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영동지회 노동안전부장 육 영 수
1.주간연속2교대 투쟁 개요
2008년 말 세계경제위기가 오면서 2009년 유성 조합원들의 월급은 바닥을 쳤다. 그런 상황에서 오랜 기간의 주야 맞교대노동의 피로로 각종 산재사고가 증가했으며, 특히 근골격계 질환의 증가와 우울증 및 우울증에 의한 자살 등이 있었습니다. 이에 지회는 산재사고와 직업병의 심각성를 체감하고 노동의 안전과 건강을 목표로 2009년 합의를 이뤄냈고, 이를 토대로 2011년 주간연속 2교대 및 월급제 실행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지만, 사측은 교섭에 나오지 않는 등 교섭을 회피 하였습니다.
(사진=참세상)
‘잠 좀 자자’는 절박한 요구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노동자들의 44퍼센트가 심야노동을 하고 있고 이를 바꾸고 싶은 열망을 반증합니다. 서울대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을 간절한 맘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밤에 잠 좀 자자’는 유성노동자들의 구호가 바로 우리의 구호이기도 했으니까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성자본은 직장폐쇄를 통한 ‘강성 노조 때려잡기’와 선별복귀를 통한 ‘이간질’로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해 왔습니다. ‘고액 연봉자’라고 비난하지만, 월급쟁이들은 한 달 벌어 한 달을 살아갑니다. 당장 대출금 이자며 아이들 양육비 등으로 적금과 보험을 깰 수밖에 없습니다. 사측의 회유를 거부하고 있는 2백50여명의 노동자들은 84일째 지급되지 않은 월급으로 생계 어려움을 꾹꾹 참아가며 버티고 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협박, 경찰의 탄압, 생계의 어려움, 해고의 두려움으로 전 방위적 압력을 받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연대는 ‘숨통’과도 같습니다.
2. 심야노동의 폐해
주간2교대 쟁취 교섭요구의 취지는 심야노동의 폐해인 건강과 노동력의 훼손을 막자는 것입니다. 심야노동을 하면 무지하게 졸립니다. 졸음을 참기 위한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밤에는 가족과 잠자고 낮에는 일하자는 극희 상식적 자연적인 요구입니다.
심야노동은 우주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지구가 태어난 지 40억년이 되었고 지구 탄생이후에 지구의 자전은 처음부터 현재까지 진행되어 오고 있습니다. 지구의 모든 생물이 이 지구의 자전으로인 한 (밤과 낮의 교차의 자연현상)에 맞게 생체리듬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매나 독수리 등은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쉽니다. 반대로 낮과 밤을 바꾸어 사는 동물이 있습니다. 박쥐, 올빼미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밤에는 사냥을 하고, 낮에 잠을 잡니다. 낮에 활동을 하던, 밤에 활동을 하던 야생 동물은 활동할 때와 잠잘 때가 일정하게 되어있고 자연현상에 맞춘 생리에 맞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식물들은 낮에 성장을 하고 밤에는 쉽니다. 이런 식물들에게 밤과 낮을 바꾸어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깻잎 하우스에서는 밤에 불을 켜서 밤에도 깻잎이 계속 성장하게 만듭니다.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꽃이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습니다.
제가 사는 시골마을에 가로등이 처음 설치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길가에 논이 있는데 가을이 되면 가로등 밑에만 벼가 익지 않습니다. 2년을 지켜보던 논주인은 벼가 익기 시작할 때면 가로등을 꺼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벼가 익어서 수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로등을 켤 때는 0의 수확이고, 가로등을 끄니 100%의 수확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무었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은 밤과 낮의 지배를 받고 밤과 낮의 생체리듬에 맞게 살지 않으면 안 되고, 밤과 낮의 생활을 바꾸면 우리의 몸에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말합니다
3.심야노동은 모든 인간의 사회적 활동을 가로막는다
야간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은 아빠와 이야기하고 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야간노동자는 잠을
(사진=프레시안 김윤나영)
자야 합니다. 그래서 밖에 가서 놀아라, 잠을 자야 하니 안방에 들어오지 마라, 조용히 해라, 보이지 않는 장벽을 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친인척모임, 친구 모임 등 각종 모임은 즐겁다기보다 졸림을 참고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입니다. 운동, 종교, 정당 활동 등도 많은 부담을 주어 참여가 힘듭니다. 야간조 때 낮에 볼일을 볼 경우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 저 사람은 좋겠어. 야간에 돈 벌고 주간에 볼일 다 보고. 또는 오늘 결근했나? 왜 회사에 가지 않고 돌아다니지? 요즘 해고가 유행인데 해고됐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야간 노동자는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4.건강상의 폐해
밤에는 졸림을 막기 위해 커피, 박카스 등 카페인이 듬뿍 들어간 음료수를 마시고 야간 퇴근 후에는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많이 마십니다. 그로 인한 위장장해와 간장질환이 많습니다.
5.심야노동으로 유성기업에서는 어떤 일이?
- 과로사 등 심야노동으로 인한 구체적 질병 사례 및 통계
고 이덕중 조합원 과로사
1999년 10월경 고인은 주야간 교대근무를 15년 이상 해오던 조합원입니다. 금요일 주간근무 마지막 날 퇴근하는 버스에서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목적지에서 함께 내리던 조합원이 이덕중 조합원이 계속 자고 있어 흔들어 깨웠으나 일어나지 못하고 이미 사망해 있었습니다. 부검결과 심장이 보통의 사망자보다 크게 비대해져 있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과로사로 승인받았으며 사망 전 3개월간 월90시간의 장시간 잔업을 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합에서는 앞서 가신 분에 대한 대책으로서 노동시간 축소와 노동 강도 완화를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며 심야노동 철폐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고 이상엽 조합원 돌연사(과로사)
2002년 9월 입사한 고인은 6살 아들과 18개월 된 딸, 부인과 노모를 모시던 28세의 청년노동자였습니다. 2007년 초 산재치료 후 복귀한 고인은 잔업을 포함한 현장작업을 했고, 이 과정에서 무릎의 통증이 발생되었지만, 산재는 불승인되었고, 불승인으로 인한 임금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90시간의 잔업과 심야노동을 계속하다 2007년11월 24일 새벽에 잠을 자던 중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은 나이, 근무년수, 부서 등을 가리지 않고 우리 모두가 심야노동으로 인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 또한 심야노동을 철폐하자는 적극적인 현장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게 했습니다.
아산 야간노동자 사망사례
- 2009년 김동암 11월 심장마비(간장 질환이 있었음)
- 2010년 조왕운 심근경색
- 2010년 김진호 23년간 심야노동을 했음 뇌출혈로 족구하다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
- 2011년 장순묵 야간근무에 대한 부담이 많았음. 우울증이 있었고 근,골격계 산재불승인후 우울증 악화 후 스스로 목을 매 자결
이외에 각종 암으로 10여명의 동지들이 정년퇴직 이전에 사망했습니다
주조부는 1천5백 도의 쇳물을 다룹니다. 뜨거운 쇳물이 튀면 작업복에 구멍이 숭숭 뚫리며, 손발이며 얼굴 등에 화상을 입는 것은 기본입니다. 작은 화상은 제대로 치료를 못 받습니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부서는 화학약품을 다룬다고 보험회사에서 보험가입을 거부합니다. 그런데 밤에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게 되면 이곳저곳에 몸을 부딪쳐 일상적으로 타박상 등의 부상과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합니다. 심야근무 때에는 새벽 2시에 밥을 먹습니다. “3시, 4시 되면 토할 때가 있어요.”라고 말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속쓰림 때문에 아예 식사를 하지 않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 정년퇴직하신 분 중에는 65세 이상 되신 분이 거의 없습니다. 다 65세 이전에 죽습니다. 암으로 죽었든 다른 이유로 죽었든. 우리는 이렇게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7천만 원 받는 노동자가 웬 파업이냐고 대통령이 나서서 유성을 때리고 있습니다. 월급제가 아닌 시급제 임금제도에서 주간 근무만 하면 월 120-130만원 수준입니다. 잔업에 주말특근을
(사진=참세상)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유성투쟁 승리는 끔찍한 심야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연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용기 있는 투쟁으로 열어준 투쟁의 기회가 유실돼 가는 듯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잠 좀 자고 싶다’는 유성기업 노동자 투쟁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비닐하우스 농성장에는 노조, 사회단체, 개인들까지 2백여 곳에서 보내준 지원품과 생수, 라면이 쌓이고 있습니다. 수천만 원이 넘는 모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성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희망커피’ 호소가 트위터로 홍보되면서 희망을 담은 택배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종교계의 ‘시국기도회’가 공장 앞에서 열려 노동자들은 경찰의 방해를 뚫고 수일 동안 밟아보지 못한 공장 정문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진중공업, 발레오, 유성기업 등 투쟁 작업장이 많은데 각각의 투쟁으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설사 해결된다고 해도 수세적으로 양보해서 해결하는 정도일 겁니다. 지금은 이런 투쟁들을 모아서 대정부 정치투쟁을 해야 합니다…” 라는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의 호소처럼 지도부가 싸울 의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도부는 작업장 담벼락을 넘어서는 투쟁을 조직해야 합니다.
유성기업 파업이 지배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을 때 정부, 재계, 보수언론은 투쟁이 ‘현대·기아차 등 노동계 전반으로 확대’될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지배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우려를 이젠 현실로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직장폐쇄 박살내고 심야노동 철폐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