍을 2011년 적자에서 2012년 1800억 매출, 170억 영업이익으로 돌아서게 한 주역이다. 1년 만에 영업이익은 7.5배, 매출액은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아모텍은 2013년 영업이익으로 250억 원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장비, 같은 인력으로 2년 만에 영업이익이 11배나 증가한 것이다. 고 권태영씨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작은 실수로도 회사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업무를 수행한 셈이다.
어떻게 한 공장에서 2명이나 과로로 숨졌는가를 묻기 위해서는, 비약적인 회사의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부터 보아야 할 것이다. 임승현 씨는 늘어난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노동력을 쥐어짠 결과로, 권태영 씨 역시 물량을 맞추기 위한 기술 개발과 물량 차질에 대한 정신적 압박으로 숨졌다.
장시간·고무줄 노동과 불법파견 : 핸드폰 산업의 고질적 문제
핸드폰 업종은 대표적인 활황접종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애플사와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그런데 한 가지 특징이 있다. 핸드폰은 너무나 빨리 모델이 교체되고, 그때그때 기술개발과 마케팅, 물량생산에 따라 큰 수익 변동이 있다는 것이다. 그 수익 변동이 직접적으로 전가되는 곳이 핸드폰을 직접 만들어내는 노동 현장이다.
새로운 모델 생산이 시작되면 단시간 내에 엄청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으로 일해야 한다. 그리고 비수기가 시작되면 한 달 동안 격일 근무 혹은 1~2주씩 무급으로 휴직을 시키는 것이다. 일 많을 땐 힘들어서 살 맛 안 나고, 일 없을 땐 돈 없어서 살 맛 안 난다.
‘불법파견’은 이러한 방식의 노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고용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하루에도 10여 명씩 그만두고 또 입사하는 회사, 90%가 파견직인 회사, 파견/계약/정규직 단계별로 구분되어 인원 조정이 용이한 회사 등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불법파견은 이미 핸드폰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고용형태가 되었다.
2,3년 바짝 벌어 나가는 회사가 아니라 평생 일하고 싶은 회사로
아모텍은 잔업·특근이 많아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회사다. 어차피 비슷비슷한 최저시급에, 차이가 있어봤자 상여금과 노동시간뿐인 공단에서 물량이 많다는 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구조에 한 뼘 구멍을 내려는 사람들이 인천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임승현 씨의 죽음을 기억하고 앞으로 그러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길은, 노동시간 줄이고 임금은 올려서, 바짝 다니고 나가는 회사가 아니라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또 그러한 회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로사를 부르는 장시간‧고강도 노동은 저임금으로 인해 비롯된다. 잔업과 특근을 부르는 저임금 구조를 깨고, 물량 변동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이 좌지우지 되는 체제를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