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2005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공론화하는 활동을 해오던 중 2015년부터 올 2월까지 세 차례의 간담회를 진행해오던 중 위의 사건들과 만나게 되었고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을 경험한 이들과 다양한 통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글은 7월에 만난 권다운씨(가명, 23세, 남)와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저는 ○○ 정보고등학교에서 경영을 전공한 23살 권다운입니다. 고3이 되고 초반부터 취업을 많이 나가거든요. 3학년 학기 초에요. 저도 여러 군데 대기업 면접을 많이 봤는데 줄줄이 떨어졌어요. 학기 초부터 빈자리가 많은 반도 있고 적은 반도 있고. 적은 반 애들은 자기들끼리 화목하기는 하지만 선생님 마음은 타 들어가고.. 그런 게 있었죠. 반에 빈자리가 점점 생길 때마다 저도 좀 압박감도 들고. 그래서 지금이 기회다 싶어서 딱 나갔을 때가 8월달쯤이었어요.
저희 학교는 전공이 경영하고 또 정보처리 두가지밖에 없는데 그거랑은 무관한 회사들이 많이 왔죠. 제가 들어간 곳도 ○○ 패밀리 레스토랑이거든요. 전공과는 크게 상관은 없는 일, 마치 알바 같은 일을 했어요, 그런데 직급은 사원. 그래도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게 일반 아르바이트보다는 많았어요.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아니면 대학교 입학을 지원해주는 시스템도 있고. 그런 게 일반 아르바이트랑은 많이 달랐다는 것 외에는 다를 건 없었어요. 제가 주방에서 일한 건 아니라서 음식을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음식 내가고, 손님 응대하고, 정리하고 뭐 그런 걸 했었죠. 다른 직원들 하고는 단지 맡은 자리가 달랐을 뿐이지 맡은 업무는 똑같았어요.
임금은 최저시급을 그냥 받았어요, 지문인식으로 출퇴근을 찍는 거라서 시간이 쭉 계산이 되니까 그 시간에 대한 시급만 딱 나왔어요. 주휴수당이 나올 수 없게 스케줄을 짰었어요, 아예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일하지 않게 하거나, 아니면 계속 20시간을 주기는 하는데 일부러 좀 20시간 안으로 나오도록 그렇게 조정을 했었죠. 꼭 필요한 직원들만 오래 쓰고, 아니면 계속 라커룸에 휴식이라고 넣어 놓고 그랬죠. 보통은 늦게 출근해서 늦게 퇴근했어요. 여섯 시에 출근해서 열 시 퇴근. 되게 일찍 나오라고 부르는 날도 있었는데, 제가 일했던 매장 근처에서 행사가 있을 때에는 거기가 되게 바빴었어요. 근데 행사가 저녁에 있는 날은 낮에는 되게 한산하잖아요. 그럴 때 낮에 출근시켜 놓고, 몇 시간 일하게 하고, 한 3~4시간을 쉬라고 해 놓고 저녁에 일을 시키는, 이런 일도 있었죠. 그리고 또 쉬는 시간에는 언제 바빠질지 정확히 모르니까 멀리 가지 말라고 하고. 그래서 항상 라커에 있었죠. 그냥 다들 그러는 줄 알았으니까요, 그때는. 지금은 여기저기 많이 다니면서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그때는 제가 돈을 버는 첫 일이었고, 그게 학교에서 보내준 거기도 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을 못했었죠.
제가 있던 매장에서도 금방 나을 가벼운 화상은 많이 있었죠. 저도 종종 다쳤구요. 아무래도 패밀리레스토랑이니까 식전 빵이 나가거든요. 빵은 서빙 직원들이 직접 구워야 되는데, 오븐에 문이 없는 거였어요. 그걸 손을 넣어서 빼고 넣고. 그러다가 오븐 천장에 손가락이 닿거나 하면, 데는 거죠. 집게 같은 것도 없이 다들 그렇게 했어요. 다른 매장에서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가 있었던 매장에서는 모두가 그렇게 했었어요. 오븐 사용할 때 주의사항도 그냥 데일 수 있으니 조심해라, 손가락 닿지 않게 잘해라, 이 정도였어요. 근데 급히 빨리 빵이 나가야 되는 상황이 자주 있는데 그때도 천천히 할 수는 없는 거고. 두 개씩 테이블에 빨리 나가야 되는데 그거를 언제 하나씩 조심해가면서 하겠어요? 그러다 보니까 데이고, 그냥 밴드 같은거 붙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거나. 취업을 나갔다가 한 7개월정도 일을 하고 대학교를 들어갔어요. 대학교 발표가 나고 그때 처음 대학교에 가야 되는 날에 딱 관뒀으니까. 나름 현장실습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전혀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냥단지 돈 버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고, 거기를 다니면서 새로이 좋아하는 게 좀 많아졌다는 거? 요리나 음료 주류 이런 거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훨씬 가까이서 보게 된 첫 경험이었으니까요. 요리나 칵테일에 관심이 생기고,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경영학과를 다녔으니까 회계라든가 무역 관련해서 무역영어 같은 걸 배웠는데, 이 배운 걸 써먹을 수 있는 일을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학교에서 하는 교육도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학교 입장에서는 근데 막상 배운걸 써먹을 업체로 보낼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취업률만 높이려고 아무데나 넣는 거예요. 다들 취업 가고 있고, 내 옆자리는 비고 있고,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그러니까 그냥 저같이 패밀리 레스토랑도 가고. 그게 제일 문제인 것 같아요. 차라리 졸업을 하고, 학교에서 취업을 안 보내고 교육을 끝까지 다 하고, 어느 정도 진로만 잡아준다거나, 그런 거면 모르겠는데, 아예 취업률 높이겠다고 딴 데 보내 버리고, 그건 전혀 의미가 없는 거죠. 제가 직접 나가 보기도 했고, 제가 정보고를 나왔으니까 제 주변에도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안 좋은 결과였던 것 같아요. 대부분이 1년 안에 이직을 무조건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현장실습은 선생님들의 업무실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못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