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6월- 풀어쓰는 판례이야기] 한 달에 두 번을 쉬는 놈이나 네 번을 쉬는 놈이나

한 달에 두 번을 쉬는 놈이나
네 번을 쉬는 놈이나

- 포괄산정임금제도에 대해서 -

공인노무사 이 영 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3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분이 사무실을 방문하셨습니다. 평생을 두부공장에서 두부만 만들어 오신 최00씨는 어느 날 회사 전무로부터 "그만 다니라"는 통보를 받았고 통보를 듣고 너무나 어이없고 화가 나서 "당장 그만 두겠다"고 하고 나오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한 달에 두 번을 쉬었는데 두 번을 쉬는 놈이나, 네 번을 쉬는 놈이나 월급이 똑같아 그래서 상무한테 왜 두 번을 쉬는 놈이나 네 번을 쉬는 놈이나 월급이 똑같냐고 물으니까, 상무가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따지세요' 그러더니 며칠 후에 나가라고 했어"
"내가 2007년에 회사에서 사용하는 약품이 팔에 쏟아져서 화상을 입었어, 회사에서 산재가 안 된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산재처리 안하고 치료받고 그랬는데 이제 와서 그만 두라는데 이런 나쁜 놈들이 어디 있어."
"그러게요. 정말 나쁜 놈들이네요."
우선 급여명세서를 보았습니다. 급여 총액은 똑같은데 어떤 때에는 급여에 퇴직금항목이 있고 어떤 때에는 퇴직금 항목대신 연장근로나 야간근로수당 항목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급여에 각종 수당을 포함하는 포괄산정임금제도에 따라 급여를 지급해 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급여총액을 정해두고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역산하여 총액을 분할하는 포괄산정임금제도는 법에는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판례에 의하여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오다가 2007년 IMF를 겪으면서는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습니다. 상기의 두 개의 급여명세서상 항목을 보면 기본급 및 기타 수


■ 20□□년 □□월 급여명세서

기본급 퇴직금 월차 자격수당
900,000 100,000 30,000 160,000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무수당 급여총액
291,850 30,000 90,000 1,601,850


■ 20□□년 □□월 급여명세서

기본급 직무수당 월차 급여총액
900,000 250,000 30,000 ,601,850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무수당
1101,250 170,600 150,000


당 등의 항목과 항목에 따른 금액이 각각 다르게 명시되어 있으나 급여총액을 보면 1,601,850원으로 동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월급여에 근로기준법상 제수당을 포함한 포괄산정임금제도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포괄산정임금제도의 의의
포괄임금계약이란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휴일·휴가 등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곤란하거나 적용할 필요가 없는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상 제수당의 포괄적 산정에 관한 당사자의 약정내용이 유효하게 인정되는 임금계약.

▶ 포괄산정임금제도가 유효하기 위한 요건
①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여 계산의 편의와 직원의 근무의욕을 고취하는 뜻에서 ② 근로자의 승낙하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시간외 근로 등에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거나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③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 될 때에는 그 계약은 유효하다.

▶ 구체적 검토
판례에서 포괄산정임금제도가 유효하기 위한 요건을 세 가지로 나열하였는데 이에 대한 판례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에 따른 검토

야간경비원으로 격일제로 24시간을 근무하면서 연장·휴일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아니하고, 매월 일정금액을 월급여액으로 지급받아오다가 퇴직 후, 연장·휴일근로수당의 차액을 청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포괄임금제를 허용하였습니다.(대법원 1999. 5. 28. 선고 99다2881 판결)
판례는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에 따라 포괄정임금제도의 효력 요건을 판단해야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경비직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 병원 총무과 차량관리실 소속 운전기사, 제조업에속하는 근로자 등 거의 모든 업종에 대해 포괄산정임금제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고정적으로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포함하거나 휴일수당을 포함한 경우 연장근로 또는 휴일근로를 강제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연차휴가수당까지 포함하여 임금제도를 설계한 경우 연차휴가의 사용마저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 근로시간제도와 법정수당제도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56조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2) 노동자의 승낙
판례는 노동자가 퇴사 시까지 포괄산정임금액에 대하여 이의 없이 수령한 사실을 근거로 노동자의 묵시적 승낙을 인정하거나 승낙을 의제하고 있어 사실 노동자의 승낙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을 것
또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비추어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해야한다고만 명시하였을 뿐 근로기준법이 노동자의 불이익 유무의 판단기준인가 아니면 포괄임금계약자체가 근로기준법의 예외로 인정하는 제도인가에 대하여 불명료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의 대가로써 지급되는 임금의 "지급액" 뿐 아니라 현재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행하고 있는 포괄산정임금제도에 대하여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근로조건을 저하시키고 있는 반면 근로기준법상에도 이를 제제하는 규정이 없기에 오직 계산의 편의만을 위하여 각종 수당을 탈법적으로 운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월 180만원의 급여 중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을 빼고 보니 결국 시급은 맥도날드의 빅맥세트 하나 살 수 없는 4,320원의 최저임금이 나오는 것이 바로 포괄산정임금제도가 가지고 있는 급여산정의 문제점인 것입니다.
최씨 아저씨가 다른 두부공장에 취업하셨다며 사무실로 두부를 들고 오셨습니다. 집에 가져와 기름에 지져먹으니 마트에서 파는 두부보다 진한 콩 맛이 느껴졌습니다. 최씨 아저씨가 회사와 체결한 포괄산정임금제도가 본인의 동의가 없었고 노동자에게 불이익하다고 판단되어 실제 근무한 수당과 차액을 지급받게 되어 조금이나마 보상이 될 수 있게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줘놓고도 줬다고 우기는 놈들이 퇴직금만 갖고 그런 것이 아니라 각종 수당까지 안 줘놓고 줬다고 우기는데 아주 얄미워 죽겠습니다.


일터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