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는 천막이 하나 쳐 있다. 그곳은 1~4호선 서울메트로와 5~8호선 서울도시철도 두 지하철 공사에서 전동차 경정비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농성을 벌이는 현장이다. 이 노동자들은 “지하철 안전을 위해,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 경정비 업무를 직영화(혹은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지하철 전동차의 경정비 업무란 무엇이기에 시민의 안전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서울시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이를 외주화 하는 것일까?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의 유성권 지부장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자.
Q. 농성을 하고 있는 지하철 정비 노동자들이 소속 회사도, 노동조합도 한군데가 아니라고 들었다. 이 농성을 하고 있는 단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5~8호선)의 차량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로 구성된 차량4노조연대에서 지난 2월 23일부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즉,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 서울도시철도ENG노조 전동차정비본부, 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 서울도시철도노조 차량본부이다. 이 중 제가 속한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와 서울도시철도ENG지부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2008년 오세훈 시장 시절 안전 보다 무조건적으로 비용을 절감을 해야 한다는 철학과 기조아래, 자회사를 설립해 경정비 업무를 아웃소싱(외주화)하면서 정비업무를 직영 정규직과 외주 비정규직으로 나누면서 차량정비 노동자들이 나뉘게 되었다.
Q. 2008년부터 서울시는 정비업무를 외주화하면서 그 근거로 경정비는 ‘비핵심 업무’ 다는 것 같다. 최근 한국능률협회에서 도“지하철 양 공사의 전동차 정비 업무가 비핵심 업무”가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능률협회에서 컨설팅 한 보고서 결과인데 기가 막힌다. 현장에 한번 와보지도 않고 경정비 업무를 비핵심 업무로 말한다는 게 일단, 그 보고서의 전문성, 객관성에 의심이 간다. 경정비 업무란, 지하철 전동차가 안전하고 깨끗한 상태로 운행될 수 있도록 유지/보수 하는 업무를 뜻한다. 먼저 육안으로 3-5일마다 하는 검수 업무가 있다. 검수는 잠시 기지로 들어와서 쉬는 전동차들의 실내 위주의 검사로, 냉방기 필터나 객실손잡이, 각종 커버류, 형광등 등을 확인한다.
경정비는 3개월, 6개월 등 개월 수를 나눠 전동차의 중요 소모품을 교환하는 것이다. 예를들면 브레이크슈 교체작업이라고 해서 주행 중인 전동차를 멈추게 할 때 필요한 브레이크 패드를 시기에 맞게 갈아주는 것이다. 또, 전동차 출입문이나 브레이크 등 각종기기들의 작동에 필요한 공기압을 생성하는 장치인 CM(주공기 압축기)를 정비하는 작업 등과 같은 것이다. 모두 전동차가 탈선하지 않고, 안전하게 달리고 제때 멈추고, 승객들이 타고내릴 때 위험하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Q. 그래도 최근 서울시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 노조와 양공사 통합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외주화된 정비 부문와 스크린도어 관리 부문을 순차적으로 직영화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런 합의가 있었는데 차량4노조연대가 농성을 지속하는 이유는?
이번 발표는 2012년 12월 박원순 시장이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정비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당시 2015년까지 직접고용/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무것도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약속을 지키라며 농성을 하고 있다. 이번 발표를 보니까 서울시가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직영화 하겠다고 하는데 그간의 경과를 보더라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뿐 더러, 2017년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2012년에 했던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서는 단일화 된 정비시스템이 필요하고, 경정비 노동자들이 충분한 인력/합리적인 근로조건 속에서 꼼꼼히 검수/정비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경영효율화를 위시하며 안전 핵심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외주화하고 직접고용/정규직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행태는 결국 서울시가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