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고위험을 감내하고 달리는 배달원, 수십 종의 담배 종류를 숙지하고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짚어 건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십여 장의 접시를 실수 없이 나르는 서빙 아르바이트생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서비스와 상품은 각자의 부단한 노력과 자부심으로 빚어내는 가치 있는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편의와 편리함은 또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우리는 노동에 대한 대가로 받는 임금으로 그 편의와 편리를 취한다. 결국 노동은 또 다른 노동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2016년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준비하며 우리가 가장 주목한 것은 그렇게 모두를 연결하는 노동의 가치였다. 누군가의 삶의 편의를 제공하는 노동, 노동을 통해 대가를 받고 그 임금으로 또 다른 노동을 의미 있게 만드는 삶은 모두 가치 있다. 그 가치는 단순히 6,030원이라는 금액과 수치에 갇힐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며, 그러한 가치 있는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준선이 바로 최저임금인 것이다.
이에 청년유니온은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노동은 모두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기조 아래 ‘우리의 1시간은 6,030원 보다 귀하다.’는 슬로건으로 최저임금 운동을 준비하였다.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사전 준비 격으로 진행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주요 일정중에는 당사자 현장방문이 있다. 최저임금 해당 사업장에서 당사자를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현장방문은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우리의 삶과 노동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현장방문은 제한된 일정과 여건으로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였다. 특히나 현장방문 과정 중 ‘아르바이트생들은 에어컨 바람을 쏘이며 편하게 일하는 것 아니냐’, ‘PC방 아르바이트생들은 게임하면서 편하게 돈 버는 것 아니냐’는 어느 관계자의 현실과 괴리된 발언들은 제대로 된 현장방문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2016 청년유니온 최저임금 사업단이 구성되어 시작한 활동은 청년유니온의 자체 현장방문이었다. 전국 18개 지역 100여명의 조합원이 5월 한 달 최저임금 사업단의 일원으로 각자의 생활과 생업 사이 틈틈이 커피전문점, PC방, 편의점 등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종사하는 사업장 284개를 방문하여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있음을 알리고, 그들의 노동을 응원하며 최저임금위원회에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엽서에 받아 모았다.
엽서에 담긴 현장의 목소리들은 “창문이 있는 고시원 방에서 여름을 보내고 싶어요.”, “학자금 대출받았는데 그 금액을 최저시급만으로 갚기 힘들어요.”와 같은 사연으로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삶과 생활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연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활동 초기 ‘청년최저임금위원’ 어깨띠를 메는 것조차 어색해하던 조합원들도 회를 거듭할수록 한 사람, 한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눈 맞추며 최저임금을 통해 나 자신을 넘어 나와 같은 처지의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가 노동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해갔다.
그렇게 준비하여 2017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맞이한 6월. 청년유니온은 6월 9일 제3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자리에서 최저임금사업단이 모은 청년 당사자 942명의 메시지가 담긴 엽서를 최저임금 위원회에 전달하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결정은 법정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경영계는 우리가 건넨 현장의 목소리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서슴없이 우리의 노동을 용돈벌이로 폄하하고, 귀천을 나누어 또 다른 차별과 불평등을 만드는 업종별 차등적용과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여 최저임금 사업단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분노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함에 있어 어떤 업계에서 일하는지, 나이가 많고 적은지, 노동의 목적이 생계수단인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노동은 평등하고 아름다우며, 우리의 1시간은 6,030원 보다 귀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