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8월 일터다시보기] 두 가지 뉴스

광주노동보건연대 정 종 혁

지난 주 언론을 뜨겁게 달군 두 가지 뉴스. 하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주가 폭락으로 국내 증시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수십일 간의 해외도피를 마치고 극비리에 입국해서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별개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인 두 가지 뉴스를 접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이지만 늘 쌍둥이 적자(재정적자, 무역적자)에 허덕이던 미국 경제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재정지출확대와 양적 완화정책 등에도 생산, 소비, 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기 둔화로 세입은 줄어든 반면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지출은 늘면서 재정적자 폭이 급격히 확대되어 채무 불이행 위기 직전에서야 겨우 연방정부 부채 상한선 인상안이 통과되었고, 이런 여파로 급기야 S&P는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뿐 만 아니라 그리스, 아일랜드 등 유럽 각국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하여 대규모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등 세계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물론 이런 사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이후 지속되어 온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당시, 우리 역시 IMF 구제 금융을 받게 되었고 갓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IMF의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때 김대중 정부가 가장 먼저 도입했던 것이 바로 정리해고제, 근로자 파견제, 변형시간근로제와 같은 노동유연화 정책이었다. 남한 최초의 정치 파업이라 불렸던 96-97 총파업을 통해 김영삼 정부의 노동 유연화 정책을 막아 냈지만 그 성과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노동권이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대로 비정규직은 일반화된 고용형태가 되어 버렸고, 정리해고를 통해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노동탄압이 가해져 왔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곽재규 두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도 바로 조합원들에 대한 일방적인 정리해고였다. 4개월 넘는 크레인 고공 농성을 하다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한, 아니 사실상 타살이나 다름없이 죽음으로 내몰린 김주익 열사와 그의 뒤를 이은 곽재규 열사. 2003년 10월 어느 화창한 가을 날, 부산역 앞 광장에서 두 열사의 추모제가 열렸다. 이 추모제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피눈물로 쓴 추도사를 읽어 나갔고 그 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 마음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서 자본을 해외로 이전하고 막대한 부동산 차액을 챙기려는 탐욕스런 한진 자본에 의해 또 다시 정리해고가 단행되었다. 그리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김주익 열사가 투쟁했던 그 크레인 위에서 200일이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8년 전과 똑같이 자본의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맞서서 제 2의 김주익이 되려 하고 있다. 정리해고 철회 없이는 결코 살아서 내려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김진숙 지도위원이 열사가 되지 않도록 하자고, 더 이상 이 땅에 열사가 나오지 않도록 하자고, 더 이상 추모제 같은데 가서 눈물만 뚝뚝 흘리지 않도록 하자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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