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텍알씨디코리아(하이텍)는 무선모형조종기를 만드는 회사로 그 시작은 1973년 태광산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텍은 연 5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흑자기업이었지만 노동자들은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일했다. 이뿐만 아니라 하이텍 자본은 직장폐쇄, 휴업, 부당해고, 단협해지, CCTV를 통한 노동자 통제, 감시 등 노조파괴 공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9월 회사는 노동조합에 공장 부지를 매각했다고 통보하며 새로운 공장으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노동조합을 파괴하겠다는 하이텍 자본의 도발이 시작된 것이다. 7명의 조합원은 생존권 보장, 민주노조 사수를 요구하며 투쟁에 돌입했다.
▲ 신애자 분회장 (출처 : 금속노조) |
하이텍 자본의 일방적인 공장 부지 매각 통보 공장 부지 매각 소식은 언제 접하셨나요?
9월 14일에 공장에 임대 들어온 수선집 아주머니가 부지 매각 소식을 전해줬어요. 회사가 노동조합에 공식으로 얘기한 건 9월 15일 교섭 석상에서였는데 11일에 240억 받고 공장 부지를 매각했다고 일방적 으로 통보하더라고요.
하이텍 자본의 일방통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장을 3개월 안에 빌려줘야 한다며 공장이전 장소 와 시기는 추후에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와 임·단협 교섭 기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전에 회사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나요?
교섭에서는 전혀 없었어요. 2014년에 공장부지를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는데 그때도 교섭은 아니었죠. 이때만 해도 회사에서는 공장부지 매각에 대해 노동조합의 입장을 말해달라고 요구했었어요. 공장 부지 매각으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공장을 폐쇄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서 노동조합은 그 안을 받을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어요.
현재 이전했다는 공장은 확인되었나요?
9월 17일에 회사가 현장 게시판에 공고를 붙이더라고요. 조합원 개별로 내용증명도 보내고요. 독산역 근처에 있는 대륭 2차 건물에 공장이 있으니 10월 12일부터 근무를 해라 이렇게 왔어요.
공장 설비는 있던가요?
가서 확인해보니 설비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는 못했는지 의자와 창문이 없었어요. 한 마디로 생색내기 하는 거죠. 분양 면적을 확인해보니까 56평인데 실 평수는 38평 정도 되겠더라고요. 지금 현장이랑 비교해보면 너무 작은데 공장 안에 식당 겸 휴게실, 노동조합 사무실까지 만들다 보니 공간이 안 나와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피하려고 장치를 마련한 것 같아요.
공장을 완전히 정리하지는 않겠다고 보이는데 실제 그런가요?
네, 겉으로 보면 그렇죠.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회사가 노동조합을 없애려고 탄압했던 걸 돌아보면 박천서 회장이 무슨 의도로 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이전을 하려고 하는지 뻔하다고 생각해요.
공장을 돌리겠다는 하이텍 자본 신뢰할 수 없다
하이텍은 1996년 필리핀에 생산 공장 세운 지 2년 만인 1998년 국내 공장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려고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투쟁을 통해 이를 막았다. 이후 2002년 박천서 회장은 “올해는 10억이 들든 20억이 들든 반드시 노동조합을 깨겠다”고 천명하면서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하고 5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2005년에는 노동자들 몰래 본사를 충북 오창으로 옮겼고, 2007년에는 자본금 5,000만 원 짜리 회사를 만들어 생산부서를 그 회사로 분리하고 평생 고용을 약속하며 이전을 강요했다. 회사의 강요에 못 이긴 비조합원 노동자들은 회사를 이전했으나, 1년여 만에 정리해고 당했다. 이후에도 하이텍 자본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다가 2011년 10여년 만에 임·단협을 체결해야 했다.
지난 상황을 돌이켜 봤을 때 회사를 신뢰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회사가 평생 고용보장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도 깼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이번 공장이전이 노동조합을 정리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밖에서 볼 때는 공장을 운영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당해왔던 조합원들 정서와 박천서 회장이 했던 행동들을 보면 고용보장은 믿을 수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생존권과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서 싸울 겁니다.
박천서 회장 만났다고 들었는데 뭐라고 하던가요?
공장 부지 매각 소식을 듣고 9월 21일에 충북 오창 본사에 가서 박천서 회장을 만났어요. 사실 회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본사에들어가지도 못하고 정문에서 막혔는데 이날은 우리가 조금 늦게 갔더니 회사 경비가 느슨해져 운 좋게 본사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건물 들어가서 3층 중역실을 가니까 박천서 회장이 딱 있더라고요. 회장 만나서 우리 조합원들 생존권 보장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얘기했더니 첫 마디가 “니들하고 할 얘기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임금 따박따박 받아가면서 무슨 생존권을 이야기 하느냐” 고 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직원들을 불러서 우리를 막아 세우고 그 길로 도망갔어요. 우리가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박천서 회장은 매번 우리만 보면 도망가기 바쁘네요.
2013년 박천서 집 앞에서 조합원들이 잠복근무하다 만났을 때도 박천서 회장은 “나는 노동조합 일에 관여하는 바가 없으니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가장 기여했던 노동자들이 본인들의 회사 본사에 마음껏 들어가지도 못하고 회장은 조합원들만 보면 도망치는 하이텍 자본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는 이 공장을 지킬 것입니다
천막 농성에 돌입하면서 노동조합의 요구와 각오는 무엇인가요?
이 공장에서 계속 일을 하겠다는 거예요. 회사를 발전시켰던 노동자들이 버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민주노조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들 오랫동안 투쟁으로 건강도 좋지 않아서 농성 투쟁 결의하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농성하는 거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많이 부담스러워 했어요. 근데 우리 상황이 조합원이 많지 않으니까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할 수가 없거든요. 우리 싸움을 알려내고 확대하려면 발로 뛰는 수밖에 없는데 그 역할도 해야 하고 공장도 지켜야 하니까요. 그래서 다 같이 싸우자고 결의했어요. 그래서 지금 조합원들은 순번을 정해서, 저랑 부분회장은 격일로 공장을 지키고 있어요.
아이가 아직 어린 조합원들도 있어서 육아에 대한 부담도 있겠어요
저만 해도 집에 가면 난리예요. 애들 반찬도 해야 하고. 밥을 자주 못 챙겨주니까 맨날 컵라면, 냉동 식품 사다 놓는 것도 미안하고. 빨래도 수북이 쌓여있고. 다른 조합원들도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하는게 버겁기는 한데 그래도 여기서 쫓겨나면 당장 갈곳도 없으니까 버텨야죠.
▲ 공장 앞 집회를 하고 있는 하이텍분회 조합원과 연대단위 동지들 (출처 : 금속노조) |
오랜 시간 투쟁하면서 지칠 법도 한데 계속 투쟁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그게 뭘까요?
'억울하기도 하고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런 심정인 것 같아요. 포기하면 공장에서 쫓겨나는 것 밖에 없으니까요. 지난 10년 동안 순간순간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고 포기할까 생각도 했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하지만 분회장이니까 책임도 있고. 개인이 포기하는 거는 다른 부분인 것 같아요.
지긋지긋한 하이텍 자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뭘까요?
하이텍은 개인의 욕심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여기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노동조합도 인정해야 하고요.
힘든 싸움을 함께 이어나가고 있는 조합원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정말 힘들지만, 끝까지 함께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 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 오는 11월 27일 금요일 15시부터 하이텍 공장 앞에서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한 주점을 연다. 이 행사에도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한다.
문의 : 금속노조 서울지부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신애자 분회장 010 7434 4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