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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축제, 갈 길 멀다

주체적인 축제참여권을 통해 문화민주주의 이뤄내야

해마다 전국 각지에선 이런저런 축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가히 축제 없이 지나가는 날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지금 이 시점에도 전국의 어느 곳에선 축제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이젠 정말 축제의 시대, 축제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그러한 시대에 살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축제의 홍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축제, 신명나는 축제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축제의 실질적인 주체가 누구인가의 문제가 가장 핵심이 아닌가 싶다. 축제의 주체가 누구이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누구나 지역민 혹은 일반 시민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 교과서적인 원리, 원칙과는 사뭇 다르다. 전국의 800여개에 이르는 지역축제를 살펴보면, 일반 시민이 축제의 실질적인 주체가 되어 이끌고 나가는 축제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관(官) 주도인 축제이거나 허울만 민(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수의 몇몇 축제를 제외한다면, 일반 시민은 축제의 수동적 객체이거나 소극적인 향유자에 불과할 뿐, 축제의 기획과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설사 기획과 운영에 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결코 안정화된 궤도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떨어져 나갈 수 있는 불안정한 궤도상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그만큼 축제에서 민 혹은 일반 시민이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허약하고, 관의 정치력이 작동하는 자장권 안에서 지자체장의 사유물로 축제가 사고되고 있는 현실에 기인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남양주세계야외공연축제에 대한 남양주시 당국의 부당한 개입으로 인한 축제의 파행과 부천영화제 사태는 바로 민에 의해 성취된 그간의 성과가 관의 부당한 간섭과 비민주적 개입에 의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드러난’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관이 지역축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파행’은 언제든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축제를 지자체(장)의 소유물로 여기고 있는 ‘축제의 사유화(私有化)’가 지속되는 한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 시민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나가야 할 진정한 의미의 축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축제에서 주체의 문제는 축제의 내실화와 안정성 그리고 축제의 정체성면에서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지역문화적 가치나 효과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대부분의 축제가 관의 정치적/행정적 이해관계, 비체계적 개입, 주체의 비전문성 등으로 인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축제의 ‘주체’ 문제는 축제의 내실화와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하나의 독립변수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축제의 관 주도가 절대악(絶對惡)이 아닌 것처럼 민 주도가 절대선(絶對善)인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지역축제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의 충분한 동의와 지지를 얻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축제가 아니라 관에 의해 인위적으로 급조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태생적 한계 또한 현실의 영역에선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각 지역의 특수한 상황과 조건을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주체 설정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축제의 주체가 관 혹은 민이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면에서 관/민이 축제에 개입하고 참여하는 방식과 전문성 등의 다양한 측면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축제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축제를 활성화시켜나가는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주체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 ‘관과 민의 제자리 찾기’가 필요하다. 즉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 라는 관의 일관된 문화정책의 원칙이 현실에서 올바르게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며, 시민의 문화권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축제참여권을 통해 문화민주주의를 이뤄내기 위한 시민영역에서의 노력도 동시에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에 의해 전유된 거꾸로 선 축제를 주체적인 민에 의해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축제는 시민의 품으로, 지역민의 품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류문수, 문화연대 축제모니터링단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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