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으로 쟁취한 유해요인조사, 현장에 활력을!
- 두원정공지회 2010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중심으로
두원정공지회 노동안전부장 오 진 환
2010년은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투쟁으로 쟁취한 유해요인조사를 의무적으로 세 번째 하는 해였다. 두원정공지회(이하 지회)는 유해요인조사가 법제화되기 이전인 2002년에 실시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네 차례 실시하였다. 한편으로는 뿌듯함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움도 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현장 조합원들의 노동현실을 올곧게 수렴하여 아픈 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부담을 주고 유해한 요인을 개선하면서, 현장의 힘을 키우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반면에 전국금속노조차원에서 2010년 초에 유해요인조사 지침을 내렸지만, 지침 따로 현실 따로인 상황으로 과정도 마무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고 과제인지, 어떻게 조사를 했고 결과는 어땠는지 조차 수렴하고 점검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몇몇 지회를 제외하고는 유해요인조사가 관성적으로 실시하는 측정과 검진처럼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진짜 걱정스럽다.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투쟁에서 경험했던 소중한 실천들이 어느새 개별지회 혹은 담당자들의 역할로 떠넘겨지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자본과 정부의 전면적인 탄압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어려운 현실만을 탓한다고 해서, 현장조합원들의 몸과 삶을 온전히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조합원들이 주체로 서서 활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노동조합의 주요한 역할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회는 2010년 유해요인조사를 근골격계 직업병 뿐 아니라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일차조사까지 포함하여 실시하였다. 조합원들이 골병 뿐 아니라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컸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호에는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조사내용과 대응방향을 먼저 정리해서 싣고,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실을 예정이다. 부족한 점이 적지 않겠지만, 일터를 보는 동지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지회는 ‘현장실천단’과의 논의를 통해 2010년 유해요인조사의 목적과 방법 등에 대해 큰 가닥을 잡았다. 모은 의견에 기초하여 함께 조사활동을 전개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들과 실행기획안을 완성하였다.
2010년 유해요인조사의 핵심목표는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는 것과 함께 현장조직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삼았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구조조정에 맞서 조합원들의 고용을 지키고 조합원들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장조직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함께 하는 연구조사’를 적용하여, 현장 실천단이 연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훈련, 조사, 분석결과 공유 및 수정보완, 결과공유를 수행하고, 평가와 대안을 함께 도출하는 형태를 취하고자 했다.
먼저 임원, 상집, 대의원 등 총 60여명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심층인터뷰과정에서 유해요인 예비조사는 물론이고, 현장조직력에 대한 현실진단과 대응방안등과 관련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였다. 둘째, 현장실천단 교육을 실시하여 실제 조사기법과 유해요인조사 핵심목표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구체적으로 조사할 공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셋째,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조합원 교육을 통해 사업의 목표와 방법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촉구하였다. 넷째, 설문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노동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하였다. 다섯째, 인간공학평가는 157개 공정에 대해 ANSI(전반적인 위험정도파악), RULA(상지작업평가), ACGIH TLV for Hand Activity(손활동도와 작업강도), 중량물(실제 작업중심으로) 등을 중심으로 현장실천단이 촬영을 하며 해당조합원의 의견수렴을 거쳐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이후 연구원과 함께 또 한 번의 평가작업을 실시했다. 여섯째, 최종조사보고서 내용에 대해 전 조합원 교육을 통해 개선방향 등 대응방안에 대한 이해를 높혔다. 물론 전 과정에서 현장실천단 활동을 포함하여 주요 사업내용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현장실천단 소식지를 통해 알리는 것은 기본적인 활동이었다.
나아진 것도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녹녹치 않다
- 주요결과를 중심으로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1시간으로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특히 PE제조부서의 평균노동시간은 59.3시간이었으며, 부서 중 가장 짧은 노동시간을 가진 부서는 VE제조 부서로 평균노동시간은 45.3시간이었다.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육체적 지침과 정신적 지침 모두 2007년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조건과 관련한 사항은 2007년에 비해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시간에 대한 절대적 인식이나 상대적 인식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으며, 유연화와 관련한 항목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절대적인 노동강도와 상대적 노동강도가 세다고 이야기하였다. 물론 2000년 초반에 비해서 물량의 감소 등 작업장의 변화한 환경으로 인해 전체적인 변화가 있었고, 그러한 변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서별 노동강도의 차이가 커지고 있으며 주당 평균 노동시간도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일부 부서 노동자의 경우에는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직무스트레스와 관련해서는 2007년에 비해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환경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직무 요구, 관계 갈등, 직장 문화는 상당히 증가하였고 직무 자율, 직무 불안정, 조직체계, 보상부적절은 반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전체적으로 작업장의 분위기가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은 2007년에 비해 감소하였다. 기준 1 해당자가 2007년 82.6%에서 2010년 74.3%로 감소하였고, 기준 2 해당자는 58.7%에서 49.05로, 기준 3 해당자는 24.4%에서 18.8%로, 기준 4 해당자는 23.1%에서 16.6%로 감소하였다. 이는 평균 연령의 증가와 근속연수 증가를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속적인 현장 개선과 노동강도의 감소가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설문결과 2007년에 비해 음주와 흡연을 회피하는 이들이 10%가까이 많아지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이들이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많아 진 것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절대적인 유병률이 낮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꾸준한 관리와 개선이 여전히 필요하다.
이렇게 바꿔는 과정에서 안 아플 수 있는 활력을 다져야
우선 소음 및 분진(오일 미스트 포함), 조명, 온도, 배수, 절삭유 관련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최근 전국금속노조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발암물질 관련 개선대책 수립으로 이어나가면서 더욱 의미있는 현장개선 사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중량물, 육안검사, 작업대 높낮이, 설비개선 등 인간공학적 해결이 필요한 공정에 대한 관련 보호구 제공 및 부담완화를 위한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과정의 특성상 서서 작업하는 이들에게 의자 및 팔걸이 등을 제공하고, 이동거리가 긴 작업자들에게는 담당 설비 수를 조정하거나 인원을 투여하는 방법 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반복 작업이 많은 노동과정의 특성을 고려하여 안정적인 휴식을 취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루 적정 작업량을 노사합의로 조정하고, 부담작업 개선 계획을 마련하여 완료하기 이전까지 부담작업이 큰 공정에 대해서는 부서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작업자들의 합의에 기초한 순환보직제를 실시하는 것이 당장의 부담을 적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작업량에 따른 잔업과 특근으로 인해 업무부담이 가장 큰 부서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 부담작업을 보다 면밀하게 찾아 개선하는 것과 함께, 반복적인 작업특성을 고려하여 여유인력 확보를 통한 장시간 노동해소와 일 나누기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부품 조달 및 공정간 업무량 나누기에 대해 노동자들의 민주적 논의에 기초하여 노사가 합의하여 불편부당한 업무하중을 줄이거나 평등한 일 나누기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일곱째, 설비노후화에 대해 중장기적 대책마련을 통해 부담작업을 완화하고,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추가로 RULA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현실(조사대상 모든 공정이 추적관찰이 필요한 ‘조치수준 2’ 이상)를 비춰볼 때, 예산 및 인력지원을 전제하여 구체적으로 최소한 일 년에 한차례씩 노사공동으로 유해요인조사를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노사합의로 만들어 나가는데 각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유해요인조사의 개선 및 대응 방향이 한순간에 실현될 수도 없는 것이고, 몇몇 담당자들의 힘만으로도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일상이 노동인 현장조합원들 모두가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해 중심에 서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람으로 노동자로 꿈과 필요를 구체적으로 갖는 만큼, 일터와 삶터 그리고 노동자의 몸과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았던 심야노동을 폐기해 나가는 그 힘으로 우리네 몸과 맘을 지켜야 한다. 유해요인조사는 그 디딤돌이다. 3월말 4월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 있는 개선과 대응활동을 통해 현장의 활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유해요인조사는 어제처럼, 작년처럼, 아니 노동자로 일하는 내내,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너무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임금노예로 살지 아니면 사람답게 사는 노동자로 올곧게 설 수 있을지는 바로 현장노동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