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6월- 칼럼] 박쥐, 나방, 너구리, 올빼미, 그리고...


▲ 원유를 뒤집어쓴 뿔논병아리


▲ 이 시대의 아빠는 야행성동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그 아빠들은 원해서 야행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박쥐, 나방, 너구리, 올빼미, 그리고...

한노보연 기획위원장 류 현 철


문제 하나 먼저 풀어보자. “인도 보팔시 가스유출 사고,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엑손 발데즈호 원유 유출 사고.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난이도가 높다. 사건들의 개요는 이렇다.

사건 1. 1984년 12월 3일 한밤중에서 새벽사이, 미국의 다국적 화학약품 제조회사인 유니온카바이드사의 인도 보팔 시에 현지 농약 공장에서 원료로 사용되는 42톤의 메틸이소시안산염이라는 유독가스가 누출되었다. 인구밀집 지역에 세워진 공장의 유독가스 누출은 사고 당시 2,800여명의 인근 주민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20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생겨났다. 현재까지 2만명이 사망했으며, 12만명이 실명과 호흡곤란과 위장장애 등 만성질환과 중추신경계와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중병을 앓고 있다.

사건 2.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3분 구소련(현재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 누출된 방사능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 옛 소련 지역 14만5천㎢ 이상에 방사성 낙진이 대량으로 공기 중에 흩날렸고 약 800만명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됐다. 그 영향으로 33만명이 이주하고 사망자만도 9천300명에 이르렀으며, 주민들의 각종 암 발생률 증가 및 기형아 출산 급증 등이 관측돼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됐다. 환경단체들은 사망자 수가 공식 집계 된 것보다 10배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건 3. 1989년 3월 23일 밤 12시 4분경 125만 배럴의 기름을 싣고 미국 알래스카 연안의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를 경유하여 남쪽으로 가던 대형유조선 엑손 발데즈호는 블라이 암초에 부 딪힌다. 암초에 부딪친 충격으로 25만 8천 배럴(약 1천 백만 갤론)의 원유가 주변 해역에 유출되었고,
원유가 강풍을 타고 알래스카 해안으로 밀려들어 1,900km에 이르는 해안이 온통 끈적끈적한 기름덩어리로 뒤덮였다. 다양한 해양생태계의 보고였던 사고해역에서 수많은 생물들이 순식간에 기름으로 뒤범벅이 되어 죽어갔다. 바다새 25만 마리, 바다수달 2,800 마리, 물개 300 마리, 대머리 독수리 250 마리, 고래 22 마리, 그리고 수많은 청어 및 연어가 떼죽음을 당하였다. 이 일대의
어업은 주변 해역의 토지는 기름으로 오염되어 황폐한 땅으로 변하였다.

각 사건 모두 기본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의 부재 혹은 무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고 원인을 좀 더 살펴보자. 보팔사건은 과로에 지친 야간근무자의 조작의 실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체르노빌 사고 역시 우선 순위없이 마구 울려대는 경보알람 시스템은 밤낮없는 감시감독 노동을 하는 근무자의 고단함과 결합해서 초기대응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발생했다. 엑손 발데즈호 사건 뒤에는 선장의 임무를 떠맡아 운항지휘를 하던 지나친 업무량에 시달린 3등 항해사의 피로가 숨어있다.
이 사건들은 모두 심야에 발생했고, 거기에는 심야노동에 시달린 노동자들의 한계에 이른 피로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야간노동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영역은 대개 공중의 안전과 공익에 필수적인 분야이다. 야간 작업자들에 대한 적절하고도 충분한 배려가 동반되지 않는 경우에 사회가 지구가 감당해야 할 몫은 이렇게 클 수 있다.
문제하나 더. “너구리, 올빼미, 햄스터, 호랑이. 이 동물들의 공통점은?” 힌트가 부족한가? 그럼 박쥐, 나방까지 더하면 어떤가, 눈치 채셨는가? 그렇다. 야행성 동물들이다. 다음은 우스갯소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한 포털 사이트의 지식교환 코너에서 필자가 직접 본 문답이다.
Q : 야행성동물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가르쳐 주삼
A : 박쥐, 나방, 너구리, 올빼미, 그리고 저희 아빠


“밤에는 자고 싶다는 게 뭐 그렇게 무리한 부탁입니까?”
국내 자동차 산업을 말아 먹을 뻔 했다는 그 파업의 현장에서 유성기업 노안부장이 모일간지 인터뷰에서 절규했다는 말이다. 그 인터뷰를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국내 자동차산업 수호를 위해 공권력이 투입되었다.

“오래 살고 싶어서요. 아이들과 오래 살고 싶어서요.”
입사 14년차 유성기업 노동자가 공중파 TV방송 인터뷰에서 말한 파업참가의 이유다. 주6일 주야맞교대 근무에 잔업과 특근을 꼬박 챙긴 덕분에 연봉 5천만원인 그는 당뇨약과 혈압약과 간장약도 꼬박 챙겨 먹어야만 한다.
1997년인가 저명한 수면 연구학자는 자신의 책제목에서 에디슨의 전구와 발명과 더불어 산업사회 면면을 “잠 도둑들”이라고 불렀단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자신의 몸에 제대로 갚아주지 못한 “잠 빚”으로 인해 고통 받는단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좀 더 제대로 이야기 하자면 무한이윤만을 좇아가는 그냥 “도적놈들”에게 돌려받아야 할 “빚”은 잠만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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