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과 정부, 노동조합 활동 탄압과
안전보건 활동가 살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현대’ 자본에 의해 노동안전보건 활동가가 죽음에 이르렀다. 이것은 사실상 살해에 다름 아니다. 6월 9일 오전 8시 50분 경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아산위원회 노동안전보건위원으로 활동하던 박00 조합원이 회사 내 엔진 공장에서 목을 맨 채 자살했다. 열사는 “회사 노동탄압 분쇄하자”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겼다.
주변의 이야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자본은 올 해 임단협의 최대 쟁점인 ‘타임오프제’ 적용과 관련하여 엊그제 상견례를 시작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2개월 전부터 노조전임자에게 일방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현장 활동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도 타임오프 대상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안전보건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열사는 오랜 기간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해 오면서 작업장에서 근골격계질환 환자를 만나고 위험요인을 찾는 근골격계질환 실행위원 활동도 함께 진행해왔다. 안전보건 활동가로 성장하기 위하여 매년 꾸준히 교육훈련도 받으면서 작업장에서 조합12원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다.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던 노동자가 자신의 생명을 놓아버린 이유가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분노와 절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세계 5대 자동차 회사를 목표로 고도의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자동차에서, 가장 많은 산재 환자를 매일 양산하고 있는 곳에서,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담당하는 노조 활동가에게까지 심각한 고통을 가했다는 사실이 열사의 분노와 절망을 만들어낸 요인이라 할 것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작년 7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타임오프제는 세계 어느 나라를 찾아보더라도 사례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노사 간의 단체협약은 가장 수준이 낮은 법을 지키면서 그 법을 상회할 수 있는 규정력을 가지고 있다. 법은 최저의 가이드라인이지 최상의 수준이 아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노동조합관련법에서는
노조 전임자 수에 대한 최상의 기준을 만들고 그 이하여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허무맹랑한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강제적인 사법조치가 뒤따른다. 이미 많은 사업장이 이 악법에 의해 철퇴를 맞았다. 열사의 경우 또한 이 악법의 최대 피해자이다.
우리의 선배 노동 열사들은 무수한 악법에 대해 투쟁해왔고 우리 또한 앞으로 그렇게 해 갈 것이다. 민주화 투쟁 20년의 역사는 한국 사회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MB정부 들어 더욱 극렬해지고 있는 노동조합 무력화, 노동자 탄압, 민중 생존권 유린 등 퇴행하고 있는 한국 사회를 제대로 수습하기 위해서 우리 안전보건운동 진영 전체는 악법철폐를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 건강을 수호하는 안전보건 활동가를 죽음으로 몰아간 자본의 최첨병 ‘현대’ 자본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엄중히 사죄하고 당장이라도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목줄을 죄는 천박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2011년 6월 10일 열사의 뜻을 기리며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광주노동보건연대, 마창산재추방연합,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연합,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