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7월 - 연구소리포트] 재해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기초 연구

산재 승인 노동자에 대한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회원 김 정 수

재해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기초 연구는 2009년 한노보연 연구공모에서 채택되어 연구 지원을 통해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에서 연구수행한 것으로 지난 6월호에 이어 연재합니다.

4. 산재 불승인 노동자에 대한 분석 결과

산재 불승인 사례 중 업무상 사고는 46.15%, 업무상 질병은 53.85%였다. 이는 업무상 사고가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산재 승인 사례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서 산재 불승인 사례와 산재 승인 사례를 비교할 때 이러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재해를 당한 시기를 살펴보면 3.30%가 2000년 이전이었으며, 17.58%는 2001-2005년 이전, 26.37%가 2006-2008년 6월 말 이전이었으며, 52.75%가 2008년 7월 1일 이후였다. 즉, 절반 이상이 비교적 최근에 산재 불승인을 당한 사례로 2006~2008년 6월 말 이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산재 승인 사례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산재 신청 및 불승인과 관련하여 산재 발생으로부터 산재 불승인 결정까지 상당기간의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우 4.60%가 재해 발생 후 7일 이내에 산재 신청을 하였으며, 1-2주일 이내 6.90%, 2주일에서 1개월 이내 17.24%, 1개월-2개월 이내 27.59%였으며 2개월 이상 걸린 경우는 43.68%나 되었다.

산재 신청 후 요양 불승인 결정까지 걸린 시간 역시 매우 길어 7일 이내는 없었고, 1주일에서 2주일 이내 3.49%, 2주에서 1개월 이내 10.47%, 1개월에서 2개월 이내 23.26%, 2개월 이상은 62.79%나 되었다. 산재 불승인 처분을 받은 경우가 산재 승인 처분을 받은 경우에 비해 업무관련성을 평가하기 좀 더 까다로워 현장조사, 역학조사 등의 조사과정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재 불승인 노동자들이 재해 발생 후 산재 요양 신청까지 걸린 시간과 산재 신청 후 불승인 처분까지의 시간을 합쳐 4개월 이상 걸린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그 기간 동안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치료 시기를 놓칠 뿐만 아니라, 산재 승인여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신체적 고통에 심리적인 고통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산재 불승인 이유에 대해서 회사의 비협조적 태도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0.68%였으며, 사회 제도적 문제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59.09%, 개인질환 7.95%, 기타 2.27%로 나타났다.

산재 불승인 이후 치료과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 치료를 중단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22.89%에 불과해서 대부분은 산재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어떤 식으로든 계속 치료를 받고 있었고, 치료를 중단한 경우에는 75.00%가 생계 곤란 때문이라고 응답하여 사실상 치료를 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불승인 및 치료과정에서 겪은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관계 및 사회생활을 살펴보면서 산재 불승인 노동자들의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산재 불승인이 정말 억울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97.73%로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산재 불승인 처분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산재 불승인 되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88.64%로 산재 불승인 처분이 질병의 치료를 명백히 방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산재 불승인 후 직장 복귀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응답한 경우도 55.82%나 되어 산재 불승인 노동자들이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재 불승인 이후 소득이 줄었다.”, “산재 불승인 이후 개인적으로 치료비가 많이 들었다.”, “치료 종결 후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경우가 각각 76.13%, 77.27%, 74.71%로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심지어 “산재 중 금전적으로 힘들어 빚을 낸 사실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도 62.35%나 되나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25.9%)의 두 배 이상이었다. 또한 “몸이 좋지 않아 조그마한 일에 화를 내었다.”, “치료 당시 자신감이 많이 없어져 위축되었다.”, “꾀병 환자 취급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각각 82.02%, 91.01%, 77.78%로 산재 불승인 처분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심리적인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는 산재승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산재 불승인 노동자들의 가족관계 및 사회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아내(남편)에게 많이 미안했다.”, “자식(부모님)에게 짐이 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산재 치료 과정에서 친구나 동료들을 자주 못 만났다.”, “주변사람들 눈치 때문에 외출하기가 불편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각각 89.16%, 76.74%, 87.78%, 70.00%나 되었다.

산재 치료 과정에서의 느낌이나 생각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건강 상태와 현장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이는 산재 승인 노동자들에 비해 좀 더 심각했다. “이번 치료로 병을 깨끗이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처럼 일을 해도 건강에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는 31.82%, 11.36%에 불과했고, “복귀하면 조만간 병이 재발할 것 같다.”, “전체적인 건강이 나빠질 것 같다.”, “다시 몸이 아파도 이번처럼 치료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는 78.65%, 75.00%, 79.77%나 되었다. 현장 상황에 대한 인식도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복귀하면 예전처럼 힘들게 일해야 할 것 같다.”, “내 몫까지 일하느라 회사 동료들이 고생했을 것 같다.”, “복귀하면 직장 상사에게 눈치가 보일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가 각각 75.00%, 77.01%, 66.67%나 되었고, “직장의 작업환경이 개선될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는 16.28%에 불과했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현장 상황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고 및 질병의 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월급이 줄어들 것 같다.”, “직장에서 해고될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응답한 경우도 각각 67.82%, 45.98%(산재 승인 노동자의 경우 각각 40.4%, 26.7%)로 산재 불승인 처분이 임금과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까지 불안해하고 있었다.

산재 불승인 노동자들의 사회심리적 상태(PWI) 점수는 평균 33.65점으로 이는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서 뿐만 아니라 산재 승인 노동자들(26.63점)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점수이다. 산재 불승인 노동자들의 경우 산재 승인 노동자들과는 달리, 산재 승인 및 치료과정에서 겪은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관계 및 사회생활, 산재 치료 과정에서의 느낌이나 생각, 사회 심리적 상태(PWI), 동료 상사와의 관계 등은 업무상 사고인지 업무상 질병인지에 따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업무상 사고인지 업무상 질병인지보다는 불승인 판정 자체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산재 불승인 노동자들의 현재 상태를 보면, 94.12%의 노동자들이 “조금”이상 악화되었다고 응답하였고, 현재까지 “자주” 혹은 “가끔” 치료를 받는다고 응답한 노동자도 69.05%나 되었다. 비용은 92.75%의 노동자가 본인이 부담하고 있었다.

직장 복귀와 관련하여 산재 불승인 노동자들의 경우 원직 복직한 경우가 74.70%로 산재 승인 노동자(66.67%)에 비해 높았다. 이는 본인이 원해서 라기 보다는 본인의 사고 혹은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복귀 전후로 불이익이 있었다고 응답한 경우가 75.31%(산재 승인 노동자는 44.44%), 현재 업무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65.79%(산재 승인 노동자는 30.19%)로 매우 높았다는 것이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5. 요약 및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은 노동자들은 산재 승인 및 요양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가정과 현장에서,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고통까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었다. 산재 신청 후 요양 승인까지 걸린 시간이 과거에 비해 다소 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일부 사고성 재해에 국한되고 있다. 실제 산재 발생으로부터 산재 신청까지는 여전히 상당기간이 소요됨으로 인해 이러한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고, 특히 산재 불승인 사례의 경우 산재 발생으로부터 산재 신청, 산재 신청 후 요양 불승인 처분까지 보통 4개월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산재 불승인 사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산재 승인 사례조차도 산재 승인 처분을 받기 전까지의 몇 달 동안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뿐만 아니라, 산재 승인여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신체적 고통에 가중되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었다. 산재 승인여부와 무관하게 우선 적절하고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는 제도(선보장 후판정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산재 승인(혹은 불승인) 및 치료과정에서 겪은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관계 및 사회생활을 살펴보았을 때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현실적인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물론 산재 불승인 사례에서 훨씬 심각하고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산재 승인 사례에서조차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은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첫째, 현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은 얻은 노동자들에게 있어 경제적인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및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를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현재 요양급여는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는 것으로 제도화되어 있으나 70%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왜 80%, 90%가 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절한 치료와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현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은 얻은 노동자들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노동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사회(회사, 동료, 가족)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는 질병 자체의 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현장 복귀 역시 힘들게 만든다. 현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은 얻은 노동자들이 요양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와 사회적 관계의 문제를 해소 혹은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앞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고 산재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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